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ert Bandura (1925-2021)

 

인간은 보편적인 도덕규범을 알고 있으면서 비도덕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런 비도덕적 행동이 발생하는 원인과 도덕적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데 있어, 자기 조절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도덕교육에 시사점을 주는 현대 심리학 이론들이 있다. 자기 조절은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사고, 감정, 욕구, 행동 등을 바꾸려는 시도인데, 목표를 달성한 경우는 자기 조절의 성공을, 반대의 경우는 자기 조절의 실패를 의미한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이론으로는 앨버트 밴두라의 ‘사회 인지 이론’과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자기 통제 힘 이론’이 있다.

 

밴두라의 사회 인지 이론에서는 인간이 자기 조절 능력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런 특징을 가진 인간은 가치 있는 것을 획득하기 위해 행동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행동한다. 밴두라에 따르면, 자기 조절은 세 가지의 하위 기능인 자기 검열, 자기 판단, 자기 반응의 과정을 통해 작동한다. 자기 검열은 자기 조절의 첫 단계로, 선입견이나 감정을 배제하고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와 관련하여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과 현재 자신의 행동을 감독,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 판단은 목표 성취와 관련된 개인의 내적 기준인 개인적 표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 그리고 자신이 하게 될 행동 이후 느끼게 될 정서 등을 고려하여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동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자기 반응은 자신이 한 행동 이후에 자신에게 부여하는 정서적 현상을 의미하는데,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와 관련된 개인적 표준에 부합하는 행동은 만족감이나 긍지라는 자기 반응을 만들어 내고 그렇지 않은 행동은 죄책감이나 수치심이라는 자기 반응을 만들어 낸다.

 

한편 바우마이스터의 자기 통제 힘 이론은, 사회 인지 이론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인간의 심리적 현상에 대해 자연과학적 근거를 찾으려는 경향이 대두되면서 등장하였다. 이 이론에서 말하는 자기 조절은 개인의 목표 성취와 관련된 개인적 표준,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는 모니터링, 개인적 표준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 동기, 자기 조절에 들이는 에너지로 구성된다. 바우마이스터는 그중 에너지의 양이 목표 성취의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기 때문에 자기 조절에서 특히 에너지의 양적인 측면을 중시한다. 바우마이스터에 따르면, 다양한 자기 조절 과업에서 개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그 양은 제한되어 있어서 지속적으로 자기 조절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 하더라도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인간이 긴박한 욕구나 예외적인 상황을 대비하여 에너지의 일부를 남겨 두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도덕교육에서, 밴두라와 바우마이스터의 자기 조절 개념을 바탕으로 할 때 인간의 비도덕적 행동은 도덕적 행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기 조절에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밴두라에 따르면, 인간은 도덕적 정당화나 책임 전가 등과 같은 자기 면책적 사고로 인해 자기 조절에 실패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자기 판단을 할 때 자기 반응을 예측하는데, 교육 등의 사회화를 통해 내면화한 보편적인 도덕규범인 도덕적 표준을 어겼을 경우 느끼게 될 죄책감을 예측한다면 인간은 자기 조절을 하여 도덕적 표준과 일치하는 행동을 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자기 조절의 성공에 해당한다. 하지만 자기 판단 과정에서 자기 면책적 사고로 인해 죄책감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인간은 도덕적 표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것이며 이것이 곧 자기 조절의 실패에 해당한다. 이에 밴두라는 도덕적 행동이라는 목표에 있어 자기 조절의 성공을 위해 자기 효능감의 신장을 강조한다. 자기 효능감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자기 조절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의미한다. 자신이 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을 통해 자기 효능감이 신장되면 도덕적 행동이라는 목표에 있어서도 자기 조절의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

 

한편 바우마이스터에 따르면, 인간이 자기 조절 과업들에 에너지를 비효울적으로 사용함으로 인해 보편적 도덕규범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개인적 표준에 있어서도 자기 조절에 실패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인간의 에너지는 유한하기 때문에 자기 조절 과업에서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자기 조절 능력이 감소된 상태, 즉 자아 소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이 직후의 자기 조절 과업의 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바우마이스터는 도덕적 행동이라는 목표에 있어서도 자기 조절의 성공을 위해 자기 조절의 자동화를 강조한다. 자기 조절의 자동화는 자기 조절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이전보다 에너지를 더 적게 사용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목표 달성 경험을 포함하는 연습과 훈련을 통한 자기 조절의 자동화로 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게 되면 도덕적 행동이라는 목표에 있어서도 자기 조절의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

 

Roy F. Baumeister (1953- )

 

 

― (출전) 추병완 외, 「윤리교육연구」
@ 2019학년도 4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26~30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