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칸트 (8)

독서/인문

철학에서의 상상력 feat. 흄, 칸트(2022, 고3, 7월)

(가) 철학에서는 상상력을 무엇으로 여기며, 그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상상력을 철학에서 핵심적인 주제로 생각한 흄은 상상력을 신체적이며 선천적인 기능으로 바라본 기존의 관점과 달리 정신적이며 후천적인 기능으로 규정한 최초의 철학자로 평가된다. 흄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인 ‘지각’을 ‘인상’과 ‘관념’으로 구분한다. 인상은 감각과 같이 대상에 대한 경험의 직접적인 재료이고, 관념은 인상을 마음속에 떠올리며 생겨나는 이미지이다. 여기서 흄은 인상을 통해 이미지를 재생시키는 능력을 ‘상상력’이라 보았다. 상상력은 관념을 토대로 대상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가장 기초적인 능력인 것이다. 흄은 인상을 관념의 형태로 재생시키는 능력으로 상상력과 함께 ‘기억’을 제시한다. 기억과 상상력의 차이는 인상과..

독서/인문

칸트의 취미 판단 이론(2014, 수능AB)*

근대 초기의 합리론은 이성에 의한 확실한 지식만을 중시하여 미적 감수성의 문제를 거의 논외로 하였다. 미적 감수성은 이성과는 달리 어떤 원리도 없는 자의적인 것이어서 ‘세계의 신 비’를 푸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고 ㉠ 여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대 초기의 합리론에 맞서 칸트는 미적 감수성을 ‘미감적 판단력’이라 부르면서, 이 또한 어떤 원리에 의거하며 결코 이성에 못지않은 위상과 가치를 지닌다는 주장을 ㉡ 펼친다. 이러한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그의 취미 판단 이론이다. 취미 판단이란, 대상의 미・추를 판정하는, 미감적 판단력의 행위이다. 모든 판단은 ‘S는 P이다.’라는 명제 형식으로 환원되는데, 그 가운데 이성이 개념을 통해 지식이나 도덕 준칙을 구성하는 ‘규정적 판단’에서는 술어 P가 ..

독서/인문

셸러의 감정 윤리학(2016, 고2, 9월)*

칸트는 ‘인간(人間)’이란 이성을 바탕으로 자신이 지켜야 할 도덕 법칙을 인식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실천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적 인간성을 ‘인격(人格)’이라 불렀고,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것이라 보았다. 셸러는 칸트의 이러한 견해가 인간의 감정은 배제하고 이성만을 강조하였으며, 인간의 개별성을 간과하고 인간을 몰개성적인 존재로 보았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인격 개념을 제시하였다. 셸러는 인간의 감정을 강조하면서 인격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게 하는 감정작용의 통일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셸러의 인격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감정에 관한 셸러의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셸러는 가치가 경험 이전에 존재하기 때..

독서/예술

영화의 수용에 대한 미학적 고찰(2012, 고3, 3월)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영상의 흐름을 어떻게 지각하는 것일까? 그토록 빠르게 변화하는 앵글, 인물, 공간, 시간 등을 어떻게 별 어려움 없이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는 것일까? 흔히 영화의 수용에 대해 설명할 때 관객의 눈과 카메라의 시선 사이에 일어나는 동일시 과정을 내세운다. 그러나 동일시 이론은 어떠한 조건을 기반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동일시가 일어나는지, 영상의 흐름을 지각할 때 일어나는 동일시의 고유한 방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의미 있는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칸트의 ‘무관심성’에 대한 논의에서 이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칸트는 미적 경험의 주체가 ‘객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성 자체로부터 거리를 둔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영화관에서 관객은 영상의 존재 자체에 대해 ‘무관심한’ ..

독서/인문

칸트의 선험적 인식 주체(2010, 고3, 10월)

감각과 지각은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우리는 감각을 지각으로 바꿔 놓는가? 감각은 그 자체로서는 단지 자극에 대한 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경험의 시작 단계로 그것 자체로는 아직 인식이 아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감각이 공간과 시간 속에서 어떤 대상-예컨대 사과-의 둘레에 모였다고 하자. 코의 후각, 혀의 미각, 망막의 시각, 형태를 알아내는 손가락과 손의 촉각을 이 사물의 둘레에 모이게 하자. 그러면 이제 자극에 대한 의식보다는 오히려 특수한 대상에 대한 의식이 생긴다. 다시 말하면 지각이 생긴다. 감각이 인식으로 옮겨 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이행은 자동적인가? 여러 가지 감각이 저절로 모여서 질서를 갖추고 지각이 되는가? 경험주의자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칸트는 그렇지 않..

독서/인문

경험주의와 합리주의, 그리고 칸트(2009, 고3, 10월)

인간은 지식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전문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지식을 알기 위한 과정의 연속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지식에 대해 체계적으로 고찰하는 철학의 한 분야가 인식론(認識論)이다. 인식의 문제는 고대에도 소피스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에 의하여 논의되었으나 철학의 중심 문제로 등장한 것은 비교적 근대의 일이다. 그 이유는 근대에 이르러 철학적 지식도 자연 과학적 ⓐ지식과 같은 확실성을 요구하게 되면서 지식의 문제가 자연히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근대 인식론은 크게 경험주의와 합리주의의 두 유형으로 나타났다. 17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경험주의는 감각적 경험을 통해 얻은 것만을 지식이라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지식은 인간의 경험으로 도출될 수 있다고..

독서/예술

칸트의 미적 무관심성(2007, 9월모평)

한 떨기 흰 장미가 우리 앞에 있다고 하자. 하나의 동일한 대상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것은 이윤을 창출하는 상품으로 보일 수도 있고, 식물학적 연구 대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나치에 항거하다 죽어 간, 저항 조직 ‘백장미’의 젊은이들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들과 달리 우리는 종종 그저 그 꽃잎의 모양과 순백의 색깔이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가끔씩 우리는 이렇게 평소와는 매우 다른 특별한 순간들을 맛본다. 평소에 중요하게 여겨지던 것들이 이때에는 철저히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오직 대상의 내재적인 미적 형식만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마음의 작동 방식을 가리키는 개념어가 ‘미적 무관심성’이다. 칸트가 이 개념의 ..

독서/인문

레비나스의 '고통'(2005, 고3, 10월)

사람이 사는 곳에는 고통이 존재한다. 칸트는, 고통이 쾌락의 전제가 되고, 쾌락과 쾌락 사이에 개입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고 보았다. 그런가 하면 라이프니츠는 고통을, 궁극적 선을 이루기 위한 신의 섭리가 실현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였다. 비록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신이 설정한 목표에 이른다는 것이다. 고통에 대한 이러한 논의들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목적론에 입각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고통을 인간의 실천 윤리와 관련지은 철학자가 바로 레비나스다. 그렇다면 고통은 어떻게 인간의 윤리적 측면에 관여하는 것일까?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소리를 지르거나 신음 소리를 낸다. 레비나스에 따르면 고통은 자신의 수용 범위를 넘어서는 그 어떤 것이다. 따라서 이 외침과 신음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