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널드 조지프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년 4월 14일~1975년 10월 22일)


영국의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를 펴내며 역사 연구의 기본 단위를 국가가 아닌 문명으로 설정했다. 그는 예를 들어 영국이 대륙과 떨어져 있을지라도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서로 영향을 미치며 발전해 왔으므로, 영국의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서유럽 문명이라는 틀 안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문명 중심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몇 가지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방대한 사료(使料)를 바탕으로 그 가설들을 검증하여 문명의 발달과 성장 그리고 쇠퇴의 요인들을 규명하려 하였다.


토인비가 세운 가설들의 중심축은 ‘도전과 응전’ 및 ‘창조적 소수와 대중의 모방’ 개념이다. 그에 의하면 환경의 도전에 대해 성공적으로 응전하는 인간 집단이 문명을 발생시키고 성장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환경이 역경을 당해 이를 이겨 내려는 분투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토인비는 이 가설이 단순하게 도전이 강력할수록 그 도전이 주는 자극의 강도가 커지고 응전의 효력도 이에 비례한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위 ‘세 가지 상호 관계의 비교’를 제시하여 이 가설을 보완하고 있다. 즉 도전의 강도가 지나치게 크면 응전이 성공할 수 없게 되며, 반대로 너무 미약할 경우에는 전혀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최적의 도전에서만 성과적인 응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공적인 응전을 통해 나타난 문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문제, 즉 새로운 도전들을 해결해야만 한다. 토인비에 따르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창조적인 인물들이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수의 대중들까지 힘을 결집해야 한다. 이에 대중은 일종의 사회적 훈련인 ‘모방’을 통해 그들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모방은 모든 사회의 일반적인 특성으로서는 문명을 발생시키지 못한 원시사회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해 토인비는 모방의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방의 작용 방향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문명을 발생시키지 못한 원시 사회에서 모방은 선조들과 구세대를 향한다. 그리고 죽은 선조들은 살아 있는 연장자의 배후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그 권위를 강화해 준다. 그리하여 이 사회는 인습이 지배하게 되고 발전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반대로 모방이 창조적 소수에게로 향하는 사회에서는 인습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문명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