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성인들은 청소년 문화가 하위 문화의 특성을 띠고 있으며, 성인 문화에 비해 미숙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성인 문화가 생산적 노동 관습에 순응하고 책임감을 갖는 데 비해, 청소년 문화는 소비에 열중하고 쾌락 추구적이며 기존 가치를 거부하려는 무책임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청소년을 경계에 놓인 존재이자 ‘정상적인’ 문화로 계도해 가야 할 대상이라고 여긴다. 반면 이러한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청소년이 그 나름의 원칙과 질서에 따라 사는 독립적인 존재이므로 그들의 문화도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소년 문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러한 견해 차이는 청소년이 과연 고유한 문화를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사회가 받아들일 만한 가치 있는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서로 다른 전망에서 비롯된다. 현상적으로는 청소년 문화의 독자성을 말하기는 아직 이른 것처럼 보 인다. 하지만 청소년의 행동 양식 속에는 그들 자신의 문화 를 만들어 내려는 의미 있는 시도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길거리 문화’이다.


청소년의 길거리 문화는 청소년이 길거리에서 누리는 생활을 근간으로 한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많은 시간을 가정과 학교에서 보내지만 여가 시간은 길거리라는 공간 속에서 걷고, 만나고, 놀고, 소비하며 보낸다. 이때 ‘길거리’는 사람이 다니는 길이나 차량이 다니는 거리만이 아니라 광장이나 공원, 음 식을 먹을 수 있는 곳,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게임을 할 수 있는 곳, 각종 공연이나 문화 예술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을 포함하는 공간 개념으로 사용된다.


학업 부담 때문에 여가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청소년들은 방과 후나 주말, 시험이 끝난 날 등 여유 있는 시간을 잡아 친구들과 함께 길거리로 나선다. 하지만 어떤 단일한 목적이 그들의 행위를 결정짓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패스트푸드 점, PC방, 노래방, 공연장 같은 곳을 전전하는 경우에도 그들의 행위는 특별한 목적이 없어 보인다. 만나서 빈둥거리다가 물건을 구경하고, 웃고 떠들다가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사 먹고, 다시 길거리로 나선다.


청소년들은 왜 이렇게 특별한 목적 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일까?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면, 그들이 길거리로 나서는 것은 학교나 가정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가 아닐까? 그들은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길거리에서 비슷한 나이, 비슷한 차림새의 또래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가운데, 그들은 일시적인 해방감을 느끼고 나아가 자신들만의 연대 의식과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경험이 바람직한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길거리 문화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그들의 유대 관계가 아직까지는 일시적이라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여전히 그들의 문화는 ‘길거리’라는 상황과 결 합되어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청소년들은 길거리 문화를 소비 문화로만 받아들이게 된다. 청소년의 길거리 문화에 대해서 우리가 계도나 관리가 아닌 지지와 여건 조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