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인쇄공인 해리슨은 활자를 세척하던 중 에테르가 증발하면서 손이 차가워지는 데 착안하여, 이를 냉매로 한 냉장고를 개발하였다. 냉장고는 이처럼 액체 상태의 냉매가 기체가 되면서 주위로부터 열을 빼앗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반대로 기체 상태의 냉매가 다시 액체로 바뀔 때는 열을 방출한다. 냉장고 뒤에 있는 파이프들은 이 열을 식히는 장치이다. 그래서 냉장고에는 냉매와 파이프, 그리고 모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에 일반 냉장고와는 달리 이런 장치가 없는 냉장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신 이 냉장고에는 ‘열전반도체’가 있다.


열전반도체는 전자(음전하)가 많은 N형 반도체와 정공(양전하)이 많은 P형 반도체를 붙여 만든 것이다. 열전반도체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N형 반도체에 있는 전자는 전원의 양극(+)으로, P형 반도체에 있는 정공은 음극(-)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전자나 정공이 이동하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가 접합된 부분에서 열을 흡수한 다음에, 다른 접합 부분에서 열을 방출하게 된다. 그러면 한쪽 접합부는 차갑고, 다른 한쪽 접합부는 뜨겁게 된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한 냉동을 열전 냉동이라 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금속을 연결한 후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두 금속의 접합부에서 열이 발생하거나 흡수되는 ‘펠티에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위의 그림에서처럼 열전반도체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N형 반도체의 전자는 ㉮ 부근에서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왜냐하면 전자는 전류의 반대 방향인 전원의 양극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P형 반도체에 있는 정공은 ㉯ 부근에서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왜냐하면 정공은 전원의 음극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의 접합부 ㉮와 ㉯는 열을 빼앗겨 차갑게 되는 반면에, 다른 접합부인 ㉱와 ㉲는 뜨겁게 된다.


한편 온도차를 이용하면 열전반도체로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다. 열전반도체의 한쪽에 열을 가해 다른 쪽과 온도 차를 만들면 고온부에 있는 전자 및 정공은 저온부에 있는 것보다 높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전자와 정공은 온도가 낮은 저온부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면 전자의 이동과 반대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처럼 열전반도체를 이용하여 전류를 얻는 발전을 열전 발전이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전류는 온도차와 비례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금속을 연결한 후 접합부에 가열하면 전류가 발생하는 ‘제벡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펠티에 효과나 제벡 효과를 열전현상이라고 하는데, 이 열전현상은 1800년대에 발견되었으나 효율이 낮아 별로 이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열전반도체의 개발로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열전반도체는 기존 시스템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온도의 유지나 조절을 정확히 할 수 있다. 또한 열전반도체를 이용한 시스템은 진동이나 소음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부품이 적어 작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환경 친화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 이대형, ‘열전반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