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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빙하는 과거 지구의 대기 성분과 기온 변화에 관한 기초 자료를 생생하게 보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빙하를 분석함으로써 지구 온난화 등 지구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하여 중요한 정보를 얻고 있다.


남극의 표층에 쌓인 눈은 계속 내리는 눈에 덮이면서 점점 깊이 매몰되고 그에 따라 눈의 밀도는 점차 증가한다. 일정한 깊이에 이르면 상부에 쌓인 눈이 가하는 압력 때문에 하부의 눈은 얼음으로 변형된다. 이때 눈 입자들 사이에 들어 있는 공 기가 얼음 속에 갇히게 되고, 얼음이 두꺼워지면서 상부의 얼음이 가하는 압력이 증가하게 되면 클라트레이트 수화물*이 형성된다. 이 속의 기포들은 당시 대기의 기체 성분을 그대로 가지게 된다. 기포가 포함된 얼음을 시추하여 녹이면 원래의 상태로 바뀌고, 이때 기체 크로마토그래피 같은 정밀 기기를 사용하여 그 속의 기체 성분을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과거 지구의 대기 성분과 농도를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빙하 속 기포 내의 대기 성분 정보를 통해 그 당시의 기온을 알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의 기온을 조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빙하를 구성하는 물 분자의 산소나 수소의 동위원소비를 이용하는 것이다. 동위원소란 원자 번호는 같지만 원자량이 서로 다른 원소를 말하는데, 산소의 동위원소로는 원자량이 16인 산소(16O)와 원자량이 18인 산소(18O)가 있다. 남극 빙하를 구성하는 물 분자들의 산소 동위원소비(18O/16O)는 눈으로 내릴 당시의 기온 변화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하며 여름과 겨울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데, 그 증감은 일 년의 주기를 갖는다. 오늘날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산소 동위원소비의 증감은 기온 변화와 거의 정비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계를 적용하여 빙하가 만들어진 당시의 기온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빙하에 대한 최근 연구는 산소의 동위원소비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나 메탄의 농도 변화도 기온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체들의 농도가 증가하면 기온이 올라가고 반대로 농도가 감소하면 기온이 내려간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빙하로부터 알게 된 과거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 변화 폭과 비교해 볼 때, 오늘날 이들의 농도는 우려할 만큼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 클라트레이트 수화물 : 고압과 저온의 조건에서 물 분자가 결합하여 생성된 빈 공간에 메탄, 이산화탄소, 질소 등 분자량이 작은 기체가 들어 있는 결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