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을 통해 운반된 노폐물이나 독소는 주로 콩팥의 사구체를 통해 일차적으로 여과된다. 사구체는 모세 혈관이 뭉쳐진 덩어리로, 보먼주머니에 담겨 있다. 사구체는 들세동맥에서 유입되는 혈액 중 혈구나 대부분의 단백질은 여과시키지 않고 날세동맥으로 흘려보내며, 물ᆞ요소ᆞ나트륨ᆞ포도당 등과 같이 작은 물질들은 사구체막을 통과시켜 보먼주머니를 통해 세뇨관으로 나가게 한다. 이 과정을 ‘사구체 여과’라고 한다.


사구체 여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사구체로 들어온 혈액을 사구체막 바깥쪽으로 밀어주는 힘이 필요한데, 이 힘은 주로 들세동맥과 날세동맥의 직경 차이에서 비롯된다. 사구체로 혈액이 들어가는 들세동맥의 직경보다 사구체로부터 혈액이 나오는 날세 동맥의 직경이 작다. 이에 따라 사구체로 유입되는 혈류량보다 나가는 혈류량이 적기 때문에 자연히 사구체의 모세 혈관에는 다른 신체 기관의 모세 혈관보다 높은 혈압이 발생하고, 이 혈압으로 인해 사구체의 모세 혈관에서 사구체 여과가 이루어진다. 사구체의 혈압은 동맥의 혈압에 따라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만 생명 유지를 위해 일정하게 유지된다.


사구체막은 사구체 여과가 발생하기 위해 적절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사구체막은 모세 혈관 벽과 기저막, 보먼주머니 내층으로 이루어진다. 모세 혈관 벽은 편평한 내피세포 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내피세포들에는 구멍이 있으며 내피세포들 사이에도 구멍이 있다. 이 때문에 사구체의 모세 혈관은 다른 신체 기관의 모세 혈관에 비해 동일한 혈압으로도 100배 정도 높은 투과성을 보인다. 기저막은 내피세포와 보먼주머니 내층 사이의 비세포성 젤라틴 층으로, 콜라겐과 당단백질로 구성된다. 콜라겐은 구조적 강도를 높이고, 당단백질은 내피세포의 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알부민과 같이 작은 단백질들의 여과를 억제한다. 이는 알부민을 비롯한 작은 단백질들이 음전하를 띠는데 당단백질 역시 음전하를 띠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보먼주머니 내층은 문어처럼 생긴 발세포로 이루어지는데, 각각의 발세포에서는 돌기가 나와 기저막을 감싸고 있다. 돌기 사이의 좁은 틈을 따라 여과액이 빠져나오면 보먼주머니 내강에 도달하게 된다.


한편 사구체막을 사이에 두고 사구체 여과를 억제하는 압력이 발생한다. 혈액 속 대부분의 단백질들은 여과되지 않기 때문에 사구체의 모세 혈관 내에는 존재하고 보먼주머니 내강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먼주머니 내강보다 사구체의 모세 혈관의 단백질 농도가 높다. 그 결과 보먼주머니 내강의 물이 사구체의 모세 혈관 쪽으로 이동하려는 삼투압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혈장 교질 삼투압’이라고 한다. 그리고 보먼주머니 내강에 도달한 여과액에 의해 ‘보먼주머니 수압’이 발생한다. 이 압력은 보먼주머니 쪽에서 사구체의 모세 혈관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여과를 방해한다. 결과적으로 여과를 발생시키는 압력과 억제하는 압력의 차이가 ‘실제 여과압’이 된다.


질환이 있지 않은 정상 상태에서는 혈장 교질 삼투압과 보먼 주머니 수압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구체의 혈압은 동맥의 혈압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 이 같은 변동은 생명 유지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자가 조절 기능에 의해 관리된다. 즉 콩팥은 심장의 수축에 의해 발생하는 혈압에 변동이 생기더라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사구체로 유입되는 혈류량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자가 조절은 주로 들세동맥의 직경을 조절함으로써 가능하다.


― 강영숙 외, 『인체생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