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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서 존 레논의 기타가 구입 가격의 1만 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경매에서 낙찰의 기쁨을 얻은 승자는 그 상품에서 얻을 수 있는 자신의 기쁨만큼 가격을 지불했고, 판매자도 높은 가격에 만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낙찰자가 얼마 가지 않아 레논의 기타에 싫증을 낸다면, 그 물건이 과대평가되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오늘의 낙찰가가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결코 합리적인 가격 수준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원유의 채굴권이 경매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누구도 매장량과 상업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 A가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가장 정확하게 가치를 산정했다고 하자. 그렇다고 경매에서 채굴권이 A에게 돌아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가장 낙관적으로 과대평가한 B기업이 채굴권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경우 채굴권을 따낸 승자는 시장에서는 오히려 큰 손실을 보는 패자가 된다. 이런 현상을 ㉠‘승자의 저주’라고 부른다. 불확실한 미래가치를 너무 용기 있게 평가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구매자가 합리적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용도에 적합하게 가격을 부른다. 그 결과 적정한 가격에서 효율적인 교환이 성립된다. 경제학에서 ‘효율적인 교환’이라는 말은 모든 거래 당사자가 서로 손해를 보지 않는 가격에서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적정 이윤을 포함한 원가가 1만 원인데, 2만 원에 판매하거나 8,000원에 판매한다면 누군가가 손실을 부담하므로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정확히 1만 원에 판매한다면, 양자가 서로 만족하면서 교환하므로 효율적인 거래가 성립된다. 1만 원 이외에는 다른 어떤 가격도 두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독점가격은 비효율적이고 경쟁가격이 효율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매는 효율적인 가격을 결정해주는 과정이다. 경매에 참여하는 구매자가 모두 합리적이라면, 승자의 저주도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미래가치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알거나, 동일한 유형의 상품이 많이 거래될 때에는 합리적인 가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도 경매를 통해 효율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면, 경매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주가에 거품이 있는 것처럼, 경매가격도 턱없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자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고통과 저주를 감당해야 한다.


― 정갑영, ‘승자의 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