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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의 소가 인근 옥수수 밭의 농작물을 훼손하여 목장 주인과 농부 사이에 분쟁이 생길 때, 울타리를 목장 주변에 쳐야 할까 아니면 옥수수 밭 주변에 쳐야 할까? 그리고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할까? 또 식당과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당사자들 간의 적절한 타협으로 가능할까 아니면 정부 당국의 강제적 ⓐ개입이 필요할까? 이러한 법률이나 정책의 문제와 관련하여 경제학의 이론들은 이들 법과 정책을 평가하는 데 유용한 규범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한 예로 교섭 이론을 들 수 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거래 당사자끼리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교섭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협력적 잉여’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교섭은 부정적 외부성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경제학에서 ‘외부성’이란 의도성이 없음에도 타인에게 부정적 혹은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하는데, 흡연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 과수원이 주변 양봉업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코즈 교수는 교섭을 위해 드는 비용을 총칭하는 의미로 ‘거래 비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교섭을 위해 거래 상대방의 정보를 탐색하는 데 드는 비용, 상대방과의 의사소통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비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코즈 교수는 거래 비용이 0인 경우, 법에 의지하여 강제를 하지 않더라도 사적 교섭을 통하여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거래 비용은 0에서 무한대의 범위를 가지며, 거래 비용의 수준에 따라 교섭이 가능한지 혹은 교섭이 어려워 다른 대체적 수단이 필요한지가 결정된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거래 비용의 범위를 교섭 영역과 비교섭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 기준이 되는 거래 비용의 역치가 존재한다. 여기서 ‘거래 비용의 역치’란 교섭이 가능한 거래 비용의 최대치로, 이 역치보다 거래 비용이 적으면 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법과 같은 강제적 개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역치는 사람들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 비용 수준에서 역치를 갖는 사람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 비용 수준에서도 교섭이 성공할 것으로 믿을 것이다. 반면 낮은 거래 비용 수준에서 역치를 갖는 사람은 보다 낮은 거래 비용 수준에서만 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고 따라서 그는 보다 많은 상황에서 법의 개입을 ⓒ선호하게 된다. 


이처럼 경제학의 원리는 법이나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법적 분쟁의 효율적 해결을 위한 법률가들의 부담을 줄여 줄 수 있다. ‘사적 교섭을 ⓔ저해하는 장애 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는 법을 구성한다.’라는 ‘규범적 코즈의 정리’나 ‘사적 합의의 실패에 의한 손해를 극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구성한다.’라는 ‘규범적 홉스의 정리’는 법률가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로버트 쿠터 외(김종인 역), ‘법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