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 '모로코 사람들'


뉴욕 현대미술관에 있는 ‘모로코 사람들’은 마티스의 동방적(oriental) 주제에 대한 동경과 동방의 미술 전통 속에서 확인한 장식적․평면적인 것에 대한 추구가 교차하면서 탄생했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그림은 1911년과 1912년에 이루어진 모로코 여행의 추억에서 구상되었다. 여행 중이거나 그 직후에 그려진 작품과는 달리 이미 4~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에 그려진 이 작품에서, 모로코의 추억은 마티스의 머릿속에서 조형적으로 소화되어 거의 추상적 형태에 가까울 정도로 단순화되어 있다. 그래서 이 그림에 그려진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두고 온갖 논의가 벌어졌다.


화면의 왼편 위쪽에 그려진 회색의 형태가 테라스에서 본 이슬람 사원이고, 테라스의 난간 한쪽 끄트머리에 있는 파란색 바탕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네 개의 원이 남국의 어떤 식물을 나타내는 것 같다는 데에는 모두 이의가 없다. 그러나 그 아래 ㉠흰 선의 격자 위에 황색의 원과 녹색의 형태가 그려져 있는데 이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미술사학자는 이것을 모로코 사람들이 타일을 깐 바닥 위에 이마를 붙이고 기도하는 모습이라고 보았다. 이에 따르면 ㉡황색의 원은 터번을 두른 아랍인의 머리가 되고, 녹색의 형태는 아랍 특유의 민소매 긴 옷이 된다. 반면에 다른 비평가는 ‘기도하는 모로코 사람들’을 ‘푸른 잎사귀에 싸인 네 개의 멜론’으로 해석한다. 


각각의 모티프가 멜론인지 모로코 사람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애초에 마티스의 마음속에는 아마 명확한 이미지가 있었을 터이지만, 완성된 작품에서 그것은 추상적으로 승화되었다. ㉢황색의 원형은 오른쪽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인물의 머리와 호응하고, 나아가 뒤편의 파란 꽃과 이슬람 사원의 둥근 지붕과 어우러지면서 화면에 부드러운 리듬을 자아내고 있다. 이 원은 멜론이나 아랍 사람의 머리이기에 앞서 화면의 구성 요소가 되는 기하학적 형태이다.


위에서 언급한 황색과 녹색 외에 ㉣화면 오른편 아래쪽의 장방형에는 청색이, 바탕에는 옅은 보라색이 각각 칠해져 있다. 한편 화면 왼편에는 화분에 핀 꽃의 청색과 건물의 회색, 그리고 전체의 바탕에 깔린 검정색이 등장한다. 색 그 자체는 화려하다거나 다양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화면에서는 분명히 남국의 창을 생각나게 하는 밝음이 느껴진다. 야수파 시기의 격렬한 색채의 혁명을 거친 마티스는 화면의 밝음, 풍부함이라는 것은 결코 튜브에 들어 있는 물감 색의 생생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훗날 그는 “하나의 색은 단순한 물감에 불과하다. 두 개의 색이야말로 화음이요, 생명이다.”라고 말했다. 마티스에게 색채의 비밀은 무엇보다도 그 조화와 울림에 있었던 것이다. ‘모로코 사람들’에서 전체의 배경이 되는 검정색은 어두운 느낌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남국의 투명한 밝음을 느끼게 해 준다. 마티스 자신도 이 검정을 가리켜 ‘빛의 색’이라고 했는데, 본래 어둠의 색인 검정을 ‘빛의 색’으로 변모시킨 것에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의 비밀이 있다. ㉤‘모로코 사람들’은 마티스의 그런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 주는 걸작이다.  


― ‘마티스의 [모로코 사람들]에 나타난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