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바르트(1915~1980).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



구조주의란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해석할 때 각각의 ㉠요소들 자체보다는 그 요소들이 기능적 연관을 이루는 하나의 구조를 우위에 두고 파악하려는 철학의 한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구조주의를 바탕으로 언어를 연구하여 구조주의 언어학을 창시한 인물이 바로 소쉬르이다. 그에 따르면 언어는 그 사회의 관습에 의하여 결정되며 언어의 의미는 구조에 의해 생성된다고 보았다. 이는 ㉢발화 주체의 모든 생각과 언어 사용의 방식을 기본적으로 결정하는 요소들은 그 발화 주체가 속해 있는 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가 만약 음운 체계나 문법 체계 등 사회의 언어 규제에 관한 지식이 없다면 상대방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말을 할 때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회의 다양한 규제로부터 지배를 받게 된다. 소쉬르는 이런 규제를 랑그(langue)로 설명하였는데, 랑그란 언어 공동체 모두가 공유하는 약속이며 동시에 개인적 발화를 가능하게 하는 추상적 체계를 말한다. 소쉬르의 이러한 이론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람이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인 롤랑 바르트이다.


바르트는 언어의 보이지 않는 규제로 랑그 이외에 스틸(style)이 있다고 말하였다. 스틸이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언어 감각으로, 이야기할 때의 속도나 리듬감, 음감, 운율, 호흡 등을 말하며, 글에서는 문자 형태로의 인상이나 비유, 문장의 호흡 등을 말한다. 그는 스틸이 개인의 무의식적 선호에 의한 것이며 이것이 개인을 규제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바르트는 또 하나의 규제인 에크리튀르(écriture)라는 새로운 개념을 밝혔는데, 이는 글을 쓰는 방법 또는 어법을 의미한다. 바르트는 이것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에크리튀르가 랑그나 스틸과 다른 점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스틸이 개인의 무의식적 선호에 ㉣근거한 것이라면, 에크리튀르는 집단적으로 선택되고 실천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글쓰기에서 1인칭 표현을 ‘나는’에서 ‘제가’로 바꾸었다. 그 이후 그 학생의 글쓰기는 좀 더 점잖아지고 그 학생의 글에는 어딘가 ㉤격식을 갖춘 사람들의 말투와 태도들이 스미게 된다. 그 학생은 자신도 모르게 ‘제가’를 사용하는 점잖은 사람들의 습관을 지니고 사고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 학생이 어떤 지식인 집단의 에크리튀르를 선택하고 그에 익숙해지면 그 집단의 논리적이고 지적인 언어와 태도를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바르트는 에크리튀르가 광범위하게 쓰일 경우 특정한 사고를 유발하는 언어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어떤 에크리튀르가 사회적 차원의 어법으로 확대되어 그 집단의 구성원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하게 되면, 그들은 그것을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무의식적으로 사회 집단이 공유하는 이데올로기나 사고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출전) 주현성,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