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유교 (12)

독서/인문

유교 독존의 시대를 연 육가의 사상(2022, 6월모평)

전국 시대의 혼란을 종식한 진(秦)은 분서갱유를 단행하며 사상 통제를 ⓐ 기도했다. 당시 권력자였던 이사(李斯)에게 역사 지식은 전통만 따지는 허언이었고, 학문은 법과 제도에 대해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전국 시대의 『순자』처럼 다른 사상을 비판적으로 ⓑ 흡수하여 통합 학문의 틀을 보여 준 분위기는 일시적으로 약화되었다. 이에 한(漢) 초기 사상가들의 과제는 진의 멸망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기초한 안정적 통치 방안을 제시하며, 힘의 지배를 ⓒ 숭상하던 당시 지배 세력의 태도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과제에 부응한 대표적 사상가는 육가(陸賈)였다. 순자의 학문을 계승한 그는 한 고조의 치국 계책 요구에 부응해 『신어』를 저술하였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진의 단명 원인을 가혹한 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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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와 상도(2022, 고3, 4월)

도덕적 규범을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여 실천할 때,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유학에서는 이런 문제를 ‘상도(常道)’와 ‘권도(權道)’로 설명하고 있다. 상도는 일반 상황에서의 원칙론으로서 지속적으로 지켜야 하는 보편적 규범이고, 권도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상황론으로서 그 상황에 일시적으로 ⓐ 대응하는 개별적 규범이다. 도(道)는 인간 존재의 형이상학적 원리와 인간이 생활 속에서 따라야 하는 행위 규범을 동시에 담는 개념이다. 상도는 도를 인간의 도덕적 원리로 연결한 인(仁), 의(義), 예(禮)와 같은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도덕규범이다. 상도를 근거로 상황 변화에 알맞게 대응할 때 도가 올바르게 구현될 수 있는데, 이때 권도가 필요할 수 있다. 맹자는 권도를 일종의 도덕적 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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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의 법제 개혁론(2017, 6월모평)*

유학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통해 성인(聖人)이 되기 위한 학문으로 성학(聖學)이라고도 불린다. ‘수기’는 사물을 탐구하고 앎을 투철히 하고 뜻을 성실하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자신을 닦는 일이며, ‘치인’은 집안을 바르게 하고 나라를 통치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기치인을 통해 하늘의 도리인 천도(天道)와 합일되는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바로 ‘성인’이다. 이러한 유학의 이념을 적극 수용했던 율곡 이이는 수기치인의 도리를 밝힌 『성학집요』(1575)를 지어 이 땅에 유학의 이상 사회가 구현되기를 소망했다. 율곡은 수기를 위한 수양론과 치인을 위한 경세론을 전개하는데, 그 바탕은 만물을 ‘이(理)’와 ‘기(氣)’로 설명하는 이기론이다. 존재론의 측면에서 율곡은 ‘이’를 형체도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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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의 수양론(2015, 고2, 11월)*

유교에서 ‘성인’은 인간이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순자는 누구나 ㉠ ‘심(心)’을 수양하면 이러한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수양론에는 인간이 이상적 상태에 이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 경주(傾注)해야 하는지가 제시되어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심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알아야 한다. 순자에 따르면 심은 도덕적 행위의 기준이 되는 ‘도(道)’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주체이다. 즉 심은 인간의 욕망을 다스려 인간이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은 불안정하여 외부 사물에 방해를 받아서 ⓑ 편견(偏見)에 빠지기 쉽다. 인간의 심이 편견에 빠지면 도를 제대로 보지 못해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주체가 되지 못한다. 순자는 이렇게 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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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理)와 기(氣)에 대한 이론들(2017, 고2, 6월)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도덕적이고 규범적이며 사람다운 삶을 강조하는 성리학을 받아들였다. 성리학은 우주의 근원과 질서, 그리고 인간의 심성과 질서를 ‘이(理)’와 ‘기(氣)’ 두 가지를 통 해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세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성리학을 ‘이기론’ 또는 ‘이기 철학’이라고도 부른다. 성리학에서 일반적으로 ‘이’는 만물에 ⓐ 내재하는 원리이고, ‘기’는 그 원리를 현실에 드러내 주는 방식과 구체적인 현실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기’를 통해서 드러난다. ‘이’는 언제 나 한결같지만 ‘기’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존재하므로, 우주 만물의 원리는 그대로지만 형체는 다양하다. 이러한 ‘이’와 ‘기’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성리학자들이 현실을 해석하고 인식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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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 실천적 책임의 윤리학(2013, 고3, 10월B)

(가) 정약용 유학 사상의 핵심은 주체의 자유의지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측은지심(惻隱之心)처럼 인간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도덕 감정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주체의 자율적 의지나 결단을 통해서만 도덕 감정도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나) 선천적인 도덕 감정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정약용은 주희의 논의를 수용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 자체를 선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주희로부터 벗어나 있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 인간에게는 항상 측은지심이라는 동정심이 생기는데, 주희는 이 측은지심이 인간 본성의 실현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그에게는 측은지심이 마지막 결과이고 인간 본성이 원인이 되는 셈이다. 이와 달리 정약용은 측은지심을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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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덕’과 ‘친민’에 대한 주희와 정약용의 해석(2013, 9월모평B)

고대 중국에서 ‘대학’은 교육 기관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을 전하고 있는 책이 『대학』이다. 유학자들은 『대학』의 ‘명명덕(明明德)’과 ‘친민(親民)’을 공자의 말로 여기지만, 그 해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경문 해석의 차이는 글자와 문장의 정확성을 따지는 훈고(訓詁)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석자의 사상적 관심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희와 정약용은 ⓐ‘명명덕’과 ‘친민’에 대해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 주희는 ‘명덕(明德)’을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는 마음의 밝은 능력으로 해석한다. 인간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명덕을 지니고 있어서인데 기질에 가려 명덕이 발휘되지 못하게 되면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도덕 실천을 위해서는 명덕이 발휘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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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유학자들이 인간을 파악하는 기본 입장(2011, 고3, 4월)

동아시아 사회에서 강한 집단주의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동아시아 사회의 사상적 기반인 유학 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집단주의 문화와 유학 사상, 이 둘 사이의 관계를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선진(先秦)유학*의 경전에 나타난, 유학자들이 인간을 파악하는 기본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유학자들은 인간을 사회적 관계체(關係體)로 파악했다. 이들은 인간을 부모와 자식, 군주와 신하,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이, 친구와 친구 사이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보아, 사회관계를 떠나서는 인간의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개인을 사회관계 속의 ‘역할ㆍ의무ㆍ배려의 복합체’로 보는 입장으로 이어졌고, 유학자들은 개인이 수행하는 대부분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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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와 선비 정신(2010, 고3, 7월)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정립한 조선 시대에 들어오면서, 선비는 사회의 지도 계층으로서 그 지위가 확립되었다. ‘선비’라는 말은 ‘사대부(士大夫)’의 신분에 속하면 아무에게나 붙여 주는 것이 아니라, 학식과 덕망을 갖춘 인물에게 존경의 뜻을 실어서 부르는 호칭이다. 그러므로 ‘선비’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갈고 닦은 학문과 수양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비는 벼슬길에 나가든 산림에 은거하든 상관없이 항상 자신을 선비로서 다듬어야 하는 임무를 지닌다. 선비는 조정에서 임금의 정치를 보좌할 때 선비다운 기개를 발휘하여, 권세와 지위를 이용한 부당하고 불법적인 태도에 맞서, 그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어야 한다. 혹 벼슬하려는 뜻을 버리고 산림(山林) 속에 은거하여 ‘처사(處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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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택선고집, 신독, 충서(2010, 고3, 4월)

‘성(誠)’은 하늘의 도리이며, 인간은 하늘의 도리인 성실함을 본받으려고 노력하는 존재이다. 유학에서 제시한 ‘택선고집(擇善固執)’은 개인의 내면적 충실을 강조한 인격 수양의 한 방법으로 하늘의 도리인 ‘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택선’이란 선(善)을 택하는 것이고, ‘고집’이란 그것을 굳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선을 선택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내재한 본성을 자각하는 인식의 단계를 의미하고, 굳게 지킨다는 것은 자각한 본성을 행동에 옮기는 실천의 단계를 뜻한다. ‘신독(愼獨)’도 개인의 내면적 충실을 강조한 유학의 덕목으로,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하고 언행을 삼가는 것이다. 『대학』에서 ‘이른바 뜻을 성실하게 한다.’라는 것은 자기를 속이지 않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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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행론(知行論)(2009, 수능)

조선 성리학자들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지(知)와 행(行)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은 특히 도덕적 실천과 결부하여 지와 행의 문제를 다루었는데, 그 기본적인 입장은 ‘지행병진(知行竝進)’이었다. 그들은 지와 행이 서로 선후(先後)가 되어 돕고 의지하면서 번갈아 앞으로 나아가는 ‘상자 호진(相資互進)’ 관계에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만물의 이치가 마음에 본래 갖추어져 있다고 여기고 도덕적 수양을 통해 그 이치를 찾고자 하였다. 18세기에 들어 일부 실학자들은 지행론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였다. 홍대용은 지와 행의 병진을 전제하면서도, 도덕적 수양 외에 사회적 실천의 측면에서 행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용 후생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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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유가의 '관계의 안' 팽창(2008, 고3, 7월)

공자·맹자·순자로 대표되는 고대 유가(儒家)들은 사회의 개선과 현실의 구원을 고민하면서 도덕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사회는 자신을 둘러싼 ‘관계의 안’을 확장시켜 공동체와 일체를 이루는 사회였다. 그런데 이러한 도덕적 이상사회에 대한 꿈은 현실의 욕망에 부딪히면서 실현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을 배척하고 약탈하는 소인들의 창궐로 ‘관계의 안’은 축소․고립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고대 유가들은 사적 이익의 추구라는 개인적 욕망에 대해 해명할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고대 유가들은 인간의 욕망을 자연적인 사실로 인정했다. 또 그들은 학문 추구와 도덕적 삶의 즐거움에 대한 욕망도 실재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대 유가들은 자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