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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임금이 애초 10년을 잡았던 수원 화성의 ⓐ 공사를 2년 7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정약용이 발명한 ‘유형거(游衡車)’라는 특별한 수레 덕분이었다. 『화성성역의궤』의 기록에 따르면 성을 쌓는 돌을 운반할 때 유형거를 이용함으로써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수레에 비해 유형거가 공학적으로 높은 평 가를 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여느 수레는 짐을 나르는 ⓑ 기능에만 치우쳐 있는 것에 비해, 유형거는 짐을 쉽게 운반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짐을 싣는 작업도 지렛대의 원리를 반 영하여 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유형거는 무게를 견디고 분산시키는 바퀴와 복토, 짐을 싣는 곳인 차상, 수레 손잡 이, 여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돌부리에 찔러 넣어 돌을 들어 올리는 여두(輿頭)는 소 혀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돌을 쉽게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하였고, 수레 손잡이는 끝부분을 점점 가 늘고 둥글게 하여 손으로 쉽게 조작하도록 하였다. 이 손잡이 부분을 잡고 올리면 여두가 낮아져 돌을 쉽게 차상에 올려놓을 수 있고, 다시 손잡이를 내리면 돌이 손잡이 쪽으로 미끄러지 게 된다.


둘째, 유형거는 소에서 얻는 주동력 외에 보조 동력을 더 할 수 있었다. 이는 수레가 흔들림에 따라 싣고 있는 돌이 차상 위에서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이용한 것으로, 바퀴 축과 차상 사이에 설치한 ‘복토(伏兎)’라는 반원형의 장치 덕분이다. 상식적으로는 복토로 인해 짐을 싣는 부분이 높 아져 수레가 흔들리는 만큼 무게 중심도 계속 변화하여 수 레를 안정적으로 ⓒ 운용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복토를 설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보조 동력을 정약용은 놓치지 않 았던 것이다. 즉, 유형거가 움직일 때 수레 손잡이를 들어 올리면 돌은 정지 마찰력을 극복하고 견인줄에 의해 멈출 때까지 수레의 진행 방향으로 여두 부근까지 미끄러지는데, 이때 생긴 에너지는 수레에 추진력을 더한다. 그리고 수레 손잡이를 내리면 이번에는 돌이 다시 수레의 진행 방 향 반대쪽으로 미끄러지다가 한표(限表)라고 하는 조그만 나무토막에 걸려 멈추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수레가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하지만 바퀴 축을 중심으 로 보았을 때 여두까지의 거리가 길고 한표까지의 거리는 짧은 것을 생각하면, 추진력에 비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힘은 작으므로 결국 수레를 운전하는 ⓓ 입장에서는 그만큼 보조 동력을 얻는 셈이다. 실제 『화성성역의궤』에서도 1치(약 3㎝)쯤 물러섰다가 1자(약 30㎝) 정도 앞으로 나아간다고 밝히고 있다.


셋째, 유형거는 손잡이의 조작으로 수레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 기존의 수레는 거친 길을 달리면서 받는 충격을 완화하기가 힘들었으나, 유형거는 수레를 운용하는 사 람이 손에 익은 경험을 통해 유형거가 받는 충격을 감지하고 그 힘을 상쇄하기 위하여 손잡이를 ⓔ 조작하는 방식으로 완충 제어를 하였다. 언덕을 오를 때는 손잡이를 올리고 내려갈 때 는 손잡이를 내림으로써 수레가 앞뒤로 흔들거리며 진동하는 현상을 제어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왼쪽으로 돌 때에는 왼쪽 이 올라가므로 왼쪽 손잡이를 누른다. 또 갑자기 출발할 때는 손잡이를 올리고, 갑자기 정지할 때는 손잡이를 내리는 등 사 람의 능동적인 손잡이 조작에 의해 좀더 안정적으로 수레를 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상으로 볼 때 유형거는 단순한 수레라고 할 수 없다. 유형거는 편리하게 짐을 실을 수 있는 지게차이자 운행 중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보조 동력까지 갖추고, 불안정한 수레의 움직임을 보다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완충 장치까지 갖춘 위대한 발명품이었다.


― 유형거의 구조와 특징(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