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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의 많은 연구들은 기억의 형성을 ‘장기강화’로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뇌의 신경세포들은 세포 사이의 틈새인 시냅스로 전기적․화학적 신호를 전달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시냅스 연결을 한다. 이 신호가 강력해 시냅스 연결이 오래 유지되는 현상이 장기강화이며, 이를 통해 기억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시냅스 연결은 신경세포에 있는 이온들의 활동이 바탕이 된다. 이온은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확산되며 이동하는 성질 등으로 신경세포막의 안과 밖을 이동한다. 이러한 이온의 이동은 신경세포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우선 외부 자극이 없으면 주로 세포막 밖은 양이온이 많고, 안은 음이온이 많아져 세포막 안팎이 각각 양전하, 음전하로 나뉘는 분극이 일어난다. 이 과정의 신경세포는 안정 상태에 있다. 그런데 새로운 정보 등의 외부 자극이 있으면 양전하를 띤 Na⁺(나트륨 이온)이 밖에서 안으로 확산되어 세포 안에 양전하가 쌓이는 탈분극이 일어난다. 탈분극은 신경세포를 흥분상태로 만들면서 전기적 신호인 활동전위를 형성한다. 신경세포가 흥분상태가 되면 세포 밖의 Ca²⁺(칼슘 이온)이 안으로 확산된다. 그러면 이 Ca²⁺은 글루탐산을 비롯한 여러 신경전달물질, 즉 화학적 신호를 밖으로 분비시킨다. 이 신호가 다른 신경세포와 결합하면서 시냅스 연결이 이루어진다. 이때 화학적 신호를 분비한 세포를 ‘시냅스전세포’, 화학적 신호를 받는 세포를 ‘시냅스후세포’라고 한다.


이러한 시냅스 연결이 장기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글루탐산과 Ca²⁺의 역할 때문이다. 흥분상태의 시냅스전세포가 분비한 글루탐산은 시냅스후세포의 암파 수용체*와 NMDA 수용체를 자극한다. 먼저 암파 수용체의 통로는 많은 양의 글루탐산의 자극이 있으면 개방된다. 이 통로로 Na+이 안으로 확산되면 시냅스후세포도 탈분극되어 흥분상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글루탐산의 자극을 받고 있는 NMDA 수용체의 통로에서 Mg²⁺(마그네슘 이온)이 제거되어 통로가 열린다. 그리고 개방된 NMDA 수용체 통로로 Na⁺과 Ca²⁺이 확산에 의해 안으로 유입된다. 유입된 Ca²⁺은 세포 안의 단백질을 활성화시키고, 활성화된 단백질은 새로운 암파 수용체를 만들어낸다. 그 결과 시냅스후세포는 Na⁺을 더 많이 받아들여 탈분극을 강화하고, Ca²⁺의 유입이 지속되어 흥분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흥분된 시냅스후세포는 역으로 시냅스전세포에 신호를 보내 시냅스전세포의 글루탐산 분비량을 늘려 시냅스 연결을 더욱 강화한다. 이를 통해 시냅스 연결은 3시간까지 유지되는데, 이를 초기 장기강화라고 한다. 이에 비해 시냅스 연결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하는데, 이를 후기 장기강화라고 한다. 후기 장기강화가 초기 장기강화와 다른 점은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한다는 것이다. 암파 수용체는 수명이 짧아 시냅스 연결을 유지하려면 암파 수용체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초기 장기강화 때처럼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만을 활용하면 이를 지속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롭게 단백질을 합성해 암파 수용체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초기 장기강화를 통해 단기기억이, 후기 장기강화를 통해 장기기억이 형성된다고 본다.


*수용체: 단백질로 된 구조물로 세포 외 물질에 반응하는 역할을 하며, 세포막을 관통하는 통로를 갖고 있어 이온을 투과시키기도 함.


― 에릭 캔델 외, 「신경과학의 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