벨기에 RTBF 방송은 1983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판정을 받은 론 하우벤이 침대에 누워 있는 23년 동안 내내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첨단 장비로 론 하우벤의 두뇌를 검사한 결과, 기능이 정지된 것으로 판단했던 뇌의 일부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인간의 뇌는 크게 대뇌, 소뇌, 뇌간으로 나눌 수 있다. 대뇌는 전체 뇌에서 가장 큰 부분으로 사고나 추론과 같은 복잡한 인지 능력을 담당한다. 그리고 소뇌는 대뇌 아래, 뇌간 뒤쪽에 위치하면서 우리 몸의 균형을 잡게 해주고, 시작된 운동의 연속적인 활동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뇌간은 간뇌, 중뇌, 뇌교, 연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호흡․소화 기능, 심장 박동 기능을 담당하면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뇌는 기능이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이나 내부의 문제로 뇌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각각 다르게 반응한다.


식물인간의 원인은 교통사고에 의한 두부 외상이 가장 많다. 대뇌의 표층부를 대뇌피질이라고 하는데, 이곳에는 신경세포가 모여 있어서 운동, 감각, 의식 등의 작용을 담당하고 있다. 이 대뇌피질이 손상을 입으면 운동 기능이나 의식이 정지되고, 뇌간이 담당하는 호흡과 소화 기능, 심장 박동 기능밖에 하지 못하게 된다. 즉, 식물인간은 대뇌의 기능은 정지되었어도 뇌간의 기능은 유지되어 생명이 지속되는 상태로, 운동, 감각, 사고 등 사람의 동물적 기능은 상실하였으나, 호흡, 대사, 체온 조절 등 식물적 기능은 유지되고 있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 상태에서 환자는 의식이 없고 전신이 경직되어 있으며 의사가 계속 돌보지 않으면 1주일밖에 견디지 못한다.


반면, 뇌사는 식물인간과 다르다. 뇌사나 식물인간은 대뇌가 활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식물인간은 대뇌의 기능은 정지되었어도 뇌간의 기능은 유지되어, 생명이 지속되는 상태지만 뇌사는 뇌 전체나, 호흡을 담당하는 뇌간이 정지되어 다시 회복될 수도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의학의 발달로, 이러한 상태에 놓인 환자를 인공호흡기나 약물로 1개월 이내의 기간 동안 심장이 뛰고 숨을 쉬도록 유지할 수는 있으나, 대개 폐와 심장의 기능도 나빠져 그 이상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한편, 어떤 상태를 뇌사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입장이 있다. 그 하나가 기능사와 기질사에 대한 것이다. 기능사란 뇌 순환은 유지되고 뇌 세포도 살아 있지만 뇌의 기능이 모두 정지한 상태를 말하고, 기질사는 뇌 순환이 정지되고 뇌세포도 죽기 시작했거나 이미 죽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또 뇌 전체의 기능 정지를 뇌사(전뇌사)로 보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뇌간 기능의 돌이킬 수 없는 소실을 뇌사(뇌간사)로 보는 입장도 있다.


― 야마모토 다이스케, 「3일만에 읽는 뇌의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