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건축학 (12)

독서/예술

들뢰즈가 제안한 생성의 원리와 랜드스케이프 건축(2019, 고3, 7월)

㉠근대 철학에서는 대상이 지닌 고정된 진리나 고유한 본질에 해당하는 동일성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 동일성을 그대로 표상하는 것, 즉 얼마나 유사하게 동일성을 재현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들뢰즈는 표상이 대상들이 지닌 차이를 동일성에 종속시키는 것이라 비판하였다. 들뢰즈는 대상이 다른 대상들과 관계 맺으며 펼쳐지는 무수한 차이를 긍정하며 세계를 생성의 원리로 설명하고자 했다. 들뢰즈가 말하는 ‘차이’란 두 대상을 정태적으로 비교해서 ⓐ나오는 어떤 것이 아니라, 두 대상이 만나고 섞임으로써 ‘생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A)’과 ‘자동차(B)’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원래 땅 위를 달리며, 달리기와 관련된 근육이 발달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A가 ..

독서/기술

콘크리트를 통해 본 건축 재료와 건축 미학의 관계(2016, 9월모평)

'콘크리트'는 건축 재료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가 근대 기술의 산물로 알려져 있지만 콘크리트는 이미 고대 로마 시대에도 사용되었다. 로마 시대의 탁월한 건축미를 보여주는 판테온은 콘크리트 구조물인데, 반구형의 지붕인 돔은 오직 콘크리트로만 이루어져 있다. 로마인들은 콘크리트의 골재 배합을 달리하면서 돔의 상부로 갈수록 두께를 점점 줄여 지붕을 가볍게 할 수 있었다. 돔 지붕이 지름 45m 남짓의 넓은 원형 내부 공간과 이어지도록 하였고, 지붕의 중앙에는 지름 9m가 넘는 원형의 천창을 내어 빛이 내부 공간을 채울 수 있도록 하였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에 모래와 자갈 등의 골재를 섞어 물로 반죽한 혼합물이다. 콘크리트에서 결합재 역할을 하는 시멘트가 물과 만나면 점성을 띠는 상태가 되..

독서/예술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2015, 고3, 3월AB)

중세 시대에는 종교 건축 분야에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당시 농촌 지역에 활발히 세워지던 수도원의 성당에 적용되었다. 로마의 영향을 받아 둥근 아치 형태였던 천장은 석재로 만들어져 매우 무거웠다. 이를 지탱하기 위해 벽도 두껍고 웅장하게 지어졌다. 벽과 천장의 무게로 인해 창을 크게 만들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내부 공간은 채광이 부족해 대체로 어두웠다. 이러한 어두움은 성당의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 내었다. 이러한 로마네스크 양식이 변형을 거쳐 발전한 것이 고딕 양식이다. 당시의 철학에서는 신의 존재를 ⓐ 입증하고자 노력했는데, 고딕 양식은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받아 신의 존재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건축물로 탄생하였다. 하늘에서 쏟..

독서/기술

가로 경관 디자인(2016, 고2, 6월)

도시에서 도로, 도로변의 건물, 가로수, 조성물 등 ‘가로(街路, street)’의 구성 요소들이 어울려 이루어내는 종합적 이미지를 ‘가로 경관’이라고 한다. 가로 경관은 시각적인 연속성과 복합성을 갖는데, 도시 설계나 경관 디자인을 할 때에는 가로 경관의 시각적 효과와 관련되는 몇 가지 척도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가로 경관을 디자인할 때는 도로의 폭과 도로변 건물 높이의 비율에 따른 시각적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에서 보는 것처럼 도로 폭을 D, 도로변 건물 높이를 H라 할 때, 그 비율인 D/H가 1일 때 균형 잡힌 느낌을 준다. 도로 폭에 비해 높은 건물이 많아 D/H가 1보다 작으면 폐쇄성이 강한 공간이 된다. 반면, D/H가 1보다 커지면 개방적인 공간이 된다. D/H가 3 이상 되면 너무 ..

독서/예술

기능주의 건축과 탈피 움직임(2014, 고3, 3월A)

건축에서 공간이란 건축의 실체로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하나의 공간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리적 구획이 필요한데 이때 구획을 결정짓는 것은 벽체-바닥-천장이라는 3차원 구도를 구성하는 경계요소이다. 1900년대 중반까지 대부분의 서양 건물은 경계요소에 의해 내·외부 공간이 엄격하게 차폐되는 형태를 보였다. 공간은 일률적으로 구획되었으며 물리적 구조체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공간은 기능을 위한 도구로서 의미를 가졌던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은 1909년 비엔나에 지어진 ‘로스하우스’이다. 이 건물은 지붕과 본체, 기단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사각의 단순한 외형으로 지어졌다. 주거를 위해 계획된 이 건물은 한 치의 낭비도 없는 가지런한 공간 구성을 하고 있다. 건물의 ..

독서/예술

선암사 승선교에 담긴 미의식(2013, 수능A)

선암사(仙巖寺) 가는 길에는 독특한 미감을 자아내는 돌다리인 승선교(昇仙橋)가 있다. 승선교는 번잡한 속세와 경건한 세계의 경계로서 옛사람들은 산사에 이르기 위해 이 다리를 건너야 했다. 승선교는 가운데에 무지개 모양의 홍예(虹霓)를 세우고 그 좌우에 석축을 쌓아 올린 홍예다리로서, 계곡을 가로질러 산길을 이어준다. 홍예는 위로부터 받는 하중을 좌우의 아래쪽으로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구조적 안정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동서양에서 널리 ㉠활용되었다. 홍예를 세우는 과정은 홍예 모양의 목조로 된 가설틀을 세우고, 그 위로 홍예석을 쌓아 올려 홍예가 완전히 세워지면, 가설틀을 해체하는 순으로 이루어진다. 홍예는 장대석(長臺石)의 단면을 사다리꼴로 잘 다듬어, 바닥에서부터 상부 가운데를 향해 차곡차곡 ..

독서/예술

한옥의 창호(2013, 9월모평A)*

창은 채광이나 환기를 위해서, 문은 사람들의 출입을 위해서 건물 벽에 설치한 개폐가 가능한 시설이다. 일반적으로 현대적인 건축물에서 창과 문은 각각의 기능이 명확하고 크기와 형태가 달라 구별이 쉽다. 그러나 한국 전통 건축, 곧 한옥에서 창과 문은 그 크기와 형태가 비슷해서 구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창과 문을 합쳐서 창호(窓戶)라고 부른다. 이것은 창호가 창과 문의 기능과 미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 그런데 창과 문을 굳이 구별한다면 머름이라는 건축 구성 요소를 통해 가능하다. 머름은 창 아래 설치된 낮은 창턱으로, 팔을 얹고 기대어 앉기에 편안한 높이로 하였다. 공간의 가변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옥에서 창호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여러 짝으로 된 큰 창호가 한쪽 벽면 전체를 대체..

독서/예술

캄피돌리오 광장(2013, 6월모평AB)

미켈란젤로는 타원형의 ㉠캄피돌리오 광장을 설계하여 로마의 중심부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광장 중앙에는 옛 로마 황제의 기마상이 놓여 있고 기마상 밑의 바닥에는 12개의 꼭짓점을 지닌 별 모양의 장식이 있다. 광장의 바닥은 기마상에서 뻗어 나온 선들이 교차하여 만들어진 문양으로 잘게 나누어져 있다. 이러한 광장의 구성은 기하학적 도형들이 대칭적으로 조합되어 정제된 조형미를 표현하고 있다. 광장의 타원형은 고대 그리스 신전에 놓여 있었던 신성한 돌인 옴팔로스의 형태를 본뜬 것이라 한다. 옴팔로스는 형태가 달걀형이고 그 표면은 여러 선들이 교차하여 만들어진 독특한 다각형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옴팔로스는 ‘배꼽’을 가리키는 말로 인체의 중심, 나아가 ‘세계의 중심’을 뜻한다. 광장의 전체적인 형태가 옴팔로..

독서/예술

미니멀리즘 조형(2013, 고3, 4월B)

제2차 대전 이후 전쟁으로 인한 불안, 인간 소외 등 예술적 정서나 의미를 과도하게 표현하려는 예술적 경향이 나타났다. 이에 비해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간결하고 절제된 표현 기법으로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려는 예술적 경향을 지닌다. 이 사조는 예술 표현이 단순할수록 오히려 현실 세계를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다는 ‘단순성의 원리’와 인간의 지각은 총체적으로 이해된다는 ‘확장성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예술 양상은 음악에서는 변함없는 강세 및 빠르기로, 건축에서는 단순한 색채 및 재료의 사용과 기하학적 구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단순성과 확장성의 원리는 특히 조형물에서 잘 나타난다. 미니멀리즘에 의한 조형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개의 최소화를 통한 ‘단순성의 원리’를 지향한..

독서/예술

바실리카식 성당(2012, 9월모평)

서양 건축 예술의 역사는 성당 건축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 여러 시대에 걸쳐 유럽의 성당은 다양한 ⓐ 양식으로 변화해 왔다. 하지만 그 기본은 바실리카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평면도상 긴 직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이 형식은 고대 로마 제국 시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원래는 시장이나 재판소와 같은 ⓑ 공공 건축물에 쓰였던 것이다. 4세기경부터 출현한 바실리카식 성당은 이후 평면 형태의 부분적 변화를 겪으면서 중세 시대에 ⓒ 절정을 이루었다. 바실리카식 성당의 평면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동서 방향으로 긴 직사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서쪽 끝 부분에는 일반인들의 출입구와 현관이 있는 나르텍스가 있다. 나르텍스를 지나면 일반 신자들이 예배에 참여하는 네이브가 있고, 네이브의 양 옆에는 복도로 활용..

독서/사회

공간 텍스트를 통한 소비 행위의 의의(2006, 6월모평)

쇼윈도는 소비 사회의 대표적인 문화적 표상 중의 하나이다. 책을 읽기 전에 표지나 목차를 먼저 읽듯이 우리는 쇼윈도를 통해 소비 사회의 공간 텍스트에 입문할 수 있다. ‘텍스트’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소통할 목적으로 생산한 모든 인공물을 이르는 용어이다. 쇼윈도는 ‘소비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공간 텍스트이다. 기호학 이론에 따르면 ‘소비 행위’는 이런 ㉠공간 텍스트를 매개로 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의사소통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옷 가게의 쇼윈도에는 마네킹이 멋진 목걸이를 한 채 붉은 색 스커트를 날씬한 허리에 감고 있다. 환한 조명 때문에 마네킹은 더욱 선명해 보인다. 길을 걷다가 환한 불빛에 이끌려 마네킹을 하나씩 살펴본다. 마네킹의 예쁜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시작한..

독서/예술

처마의 구조와 특징(1994, 수능)

지붕은 집이 위치하는 지역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지붕의 형상을 결정짓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은 지역의 기후라고 할 수 있다. 지붕의 크기는 ㉠처마의 깊이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처마의 깊이는 처마 폭에 의해 결정되는데, 처마 폭은 도리로부터 지붕 끝까지의 너비를 말한다. 처마가 깊다 깊지 않다 하는 것은 기둥의 높이에 비해 처마 폭이 얼마나 넓은지를 가늠하여 하는 말이다. 처마를 깊게 잡는 구조는 우리 나라 건축의 특색 가운데 하나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태양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지내고 싶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이다. 우리 나라의 중부 지방, 대략 북위 38도선 부근에서의 하짓날 태양의 남중 고도는 약 70도의 각도를 지닌다. 중천에 뜬 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