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변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들은 변화라는 현상의 실재(實在) 자체에서부터 종류, 원인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의문을 제기하였고,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학문적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먼저 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이 항상 변화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는 그 믿음을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란 말로 표현했다. 새로운 강물이 끊임없이 흘러들기 때문에 같은 강물에 다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불꽃이 끊임없이 흔들리듯이 항상 변화하고 있는 ‘불’을 세계의 근원적 요소로 보았다. 반면 파르메니데스는 변화라는 현상 그 자체를 부정했다. 그는 ‘존재하는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인식했으므로, 절대적인 무(無)에서의 생성과 절대적인 무로의 소멸과 같은 변화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세계는 존재하는 것들이 하나로 뭉쳐 있고 빈 공간이 없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하지 않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감각을 통해 흔히 경험하는, 변화라고 믿는 현상이 사실은 착각 또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간주했다. 


이와 같이 변화라는 현상의 실재성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제시된 이후, 후대에 이르러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 펼쳤다. 그들은 변화에 대한 앞선 두 철학자의 견해를 받아들였지만 그 방식에는 서로 차이가 있었다. 플라톤은 모든 것이 항상 변화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견해를 현실 세계에,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다는 파르메니데스의 견해를 이상 세계에 적용하여 이원론적 세계관을 확립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주장하는 이상 세계를 거부했다. 그는 변화의 실재에 대한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의 상반된 견해를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 세계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에서 ‘기체(基體)’와 ‘형상(形相)’이라는 개념을 통해 변화의 문제를 설명하려고 했다. ‘기체’란 변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변화의 토대를 의미한다. 그리고 ‘형상’이란 그런 토대 위에 구현되어 현실 세계에서 감각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검은색의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변할 때 머리카락은 변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기체이며, 검은색과 흰색과 같은 머리카락의 색깔이 형상에 해당한다. 이처럼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란 현실 세계에서 실체의 기저에 깔린 머리카락이라는 기체 위에서 검은색의 형상이 흰색의 형상으로 대체되는 현상과 같은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그는 변화의 종류와 성격에 대해서도 분석했는데, 먼저 변화를 실체적 변화와 비실체적 변화로 구분하였다. 실체적 변화란 실체의 변화 정도가 커서 기체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변화를 가리킨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는 변화의 전체 과정을 관찰하지 않는다면 마치 애벌레 자체가 소멸하고 나비가 생성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파르메니데스와 마찬가지로 무에서의 생성과 무로의 소멸을 인정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모든 변화에서 기체가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체적 변화는 변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기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 기체가 없이 무로부터의 생성이나 무로의 소멸이 일어난다는 것은 아니다. 비실체적 변화에는 얼굴이 빨개지는 등의 질적 변화, 작은 풍선이 커지거나 살이 찌거나 빠지는 등의 양적 변화, 이곳에서 저곳으로 장소를 이동하는 장소 변화가 있는데, 이들이 비실체적이라는 것은 실체가 전혀 또는 많이 변하지 않아서 기체가 분명하게 식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장소 변화의 경우 실체 자체는 아무런 변화를 겪지 않는다. 


이처럼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전 철학자들과는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를 규정했다. 그는 다수의 저술 속에서 변화 자체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우주, 자연물, 인간 등의 사례에 적용할 정도로 변화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이는 근대 자연 과학의 발전에 밑바탕이 되었다.


― 유원기.이창우, <인생교과서 아리스토텔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