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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경제학의 방법론으로 살펴보는 법경제학적 측면에서 볼 때, 범죄는 여러 형태의 비용을 초래한다. 범죄는 피해자에게 신체의 상해나 재산상의 손해 등을 입히며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사회는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각종 사법 비용과 행정 비용 등을 들여야 한다. 따라서 범죄로 인한 순피해 비용*과 범죄 억제 비용을 합한 사회적 총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범죄 억제 비용의 최적화를 이룰 수 있다. 범죄 행위의 빈도와 강도를 나타내는 범죄 수준과, 비용의 관계를 바탕으로 범죄 억제 비용의 최적화 수준을 살펴볼 수 있다. 범죄로 인한 사회적 총비용의 최소화는 경제적 한계 가치의 개념을 사용하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범죄 억제 수준을 한 단위 더 늘리기 위해 추가되는 사회적 비용이 추가로 얻는 사회적 이익과 같아질 때까지 범죄 억제 수준을 계속 높여 나가야 효율적이다. 이 수준을 초과하여 범죄를 억제하게 되면 비효율적이 된다. 그러므로 범죄의 엄격한 억제가 최적 억제 비용 수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범죄 억제 측면에서 볼 때 형사 제재는 사람들에게 처벌의 고통이나 두려움을 주기 때문에 범죄를 억제하는 수단이 된다. 형사 제재는 행위자의 이익보다 사회가 입는 손해가 더 크다는 의미에서 그 행위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때 이루어진다. 즉 사회에 손해를 끼치는 모든 행위를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행위로부터 행위자가 얻는 이익과 사회가 입는 손해에 관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형사 제재는 사법 당국이 가진 정보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고려하여 ⓑ설계될 필요가 있다. 형사 제재의 다양한 기능 중 범죄 억제 기능에 한정해서 최적의 형사 제재 수준을 살펴보자.

 

예를 들어 10의 사회적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함으로써 각 행위자는 A 부류의 행위는 50, B 부류의 행위는 4, C 부류의 행위는 7의 이익을 각각 기대할 수 있고 최대 기대 제재*는 5라고 하자. 그런데 사법 당국이 A 부류의 행위는 구별할 수 있고, B 부류와 C 부류의 행위는 구별할 수 없다고 하자. 즉 어떤 행위를 통해 얻는 이익이 정당방 위처럼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50이 됨을 알지만, 그런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4가 될지 7이 될지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단, 기대 제재 수준이 기대 이익보다 크거나 같을 때 해당 행위는 억제되며, 행위에 따른 이익과 손해의 크기는 양적 측정이 가능한 것으로 한다.

 

이 경우 A 부류의 행위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A 부류가 아닌 행위들에 대해서는 이들이 B 부류인지 C 부류인지를 모르므로 동일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 대한 기대 제재가 4이면, B 부류 행위는 억제되겠지만 C 부류의 행위는 억제되지 않는다. 기대 제재를 최대 기대 제재인 5로 증가시킬 경우, B 부류의 행위와 C 부류의 행위에 대한 억제 효과에는 변화가 없으면서도 C 부류의 행위에 대한 제재 비용이 더 ⓒ 소요되므로 비효율적이다. ㉠ 결국 제재가 이루어진다면 비용 측면에서 본 최적 기대 제재는 최대 기대 제재인 5가 아니라 B 부류의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최저 기대 제재인 4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는 0의 제재가 최적 기대 제재가 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논의는 제재 확률, 즉 범죄자를 체포하여 처벌할 확률이 일정 수준으로 주어진 것으로 가정하면서 제재 강도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제재 강도와 아울러 제재 확률이나 행위자 특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제재 강도가 징역 5년이고 제재 확률이 40%인 경우와, 제재 강도가 징역 20년이고 제재 확률이 10%인 경우를 비교해 보자. 두 경우 모두 기대 제재는 징역 2년이다. 행위자가 두 제재를 서로 동일하다고 생각한다면, 즉 ‘위험 중립적 행위자’라면 어느 경우든 동일한 범죄 억제 효과를 갖는다. 그런데 제재 확률을 40%에서 10%로 줄임으로써 적발, 체포 비용이 ⓓ 절감되므로, 제재 강도가 높고 제재 확률이 낮은 후자가 효율적인 억제이다. 그러나 행위자가 작은 형량을 더 큰 확률로 받는 것보다 큰 형량을 더 작은 확률로 받는 것을 선호하는 ‘위험 선호적 행위자’라면 제재 강도를 높이는 것보다 제재 확률을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인 억제이다. 위험 선호적 행위자일 때 제재 확률이 40%가 되면, 제재 강도가 징역 20년이고 제재 확률이 10%인 경우와 동일한 억제 효과를 가져 오는 제재 강도는 5년보다 작아도 된다. 이렇게 되면 제재를 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쉽게 말해 법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형벌을 무겁게 하는 것만이 범죄를 억제하는 데 있어서 ⓔ 능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 순피해 비용 : 범죄로 인해 사회가 부담하는 피해 비용에서 범죄를 통 해 행위자가 얻는 편익을 뺀 값.
* 최대 기대 제재 : 제재로 인해 행위자에게 기대되는 비효용의 최대치.

 

 

― 김일중, '법경제학 이론과 응용'
@ 2018학년도 10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16~2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