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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자연적 치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자연적 치유’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자연적 치유’라는 것은 우리 몸에 바이러스(항원)가 침투하더라도 외부의 도움 없이 이겨낼 수 있는 면역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면역 시스템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그런데 이러한 면역 시스템에 관여하는 세포 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찾아내 제거하는 ‘킬러 T세포’(killer T cells)이다. 킬러 T세포는 우리 몸을 지키는 파수꾼인 셈이다.


킬러 T세포는 혈액이나 림프액을 타고 몸속 곳곳을 순찰하는 일을 담당하는 림프세포의 일종이다. 림프세포에는 킬러 T세포 말고도 헬퍼 T세포와 B세포가 더 있다. 헬퍼 T세포는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B세포를 활성화시켜 항체를 생산하게 하고 이로 하여금 바이러스를 파괴하게 한다. 반면 킬러 T세포는 감염된 세포를 직접 공격한다. 한편 킬러 T세포는 도로에서 모든 운전자를 대상으로 음주 단속을 하는 경찰처럼 세포 하나하나를 점검하여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킬러 T세포에게 발각이 되면 죽게 된다. 그렇다면 킬러 T세포는 어떤 방법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할까?


면역 시스템에서 먼저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세포 표면에 있는 ‘MHC(주요 조직 적합성 유전자 복합체)’이다. MHC는 꽃게 집게발 모양의 단백질 분자로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 조각을 세포 표면으로 끌고 나오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본래 세포 속에는 자기 단백질이 대부분이지만,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원래 없던 바이러스 단백질이 세포 안에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기 단백질과 바이러스 단백질은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펩티드* 조각으로 분해되어 세포 속을 떠돌아다니다가 MHC와 결합해 세포 표면으로 배달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킬러 T세포가 활동한다. 킬러 T세포는 자기 표면에 있는 ‘TCR(T세포 수용체)’을 통해 세포의 밖으로 나온 MHC와 펩티드 조각이 결합해 이루어진 구조를 인식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MHC와 결합된 펩티드가 자기 단백질의 것이라면 T세포는 자신이 만난 세포를 정상 세포로 인식하고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MHC와 결합된 펩티드가 바이러스 단백질의 것이라면 T세포는 활성화되면서 세포를 공격하는 단백질을 감염된 세포 속으로 보낸다. 이렇게 T세포의 공격을 받은 세포는 곧 죽게 되며 그 안의 바이러스 역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지금도 우리 몸의 이곳저곳에서는 비정상적인 세포분열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몸에 있는 킬러 T세포가 병든 세포를 찾아내 파괴하는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렇듯 면역 시스템은 우리 몸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다. 또한 우리 몸이 유기적으로 잘 짜인 구조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 펩티드 : 단백질 분자와 구조적으로 비슷하면서 보다 작은 유기물질


― 이정아, ‘킬러 T세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