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2005 (40)

독서/예술

미술은 아름다운 생명체다(2005, 고3, 4월)

미의식은 변하기 마련이고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미술의 풍조도 변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미술 작품을 평가할 수 있는 보편 타당한 기준은 없는가? 바로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미술품이 살아 숨쉬는 데서 느끼는 긴장된 느낌, 즉 생명력이 기준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유명 작가의 아류작과 오랜 세월 창작의 고통을 겪은 작품이 같을 수는 없다. 생명력은 미술 문화의 황금기라고 해서 넘치는 것도, 쇠퇴기라고 해서 쇠잔해지는 것도 아니다. 석굴암같이 완벽한 조형미를 과시하던 8세기 조각 작품들 중에도 의외로 생명력이 약한 작품이 존재하며, 9세기 조각처럼 기하학적 형상으로 단순화되는 시기에도 강한 생명력을 내뿜는 작품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생명력에 의한 작품의 완성도가 중요한 것이다. 일..

독서/기술

생체모방공학(2005, 고3, 4월)

자연의 생명체가 보여 주는 행동이나 구조, 그들이 만들어내는 물질 등을 연구해 모방함으로써 인간 생활에 적용하려는 기술이 생체 모방이다. 원시 시대 사용되던 칼과 화살촉은 육식 동물의 날카로운 발톱을 모방해서 만들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비행기 도면을 설계할 때 새를 관찰하고 모방하였다. 그러나 ‘생체 모방’을 공학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나노기술의 발전과 극소량의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유전공학 등 관련 분야의 발달로 비로소 가능해졌다. 바다에 사는 홍합은 심한 파도에도 바위에서 결코 떨어지는 법이 없다. 홍합의 ‘교원질 섬유 조직’은 바위에 자신의 몸을 붙이는 데 사용되는 생체물질로, 물에 젖어도 ㉠떨어지지 않는 첨단 접착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 조직은 근육을 뼈에 부착시키는 사람의 건섬유보다 5..

독서/과학

물리적으로 풀어낸 물수제비(2005, 고3, 4월)

누구나 어릴 적에 어떻게 하면 물수제비를 오래 뜨게 하는가를 겨루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물수제비를 잘 뜨게 만드는 비법도 사람들마다 제각각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에게 있어 물수제비는 회전하는 물체가 중력을 이기고 유체를 치고 나가는 역학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지난 2002년 프랑스의 보케 교수는 물수제비 횟수는 돌의 속도가 빠를수록 증가하며, 최소 한 번 이상 튀게 하려면 시속 1km는 돼야 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평으로 걸어 준 회전이 또한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즉 팽이가 쓰러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 것처럼 돌에 회전을 걸어 주면 돌이 수평을 유지하여 평평한 쪽이 수면과 부딪칠 수 있다. 그러면 돌은 물의 표면장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위로 튕겨 나간다는 것이다. 물수제비 현상..

독서/인문

인간이 자기인식적 존재가 된 이유(2005, 고3, 4월)

인간은 자기 의식을 지닌 존재이다. 자기 의식은 본질적으로 기억에 의존한다. 인간이 과거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억을 의식적으로 생각해 낼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목적을 갖고 산다는 것은 적어도 미래에 어떤 일을 성취할 것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명확한 시간적 구분을 하기 이전부터 이미 기억과 목적을 의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도르도뉴의 라스코 동굴을 비롯한 구석기 시대의 그림들을 보면 인간은 이미 2만 년 전, 혹은 그 이전부터 과거, 현재, 미래와 관련하여 목적 의식을 갖고 생활했음을 알 수 있다. 동굴에다 그림을 그린 것은 일종의 마법적 목적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원시인들은 동굴의 벽이나 천장에다 동..

독서/기술

한지의 원리와 제조과정(2005, 고3, 3월)

두루마리에 사용된 한지(韓紙)는 1200년 전 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 서구식 제지 방식으로 만든 종이의 수명을 길게 잡아 100여 년 남짓이라고 할 때, 한지의 수명은 대단히 긴 것이다. 한지의 보존성이 이렇게 탁월한 이유는 한지의 강도가 높다는 점과 한지가 중성지라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한지의 특성은 원료와 제조 과정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주원료인 닥나무의 껍질은 섬유 길이가 10mm 내외이다. 긴 섬유가 서로 엉겨 종이를 구성하므로 종이의 강도가 높다. 이에 비하여 나무의 목질부를 기계적으로 가공한 서양 펄프는 섬유 길이가 3~5mm로 현저히 짧다. 한지를 만들기 위해 1년생 닥나무를 11월과 2월 사이에 채취하는데, 이 시기의 닥나무는 종이 제조에 불필요한 리그닌 함유..

독서/예술

음악의 비물질성(2005, 고3, 3월)

음악은 비물질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물질성은 음악을 만드는 소리가 물질이 아니며 외부에 존재하는 구체적 대상도 아니라는 점에 기인한다. 소리는 물건처럼 눈에 보이는 곳에 있지 않고 냄새나 맛처럼 그 근원이 분명하게 외부에 있지도 않다. 소리는 어떤 물체의 진동 상태이고 그 진동이 공기를 통해 귀에 전달됨으로써만 성립한다. 음악의 재료인 음 역시 소리이기 때문에 음악은 소리의 이러한 속성에 묶여 있다. 소리의 비물질성은 인간의 삶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남기게 된다. 악기가 발명될 무렵을 상상해 보자. 원시인은 줄을 튕기거나 서로 비빔으로써, 나뭇잎을 접어 불거나, 가죽을 빈 통에 씌워 두드림으로써 소리를 만들었다. 이때 그들은 공명되어 울려 나오는 소리에 당황했을 것이다. 그 진원지에서 소리를 볼 수..

독서/독서이론・언어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원칙(2005, 고3, 3월)

1933년에 완성․발표된 은 오늘날의 정서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의 기본 정신은 세 항의 총론 중 ‘한글 맞춤법은 표준말을 그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으로써 원칙을 삼는다’는 제1항에 집약되어 있다. 이 조항은 세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째 어떤 한 방언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공통적인 표준말을 맞춤법 규정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 둘째 그 표준말을 되도록 발음에 충실하도록 적는다는 것, 셋째 발음에 충실한 표기가 동시에 어법에도 맞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비록 발음과 거리가 멀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어법에 맞도록 적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중 맞춤법이 표준말을 그 규정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맞춤법이란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쓰일 표기 체계가 필요하여 만들..

독서/과학

가장 놀라운 화합물, 물(2005, 고3, 3월)

H₂O. 산소 원자 하나에 수소 원자 두 개가 결합된 것. 물은 이처럼 간단한 화합물이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화합물이기도 하다. 우선, 물은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큼 끓는점이 높다. 일반적으로 같은 족에 속하는 원소들은 화학적으로 유사한 성질을 지니며, 그들의 끓는점은 원자량이 증가할수록 높아진다. 이는 산소족에 속하는 원소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즉, 산소, 황, 셀레늄, 텔루르 등의 순으로 끓는점이 높아진다. 이들은 동일한 방식으로 수소와 결합하여 물, 황화수소, 셀레늄화수소, 텔루르화수소 등의 수소화합물을 이루며, 이들 화합물의 끓는점은 대체로 구성 원소의 원자량이 증가할수록 높아진다. 그런데 유독 물의 경우에는 끓는점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황의 수소화합물인 황화수소(H₂S)의 끓는점이 ..

독서/사회

증권시장의 유용성과 자기참조모델(2005, 고3, 3월)

가격의 변화가 인간의 주관성에 좌우되지 않고 객관적인 근거를 갖는다는 가설이 정통 경제 이론의 핵심이다. 이러한 정통 경제 이론의 입장에서 증권시장을 설명하는 기본 모델은 주가가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반영한다는 가설로부터 출발한다. 기본 모델에서는 기업이 존재하는 동안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 즉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자본의 가격으로 본다. 기업가는 이 내재적 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그런데 투자를 통해 거두어들일 수 있는 총 이익, 즉 기본 가치를 측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익의 크기를 예측할 때 신뢰할 만한 계산과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증권시장은 바로 이 기본 가치에 대한 믿을 만한 예측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유용성을 갖는다. 증권시장은 주가를 통해 경제계에 필요한..

독서/인문

플라톤의 이데아(2005, 고3, 3월)

플라톤은 최선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이 세계에 있는 모든 대상들이 지닌 성질을 정확하게 인식해야만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대상은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신도 마음대로 어쩌지 못하는, 그 자신만의 고유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이성은 그 대상을 인식하기 위하여, 우선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을 오려 내어 하나의 고정치로 확정지어야 한다. 대상의 바로 이런 고정화된 모습을 플라톤은 이데아(idea)라 부른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초기 작품에서는 ‘개별적 사물의 공통된 모습’으로, 원숙기의 작품에서는 ‘진정한 존재, 영원불변한 어떤 실체’로 규정된다. ‘개별적 사물의 공통된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을 예로 들어 보자. 우리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