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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물체에 닿으면 물체를 구성하는 원자 내의 전자가 진동하면서 전자기파를 방출하는데, 인간의 눈에 보이는 빛의 색깔은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고유한 진동수에 따라 결정된다.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중 가장 낮은 진동수의 빛은 빨간색 광선이며, 진동수가 가장 높은 빛은 보라색 광선이다. 보라색 광선보다 더 높은 진동수를 지닌 자외선이나, 빨간색 광선보다 더 낮은 진동수를 지닌 적외선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빛이 물체에 닿을 때, 물체는 흡수한 빛 중에서 특정 진동수의 가시광선을 우리 눈의 방향으로 다시 방출하여 우리 눈은 그 방출된 빛을 보게 된다. 장미가 빨갛게 보이는 이유는 장미가 흡수한 빛 중에서 빨간색 광선에 해당하는 진동수의 빛을 우리 눈의 방향으로 방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리와 같은 투명체는 왜 특정 색깔을 띠지 않고 투명해 보이는 것일까? 인간의 눈에는 빛이 직진하여 그대로 유리를 통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즉 유리를 구성하는 원자가 흡수한 빛 가운데, 적외선과 자외선은 유리에 대부분 흡수되어 열에너지의 형태로 남고, 가시광선 영역에 해당하는 대부분은 사방으로 재방출된다. 유리가 투명해 보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런데 유리 원자가 가시광선을 흡수했다가 방출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며, 소요된 시간만큼 빛의 속력이 줄어들게 된다. 공기 중에서의 빛의 속력의 값을 c로 놓을 때, 유리 나 물과 같은 투명체를 통과하는 빛의 속력은 c의 대략 70%에 불과하다. 이렇게 느려진 빛은 다시 공기 중으로 나오면서 원래의 속력을 회복하게 된다. 빛의 속력은 매질의 밀도가 높을수록 낮아지는데, 공기 중보다 유리에서 빛의 속력이 낮아지는 것은 유리의 밀도가 공기의 밀도보다 높기 때문이다.


빛이 이렇게 물질마다 다른 속력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물질의 경계면에 닿았을 때 수직으로 진행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언제나 빛의 경로가 꺾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굴절이라고 한다. 굴절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매끈한 아스팔트에서 바퀴가 잘 구르지 않는 잔디밭으로 장난감 자동차가 비스듬히 들어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잔디에 먼저 도착한 쪽의 바퀴의 속력은 느려지지만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있는 쪽의 바퀴의 속력은 빠르게 유지되기 때문에 자동차의 진행 방향은 잔디에 먼저 도착한 쪽의 바퀴가 있는 방향으로 꺾이게 된다. 빛이 공기 중에서 물로 비스듬히 들어갈 때에도, 빛의 파면 * 의 아랫부분이 물에 먼저 도착하여 속력이 느려지면서 빛이 파면의 아랫부분으로 꺾이게 된다.


또한 빛이 투명체를 지날 때 굴절되면서 진동수에 따라 다양한 광선으로 분리되는데, 이를 빛의 분산이라고 한다. 빛이 공기 중에서 투명체로 비스듬히 들어갈 때, 진동수가 높은 보라색 광선은 진동수가 낮은 빨간색 광선보다 투명체 안에서의 속력이 더 느려지기 때문에, 더 많이 굴절된다. 이에 따라 투명체를 통과하는 빛은 서로 다른 색깔의 광선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진행 경로로 방출된다.


* 빛의 파면 : 빛을 파동으로 보았을 때 빛의 진행 방향과 수직인 면. 본래 파면은 곡선이나 태양과 거리가 먼 지구에서의 빛의 파면은 거의 직선이다.


― 김인묵 외, 『수학 없는 과학』 






28. 윗글에서 다룬 내용이 아닌 것은?

① 자외선이 유리에 흡수되는 이유[각주:1]

② 빛의 색깔에 따른 진동수의 차이 

③ 빛의 진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  

④ 유리와 같은 물체가 투명하게 보이는 이유 

⑤ 투명체를 통과할 때 빛의 속력이 감소하는 이유



29. <보기>의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과 가장 관련이 깊은 것은?

< 보 기 > 투명한 연못 속의 금붕어를 물가에 서서 비스듬히 내려다 볼 때, 관찰자의 눈에는 금붕어가 본래의 위치보다 수면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금붕어에 닿은 빛이 되돌아와 우리 눈에 보이는 과정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① 밀도가 다른 매질에서 빛의 속력이 변함.[각주:2]

② 빛이 수면과 수직 방향으로 들어가고 나옴.

③ 가시광선이 물속에서 빠른 속력으로 직진함.

④ 물이 특정 색의 가시광선만 흡수했다 방출함.

⑤ 빛이 진동수에 따라 여러 빛깔의 광선으로 분리됨.



30. 윗글을 읽고 <보기>의 그림에 대해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3점]

① ⓐ와 ⓓ의 속력은 다르다.

② ⓐ ~ ⓔ 중, ⓒ의 속력이 가장 느리다.[각주:3]

③ ⓐ와 ⓔ에는 자외선이 들어 있지 않다. 

④ ⓑ의 진동수는 ⓒ의 진동수보다 높다. 

⑤ ⓑ와 ⓔ의 진동수는 같다.

  1. 빛이 유리와 같은 투명체를 통과하는 것은 그대로 직진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 원자에 흡수되었다가 다시 방출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자외선은 유리 원자에 흡수되어 열에너지로 남기 때문에 다시 방출되지 않고, 가시광선만 흡수되었다가 방출된다. 이처럼 이 글에는 자외선이 유리에 흡수된다는 내용은 있지만 왜 유리원자에 흡수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본문으로]
  2. <보기>의 현상은 빛의 굴절 현상이다. 빛의 굴절은 빛이 통과하는 매질이 바뀔 때, 빛의 속력의 변화로 인해 빛의 경로가 꺾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빛의 속도는 빛이 통과하는 매질의 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빛의 굴절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빛이 통과하는 매질의 밀도가 달라짐으로 해서 빛의 속력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3. <보기>는 빛의 굴절과 분산 현상이 나타나 있는 그림이다. 공기보다는 유리와 같은 투명체의 밀도가 높아서, 빛의 속력은 유리에서 더 느려진다. 따라서 유리를 통과하는 b,c가 공기 중을 통과하는 a,d, e보다 속력이 낮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서 빛이 공기 중에서 유리로 비스듬히 들어갈 때 진동수가 높은 보라색 광선이 진동수가 낮은 빨간색 광선보다 속력이 더 느려져서 더 많이 굴절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b와 c 중에 c가 더 많이 굴절되었으므로 c의 속력이 더 느려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a~e 중에서 가장 속력이 느린 것은 c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