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후설 (4)

독서/예술

메를로퐁티와 로댕(2017, 고3, 10월)*

ⓐ저명한 프랑스의 현대 조각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조각이 시각적인 예술이라는 통념을 거스른다. ‘생각하는 사람’은 작가가 청동 자체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표면이 거칠며 시각적으로 완벽한 실루엣을 보여 주지 않는다. 이에 따라 ‘생각하는 사람’을 마주한 감상자는 표면의 거친 질감 자체를 경험하게 된다. 시각적인 조각 작품을 대한 감상자가 거친 표면에 반응한다는 것은 조각이 오직 ‘눈’을 위한 예술이 아닌 ‘몸’을 위한 예술로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표면의 질감에 반응하는 촉각적 경험은 눈과 손, 코와 귀 등이 총체적으로 얽혀 있는 우리의 ‘몸’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품 경향은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몸(corps)의 철학’을 생각나게 한다. 메를로퐁티는 모든 경험은 인간의 몸..

독서/인문

주체 개념의 비판(2015, 고2, 9월)*

독일의 철학자 후설(Edmund Husserl)이 말하는 ‘의식 주체’는 서양 근대 철학의 형이상학적 사고방식을 잘 보여준다. 후설에 의하면 의식 주체는 다른 것의 도움 없이 스스로 존재하는 것, 즉 현존하는 것이며, 사유의 대상인 객체에 비해 우월하며 본질적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의식 주체인 정신은 곧 ‘나’의 본질로, 그 자체로 완전하고 절대적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자기 동일성을 지닌 것으로 ㉠ 간주된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은 이원 대립적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주체와 객체가 우열 관계 내지 착취 관계에 있다고 보아 객체에 대한 주체의 지배를 정당화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주체 개념의 정립이 17, 18세기 자본주의의 소유 이론과 맞물려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와 같은 이원 대립과 ..

독서/인문

체험적 시간관(2016, 고2, 11월)*^

음악을 듣는다고 가정해 보자. 제2음이 울릴 때 직전에 제1음이 울렸던 순간은 과거일까? 현재일까? 이에 대해 과학적 시간관에서는 현재는 과거나 미래와 단절된 점(點)과 같은 순간이므로 과거라고 답할 것이다. 반면 체험적 시간관에서는 ‘현재의 지평’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현재라고 답한다. 체험적 시간관을 확립한 후설(Husserl)에 따르면 현재가 ‘파지-원인상-예지’라는 지평을 갖게 됨으로써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이 함께 생생하게 지각되는데, 이를 '현재화’ 작용'이라고 한다. 원인상은 음을 듣는 것처럼 대상을 지각하는 순간에 의식된 근원적 인상을 말한다. 그런데 제2음을 듣는 순간 직전에 들은 제1음은 변양된 형태로 여전히 의식 속에 남아 있다. 이처럼 원인상을 의식 속에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이 파지..

독서/인문

소크라테스의 패러독스에 대한 하이데거의 답(2008, 고3, 4월)

소크라테스가 한 젊은이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질문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진리를 알지 못하는 우리는 어떻게 해서 진리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것일까?” 소크라테스는 우리의 영혼이 천상의 이데아계에서 진리를 배웠지만 지상에서 삶을 얻으면서 진리를 망각하게 되었으며, 그럼에도 진리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천상에 이데아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우리 현대인에게 소크라테스의 설명은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패러독스(paradox)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것일까.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런 패러독스에 답하는 형식으로 사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