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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결정을 자유 시장 기구에 맡기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도 때로는 특정 상품에 대하여 그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정하고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을 기울이는 수가 있다. 이렇게 정부가 어떤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가격 형성에 개입하는 것을 가격 통제라고 한다. 조세 부과가 시장 기구의 정상적인 작동을 바탕으로 정부가 수요나 공급에 영향을 미쳐 가격과 거래량을 변동시키는 간접적인 규제라면, 가격 통제는 시장 기구의 정상적인 작동 자체를 막으면서 정부가 가격과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규제이다. 이런 가격 통제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최고 가격제와 최저 가격제가 있다.


상품 부족으로 물가가 치솟을 때 정부는 소비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하는데, 이 제도를 최고 가격제라 하고 이때 정한 가격을 최고 가격이라 한다. 최고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형성되는 균형 가격*이 너무 높을 때 설정하는 가격이기 때문에 균형 가격보다 낮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이 생겨 소비자들은 상품을 원하는 만큼 구입할 수 없다. 최고 가격과 균형 가격의 차이가 커질수록 공급 부족 현상은 심화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소비자들이 최고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상품을 구입하려 하기 때문에 암시장이 형성되는 문제가 야기된다. 한편 최고 가격제와는 반대로 정부가 최저 가격을 설정하고 그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지 못하게 통제하는 제도를 최저 가격제라 한다. 최저 가격제를 설정하는 취지는 생산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농산물 가격 지지 제도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최저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될 균형 가격보다 높게 설정되기 때문에 초과 공급이 발생하는 문제가 야기된다.


최고 가격제하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위적인 배분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방법이 선착순 방식과 배급제이다. 선착순 방식은 먼저 오는 소비자에게 순서대로 상품이 떨어질 때까지 판매하는 방식이고, 배급제는 각 소비자에게 배급표를 나누어 주고 그 배급표만큼 상품을 살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선착순 방식과 배급제를 같이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급이 줄어드는 이유는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묶여 있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부 생산자들이 그 상품의 생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저 가격제하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두 가지 방안을 쓸 수 있다. 첫 번째는 수요를 증가시키는 방안이고, 두 번째는 공급을 감소시키는 방안이다. 첫 번째 방안의 예로는 정부가 상품에 대한 비축 기금을 이용하여 초과 공급량을 전부 사들이거나, 정부가 빈곤층에게 초과 공급된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상품권을 무상으로 교부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방안의 예로는 상품 생산자에게 상품 생산량을 줄이도록 권장하면서 가동하지 않은 설비에서 생산될 상품의 가치만큼만 보장하는 방법이 있다.


* 균형 가격 : 시장에서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는 선에서 성립하는 가격. 이 균형 가격하에서의 수요량과 공급량을 균형 거래량이라 한다.


― 김대식 외 2인, ‘최고 가격제와 최저 가격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