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아인슈타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을 독립된 것으로 여겼다. 또한 물질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시간과 공간은 그 자체로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에는 뉴턴의 고전 역학이 자리 잡고 있다. 뉴턴은 만유인력의 개념을 도입하면서 지구와 같은 물체는 다른 물체를 끌어당겨 중력을 발생시킨다고 보았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그런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고 중력이란 ‘공간의 휘어짐’이라고 주장했다.


뉴턴의 고전 역학에 따르면, 중력이 미치는 범위(중력장) 내에서는 빛이 직선 경로를 따라 전파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중력장 내에서 빛은 휘어진다고 주장했다. 중력장 내에서 빛이 중력을 받아서 가속도 운동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어떤 물체든 그것이 공간에 실재하면 그 물체가 점유하고 있는 공간은 휘게 된다고 가정했다.


그렇다면 태양이나 지구 등과 같은 무거운 행성들도 그 무게 때문에 주위의 3차원 공간을 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빛이 이 행성들 부근을 지날 때에는 직진하던 진로가 조금 틀어지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이러한 가설은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이 이끄는 관측대에 의해 입증되었다. 1919년 5월 29일 지구 남반구에서 일어난 개기일식을 관측하기 위해 에딩턴의 관측대는 브라질의 수브랄과 서아프리카에 있는 프린시페라는 섬으로 떠났다. 관측대는 면밀한 관측을 통해 태양 뒤의 먼 곳에서 오던 빛이 태양 주위에서 휘며 그 휘는 정도가 아인슈타인의 예측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200여 년을 지탱해 온 뉴턴의 중력 법칙이 몰락하는 순간이었다.


중력을 아인슈타인의 견해처럼 ‘공간의 휘어짐’이라고 간주하면 중력장 안에서는 시간도 팽창하게 된다. 이것은 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사실로부터 자연스럽게 유도될 수 있다. 순간적으로 똑같은 빛의 신호가 주어졌다고 할 때 중력장이 없는 영역과 중력장이 있는 영역에서 빛의 경로는 서로 다르다. 즉 중력장이 없는 영역에 있는 관측자가 볼 때 중력장이 있는 영역에서는 빛이 휘게 되어 도달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태양계 너머 우주에서는 시간의 지체가 더 크게 일어난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공간과 시간의 휘어짐’이라고 정의했다. 우리 태양계는 중력장이 약하기 때문에 공간과 시간의 휘어짐이 아주 미미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감각이 미치는 범위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뉴턴의 역학 사이에 눈에 띌 만한 이론적 틈새를 찾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와 달리 블랙홀처럼 무거운 물질이 있는 태양계 밖의 우주 공간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아니면 해석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한다. 거기서는 뉴턴 역학은 무용지물이다. 바로 이 때문에 아인슈타인으로 인해 인간의 감각이 확대되고 인식의 지평이 확장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 이영기, ‘상식 밖의 과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