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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년간 인류는 낮의 밝은 자연광 아래서 일하고 밤에는 자는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전등이 보급되면서 밤에도 낮과 똑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전등이라고 부르는 인공 조명은 빛의 조도 조절, 야간 조명, 기후나 기상에 따른 변화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인공광은 생리적 반응에 있어서 자연광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시각적 적응 능력을 필요로 하며, 자연 채광이 차단된 밀폐된 공간에서는 상황 판단에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인공광은 변하는 주광*과 달리 시간의 제약 없이 빛의 밝기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지만, 인간의 건강과 안락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왜냐하면 눈과 자율신경을 통한 인간의 정신적․생리적 삶의 리듬은 일별, 월별로 변화하는 주광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각은 인공광보다는 주로 주광에 익숙한 상태이며, 인간의 활동성은 주광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인간이 거주하는 실내는 주광에 의해 충분한 밝기가 확보되어야 하며, 인위적인 실내 공간이지만 폐쇄적이지 않고, 실외 자연과 연속된 느낌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점  선: 책상의 높이 

*세로축: 주광률(책상에 비추는 주광의 양)

*가로축: 창에서부터의 거리



실내 공간의 조도(밝기) 분포는 창의 위치에 영향을 받는다. 그림 ㉮, ㉯, ㉰는 창의 위치에 따른 실내의 주광률 변화이다. 주광률은 실외 밝기에 대한 실내 밝기의 비율을 의미하며, 빛이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하게 들어온다고 가정할 때, 위의 그림처럼 주광률 분포가 나타난다. 창의 위치가 ㉮처럼 아래에 있을 경우 창가의 주광률은 상당히 높지만 창에서 멀어짐에 따라 급격히 주광률이 감소하여 실내 공간에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이 형성된다. 왜냐하면 창 가까운 곳에만 빛이 들어오고 창에서 멀어짐에 따라 실내에 도달하는 빛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럼 창의 위치가 높아지면 빛이 실내 깊숙이까지 입사하여 창 가까운 곳과 먼 곳의 주광률 차이가 ㉮보다 줄어든다. ㉰의 경우는 창 바로 아래쪽은 빛이 들어오는 양이 ㉮, ㉯ 창에 비해 적어 조금 어두울지 몰라도 창에서 멀어짐에 따라 주광률이 다소 상승하여 실내 공간의 주광률이 비교적 균일하게 된다.


이와 같은 원리로 ㉠마주보고 있는 양쪽 벽에 창이 설치된 경우는 한쪽 벽에만 창이 설치된 경우보다 주광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주광률이 좀 더 균등하게 분포된다. 양쪽 창인 경우 실내의 중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위치에서 밝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창의 설치 위치에 따라서 공간의 전체 주광 상태가 달라지는 것이다.


*주광(晝光): 태양광선에 의한 낮 동안의 빛 또는 그런 밝음.


― 이민석, ‘자연광과 건축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