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 편이(이미지 출처, 역사와 우주기술 https://blog.naver.com/notenter9)


20세기 초 미국의 천문학자인 슬라이퍼는 외부 은하의 별빛 스펙트럼을 연구하던 중 ‘적색 편이’ 현상을 발견하였다. 적색 편이란 외부 은하에서 온 별빛의 흡수선들이 적색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일컫는다. 흡수선은 별빛의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검은색 선을 가리킨다. 이 선은 별빛이 별의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대기 중의 원소에 특정 파장의 별빛이 흡수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흡수선의 유형이 같다면 그 별의 대기에 동일한 원소가 있는 것이다.


외부 은하에서 온 별빛의 스펙트럼에 적색 편이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시광선 내의 별빛 스펙트럼은 짧은 파장의 빛일수록 청색, 긴 파장의 빛일수록 적색을 띤다. 그리고 멀어져 가는 빛은 파장이 길어진다. 따라서 별이 지구의 관측 위치로부터 멀어지면 그 별로부터 오는 빛의 파장이 길어지기 때문에 별빛 스펙트럼 내의 흡수선도 적색 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슬라이퍼가 발견한 이 현상은 은하들이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후 허블은 슬라이퍼의 발견을 확인하기 위해 24개의 은하에 대해 연구하였다. 허블은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적색 편이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을 바탕으로, 멀리 있는 은하가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또한 모든 은하가 서로 멀어지고 있음도 밝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우주의 팽창은 별까지의 거리 측정을 통해서도 입증될 수 있다. 거리 측정에는 맥동 변광성이 많이 활용된다. 맥동 변광성은 별의 내부 구조가 불안정하여 팽창과 수축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별을 가리킨다. 별은 팽창하면 밝아지고, 수축하면 어두워지므로 맥동 변광성의 밝기는 주기적으로 ⓐ증감하게 된다.


세페이드 변광성의 밝기 변화를 관측한 사진(출처, 과학은 꿀이다 http://blog.naver.com/iamscience)

 

맥동 변광성의 한 종류인 세페이드 변광성은 밝기 변화의 주기와 실제 밝기 사이에 일정한 비례 관계가 성립한다. ㉠밝기가 변화하는 주기가 긴 별은 실제 밝기가 밝고, 주기가 짧은 별은 실제 밝기가 어두운 것이다. 따라서 밝기가 변화하는 주기가 같은 두 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이 있다면 이 두 별의 실제 밝기는 같은 것이다. 실제 밝기가 같은 두 세페이드 변광성 중 어느 하나가 더 어둡게 보인다면 그 별은 관측자로부터 더 멀리 있는 것이다. 빛의 밝기는 별까지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밝기 변화의 주기가 같으나 4분의 1만큼 더 어둡게 보이는 세페이드 변광성이라면 두 배 더 멀리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여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를 축적해 왔다. 그 결과를 활용하면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마틴 리스,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