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널리 회자되고 있는 공론장(公論場)이라는 용어는 공적 문제에 대한 개인의 의견이 공적 영역으로 확장되는 공개된 담론의 장(場)을 말한다. 즉 사회적 의제(議題)에 대해 개인이 자신의 의견과 신념을 표현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해 가며, 이 과정에서 형성된 건전한 여론을 국가의 정책에 반영하는 장이란 뜻이다. 이러한 공론장은 민주주의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집회 및 결사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이 분출되면서 공론장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사람들은 최근 방송 편 성이 늘고 있는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이 공론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텔레비전 토론 프 로그램이 진정한 모습의 공론장을 구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학자들은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다양한 공적 문제에 대해 공 개적으로 상호 의사소통을 하기보다는 이해 관계에 있는 집단들의 주장을 일방향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공론장과 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 램이 사회적 의제에 대한 공중(公衆)의 관심을 오히려 멀어지게 하고, 특정 입장을 홍보하는 이른바 ‘유사 공론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그들은 비판한다. 그들은 토론 프로그램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비슷한 시각에서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이 공중을 수동적인 방관자로 전락시켜 합리적 판단과 비판적 의견을 스스로 형성할 수 없게 한다고 비판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들에 의 하면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이 공중에게 자신들이 공적 논 의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환상을 갖게 함으로 써 수동적인 수용자로 계속 남아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프로그램의 주제 선정, 진행 방법, 방송 시간대와 방송량, 토론자의 특성, 시청자의 참여, 사회자의 성향 등과 같은, 방송사가 미리 설정해 놓은 형식과 구성 요소들이 토론의 진행 방향이나 논쟁의 결과를 일정한 방향으로 제한한다고 지적한다. 시청자 참여 문제와 관련해서는 토론 프로그램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지한 성찰을 제공하고 있다 하더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만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토론 프로그램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거나 영향력을 미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인다.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이 사회적 의제를 논의하는 주요한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토론 프로그램이 진정한 공론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제기된 비판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연구가 뒷받침되 어야 하며, 이에 대한 방송 관계자들의 숙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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