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는 타원형의 ㉠캄피돌리오 광장을 설계하여 로마의 중심부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광장 중앙에는 옛 로마 황제의 기마상이 놓여 있고 기마상 밑의 바닥에는 12개의 꼭짓점을 지닌 별 모양의 장식이 있다. 광장의 바닥은 기마상에서 뻗어 나온 선들이 교차하여 만들어진 문양으로 잘게 나누어져 있다. 이러한 광장의 구성은 기하학적 도형들이 대칭적으로 조합되어 정제된 조형미를 표현하고 있다.


광장의 타원형은 고대 그리스 신전에 놓여 있었던 신성한 돌인 옴팔로스의 형태를 본뜬 것이라 한다. 옴팔로스는 형태가 달걀형이고 그 표면은 여러 선들이 교차하여 만들어진 독특한 다각형 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옴팔로스는 ‘배꼽’을 가리키는 말로 인체의 중심, 나아가 ‘세계의 중심’을 뜻한다. 광장의 전체적인 형태가 옴팔로스와 같은 타원형이고 광장 바닥의 다각형이 옴팔로스 표면의 다각 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캄피돌리오 광장은 그 자체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캄피돌리오 광장은 원이 갖는 고유의 특성이 구현된 공간이 기도 하다. 원은 중심과 둘레로 이루어져 있어 중심을 향하는 집중성과 둘레를 향하는 확산성이라는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런데 이 광장은 확산성이 아닌 집중성을 강조한 공간이다. 광장의 실제 경계는 타원이지만, 사람들이 광장의 어느 곳에 서 있든 시선은 가운데에 있는 기마상으로 집중하게 되므로 기마상을 광장의 중심으로 인식하게 된다. 광장의 가운 데에 배치된 기마상은 타원이 지닌 두 개의 초점을 사라지게 하는 효과를 나타내어 광장을 하나의 중심을 가진 원형 공간 처럼 변모시킨 것이다. 타원형의 광장이 집중성을 가진 공간으로 전환되면서 광장에는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가 생기게 된다. 위계의 정점은 기마상이다. 주변을 압도하는 세계 지배자의 기마상을 올려다보는 순간 그 위계감은 한층 더 고조된다.


이렇게 광장을 원형으로 새롭게 인식하면서, 광장의 기마상 아래 놓여 있는 별 장식에 주목하게 되면 광장의 확장된 의미를 읽어 낼 수 있다. 고대인들은 우주를 북극성을 중심으로 별이 회전하며 12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진 원형의 공간으로 인식 했다. 이런 인식은 캄피돌리오 광장에 계승되어 북극성은 기마 상이 서 있는 별 장식으로, 하늘의 12개 구역은 별 장식의 꼭짓점 개수로 표현된 것이다. 이로써 로마 황제의 기마상은 우주의 중심에 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