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es e-nose ⓒ The Daily Dot

인간의 감각을 흉내 내는 기술들은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그러나 다른 감각에 비해 후각은 아직 정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은 ‘전자코(electronic nose)’라는 기계를 발명하면서 후각의 신비에 도전하고 있다. 


1980년대 연구자들은 전류가 흐르는 센서에 어떤 기체분자가 닿을 경우 센서의 전기 저항값이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저항값의 변화를 적당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분석해 좌표상의 한 점으로 변환하면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그 기체분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 과정이 마치 사람의 코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슷해 ‘전자코’라는 장치를 만들게 된 것이다.


바로 위 단락을 참고하여 '전자코가 인삼 향기를 인식하는 과정'을 묻는 문제에서 제시한 그림.


하지만 인간의 후각은 이보다 매우 정교하다. 콧속 천장에 있는 후각상피라고 불리는 부분은 콧구멍을 통해 흘러 들어온 냄새분자를 감지하는 곳으로, 후각상피세포의 표면에는 냄새분자를 감지하는 약 1천 가지의 냄새수용체 단백질이 있다. 이 수용체로 사람은 1만 가지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데 반해, 최근 발표된 전자코의 냄새수용체 센서도 아직 십여 종에 불과하다.


최초의 상업적인 전자코는 1993년에 나왔는데 여기에는 일련의 금속산화물이 냄새센서로 쓰였다. 6~12가지 센서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데이터로 처리하여 좌표상의 한 점으로 변환하는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이후에는 센서의 재료로 플라스틱을 활용했으나 전기를 전도하는 플라스틱의 수가 많지 않아 감지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수가 제한돼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최근 한 연구팀은 새로운 방식의 전자코를 개발했다. 감지재료로 보통의 플라스틱에 탄소 입자를 섞는 방식을 이용하여 전기가 전도되도록 한 것이다. 즉 다양한 플라스틱을 사용해 여러 화학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자코가 실용화된다면 그 쓰임새는 매우 다양할 것이다. 사람의 코는 매우 우수하지만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며 냄새의 강도를 수치로 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냄새가 얼마만큼 변하는지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전자코가 사람의 코를 대신할 수 있는 ㉠진정한 ‘인공코’가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의 전자코는 사람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물질과는 종종 반응하는 반면, 냄새가 강해 사람이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는 농도인데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센서의 감도는 대체로 1ppm(1백만분의 1) 내외로 사람의 후각에 훨씬 뒤떨어져 있다. 또 지금까지 개발된 센서 중 실제로 응용할 만한 것은 수십 종에 지나지 않는다. 센서가 되기 위해서는 휘발분자와 결합할 때 그 결합이 일시적이어야 하고 센서분자가 변형되면 안 되며, 같은 분자에 대해서는 언제 측정해도 똑같은 신호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 백종민, 「맥스웰의 스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