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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중에는 유독 길눈이 밝아 길을 잘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러 번 갔던 길도 잘 못 찾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공간 지각 능력에 차이가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대뇌의 측두엽 안쪽에 있는 해마와 이를 감싸고 있는 내후 각피질의 신경 세포들로 설명할 수 있다.
1970년대 오키프는 뇌가 어떻게 내비게이션의 역할을 하는지를 밝히고자 기억력과 관계 깊은 해마 연구에 몰두했다. 그래서 실험용 쥐의 해마에 전극을 꽂고 신경 세포가 내는 전기 신호를 기록하였다. 이 방법은 감각 정보가 전기 신호로 바뀌어 복잡한 신경 세포망을 거칠 때, 역치값 * 보다 약한 자극에는 신경 세포가 반응을 안 하다가 역치값 이상이 되면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하였다. 실험 끝에 오키프는 실험용 쥐가 특정 장소에 가면 신호를 보내는 ‘장소 세포’들이 해마의 CA1 * 부위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 장소 세포들이 주로 시각으로 얻은 정보를 결정적 단서로 삼아 머릿속 지도를 만든다고 밝혔다. 해마는 기억을 단기간 저장하고 있다가 삭제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복과 학습을 거치면 대뇌피질에 장기 기억으로 저장된다. 위치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면 단서에 의존하지 않고도 길을 찾을 수 있다.
한편 오키프의 영향을 받은 모세르 부부는 쥐의 해마와 그 주변에 전극을 꽂고 실험을 하던 중, 또 다른 신호를 내후각피질에서 발견하였다. 이 신호들은 장소 세포와 달리 어둠 속에서도 반응하는 특징을 보였다. 또 그 신호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발견되었는데 그 지점들을 이어봤더니 바둑판과 같은 격자 위에 벌집 모양의 정육각형들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 신경 세 포들을 ‘격자 세포’라 명명하게 되었다. 이 격자 세포들로 인해 쥐가 지각하는 전체 공간에서 특정 좌표의 위상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좌표들 사이의 거리도 계산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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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르 부부는 후속 연구에서 내후각피질의 위치 정보는 CA1로 바로 전달되기도 하지만, CA3 * 을 거쳐 CA1로 전달될 수도 있음을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쥐의 CA3과 CA1 사이의 경로를 차단하여 길을 찾게 하는 실험을 했더니, 가 본 길임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처음과 비슷하였다. 왜냐하면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CA3의 회상 능력에 문제가 ㉠ 생겼기 때문이다.
뇌 영상 기술의 발달과 함께 쥐에게서 발견된 장소 세포와 격자 세포가 인간에게도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에 과학자들은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내후각피질과 해마의 위치 정보가 불완전하게 결합되면 길치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길을 잃고 헤매는 알츠하이머 환자는 내후각피질이나 해마가 손상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 역치값 : 생명체가 자극에 반응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값
* CA1, CA3 : 인지 능력과 관련되는 해마의 특정 영역을 나타내는 용어
― (출전) 「뇌 안의 내비게이션」(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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