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는 그 자리에 없는 어떤 대상이 마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신기루는 환상이나 눈속임이 아니라 원래의 대상이 공기층의 온도 차 때문에 다른 곳에 보이게 되는 현상이다. 찬 공기층은 밀도가 크고 따뜻한 공기층은 밀도가 작다. 이러한 밀도 차이는 빛이 공기를 통과하는 시간을 변화시키는데, 밀도가 클수록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이 때 공기층을 지나는 빛은 밀도가 다른 경계 면을 통과하면서 굴절한다. 따라서 신기루는 지표면 공기와 그 위 공기 간의 온도 차가 큰 사막이나 극지방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뜨거운 여름, 사막의 지표면은 쉽게 햇볕을 받아 가열되고, 지표면 공기는 그 위층의 공기에 비해 쉽게 뜨거워진다. 뜨거운 공기는 차가운 공기에 비해 밀도가 작은데, 이러한 밀도 차이에 의해 빛이 굴절하게 된다. 나무 한 그루가 사막 위에 있다고 가정하자. 나무의 윗부분에서 나온 빛의 일부는 직진하여 사람 눈에 곧바로 도달하므로 우리 눈에는 똑바로 선 나무가 보인다. 그러나 그 빛의 일부는 아래로 가다가 밀도가 큰 공기층을 지나며 계속 굴절되어 다시 위로 올라가고, 나무의 아랫부분에서 출발한 빛은 계속 굴절되면서 더 위쪽으로 올라간다. 이렇게 두 빛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나무가 거꾸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아래 신기루’라고 한다. 따라서 멀리서 볼 때는 바로 선 나무와 그 밑에 거꾸로 선 나무의 영상이 동시에 보이는 것이다. 


매우 추운 지역에서도 신기루는 일어난다. 극지방의 눈 덮인 지표면 공기는 늘 그 상공의 공기보다 훨씬 차다. 찬 공기층의 밀도는 크고, 따뜻한 공기층의 밀도는 작다. 이러한 밀도 차이에 의해 빛은 밀도가 큰 지표면 쪽으로 굴절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된다. 따라서 극지방에 있는 산봉우리는 실제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위 신기루’라고 부른다. 


신기루가 나타나는 상황은 다양하다. 더운 여름철 오후에는 지표면 온도가 쉽게 높아진다. 이때 가열된 아스팔트 도로 위를 차로 달리면, 전방의 도로 면에 물웅덩이가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차가 접근하면 이는 곧 사라지고 얼마쯤 앞에 물웅덩이가 또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지표면과 그 위 공기 간에 온도 차이가 생겨서 하늘에서 오는 빛이 굴절되어 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아지랑이도 신기루의 일종이다.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지는 봄날, 지표면 부근의 가열된 공기는 상승․하강하면서 불규칙적인 밀도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변화는 빛의 굴절 차이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로 인해 아지랑이가 발생한다. 이 경우 물체의 위치는 변하지 않고, 아지랑이 때문에 물체가 그 자리에서 어른거리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