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ㆍ사회 발전의 과정에서 경제적 자원과 활동의 집적이나 집중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불균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많다. 예컨대 경제ㆍ사회 발전은 열심히 하는 경제 주체에게 더 많은 자원의 집적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경제ㆍ사회 발전이 심화될수록 부의 분배가 더 불평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지위크는 경제적 차별화에 따른 분배, 즉 각자가 자신이 이뤄낸 성과에 부합하는 보상을 받는 분배는 정의롭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차별화 패러다임 하에서 상대적으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소위 음지의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없어도 좋다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일 뿐만 아니라 인간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담 스미스의 ‘동정과 자비’, 존 롤스의 ‘가장 어려운 처지의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배려’는 사회 공동체의 존속을 위한 불가피한 도덕적 명령이다. 따라서 복지정책이 없는 국가를 상정할 수는 없다.
국민의 복지를 위한 정부 개입의 정도는 시대나 상황의 요구에 따라 달랐다. 나치 독일의 전쟁국가에 대한 대립 개념으로 등장한 복지국가는 1942년 <베버리지보고서>에 의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개인의 복지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개념으로 정착되었다. 즉 복지국가란 일반 국민들에게 최저 소득의 보장, 사회 안전망의 제공, 최상의 사회 서비스의 보장 등을 위한 목적으로 국가가 개입하는 한 형태를 지칭한다. 제2 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에서는 사회주의 국가와의 대결 과정에서 이러한 복지 지출의 과다로 복지병에 시달린 경험이 많아 최근에는 복지국가 개념이 크게 쇠퇴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소득이 높은 북유럽의 국가들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복지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복지의 정도는 국가의 경제력 유무에 달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복지의 정도가 아니라 ㉠어떠한 복지제도가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시지위크의 경제적 차별화에서 해법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강한 경제에서 출발하여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하더라도 발전의 기본 원리인 차별화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복지가 시행된다면 경제 자체의 발전이 잠식됨으로써 복지국가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나타나게 된다.
첫째, 복지를 위한 재원의 조달 과정에서 스스로 노력하는 자들에게 지나치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차별화 원리에 훼손이 오고 나아가 경제ㆍ사회 발전의 역동성이 약화된다. 둘째, 복지의 지출 방식이 단지 ‘그늘진 환경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하게 될 때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건강한 노동력을 보유한 계층이 단지 그늘진 계층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받게 되면 그 계층에 계속 안주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형편이 더 나은 계층으로 하여금 그늘진 계층으로 내려가게 하는 또 다른 형태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면서도 복지국가로서의 기능을 다하려면 다음의 방식이 매우 유용하다. 즉, 복지 재원 조달방식이 스스로 노력하는 자들을 역차별할 정도로 지나치게 고율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복지제도가 음지에 있는 사람들을 양지로 이끌어내는 데 그 근본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복지 지출은 자력갱생의 길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스스로 돕는 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더 우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 좌승희, 「신국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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