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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인간만이 가진 것으로 과거의 사실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나 과거의 모든 사실이 역사가 되지는 않는다. 역사는 과거의 모든 사실들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특정하게 선택된 사실들의 의미를 인과적으로 연결한 논리적 구성물이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 역사로 기록되는 이유는 이 사실이 조선의 개국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 왕조의 창건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이나 사물이 발견되고, 이를 통해 조선 개국의 과정이 다른 방향에서 설득력 있게 설명될 수 있다면 위화도 회군의 역사적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역사 서술의 과정에서 자료가 새롭게 선택될 수 있고, 역사적 의미 또한 바뀔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선택은 언제나 역사가에 의해 결정되며, 해석은 필연적으로 의미 해석이므로 역사는 그냥 주어진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창조물인 셈이다.


역사가 인간의 창조물이라고 하지만 소설가의 상상에 의해 쓰인 역사 소설과는 다르다. 역사와 역사 소설은 모두 선택된 사실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같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은 다르다. 역사 소설은 선택된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력에 근거한 ‘문학적 허구’를 펼쳐가지만, 역사는 사실을 조사한 후, 탐구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거친다. 


또한 소설은 하나의 사건이나 사물이 갖는 의미를 좁고 깊게 파고든다면, 역사는 개별적 사건을 전체적 맥락에서 접근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어떤 유적, 유물, 문서의 발굴은 어디까지나 단편적 사실의 발굴이지 그 자체로서 역사의 일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사물들이나 사실들은 한 사회의 과거와 현재의 논리적ㆍ의미론적 연결고리를 설명하는 역할을 해야만 비로소 역사적 의미를 띠고 역사의 일부로 편입된다. 역사는 어떤 사실에 특정한 의미가 부여되더라도 그것이 개별적 차원을 넘는 전체적인 ⓐ 안에서 파악되고 해석되지 않는 한, 그것은 개별적 존재의 의미로만 남아 역사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러한 해석의 과정에서 역사가에게 필요한 것이 역사관인데, 역사관이란 역사에 대한 총체적 비전을 가리킨다. 순환적인 역사관, 기독교적인 역사관, 마르크스 역사관 등 다양한 역사관이 있다. 역사가는 자신의 역사관을 바탕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다. 역사관에 따라 똑같은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이 ‘진보’, ‘발전’이라는 ⓑ에서 그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고, ‘반복’, ‘혼동’이란 이름으로 그 의미가 삭제되기도 한다. 그래서 ㉠역사는 언제나 새롭게 서술될 수 있고, 어떻게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느냐에 따라 과거 사실의 의미와 깊이가 변할 수 있다. 곧 역사는 선택과 재구성의 과정을 거친 창조적인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