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사진 (9)

독서/기술

사진의 사실성 논쟁과, 사진기의 주요 장치(2018, 고3, 3월)#

우리는 초상화보다는 초상 사진이 더 사실적이라고 느낀다. 회화에 비해 사진이 더 사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사진이 기계적 장치에 의해 대상을 정확히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점이나 노출을 조절하여 대상을 변형시킨 사진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사진이 사실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해 여러 사진 미학 이론에서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이런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진기의 주요 장치인 초점 조절 장치, 조리개, 셔터 등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점 조절 장치는 렌즈와 필름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여 피사체의 상을 필름 면에 맺게 한다. 이 장치에는 렌즈와 관련한 광학 원리가 적용된다. 사진기 렌즈는 중심보다 가장자리가 더 많이 굽은 볼록 렌즈인데, 렌즈 면이 굽을수록 더 많이 굴절되므..

독서/예술

개념미술의 오브제 활용(2016, 고3, 4월)

모더니즘 예술가들은 예술의 순수성과 독자성을 강조하여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양식이나 이미지 ⓐ차용을 거부했다. 이와 달리 개념미술가들은 예술적 메시지의 전달을 위해 통속적이라 인식되었던 기성품들까지 작품의 오브제*로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예술 작품과 다른 양식의 작품을 창조했다. 특히 볼탕스키는 비전문가가 사적 일상이나 행사를 기록할 목적으로 찍은 아마추어 사진을 자신의 작품에 오브제로 사용하여 전시 공간으로 옮김으로써 새로운 미적 기능을 가지게 했다. 볼탕스키가 아마추어 사진을 오브제로 활용한 것은 그것이 갖는 특징인 이데오그램과 소시오그램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데오그램은 사회가 공유하는 사진의 ⓑ전형적 스타일을 의미하는데, 아마추어 사진에서의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 고정된 시선, 상황에 따른 정형화된..

독서/예술

회화주의 사진을 추구했던 스타이컨(2015, 9월모평AB)

사진은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근대 문명이 만들어 낸 기술적 도구이자 현실 재현의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점차 여러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연출된 형태로 찍거나 제작함으로 써 자기의 주관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였다. 이들은 빛의 처리, 원판의 합성 등의 기법으로 회화적 표현을 모방하여 예술성 있는 사진을 추구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사진 작품들을 회화주의 사진이라고 부른다. 스타이컨의 (1902년)은 회화주의 사진을 대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에서 피사체들은 조각가 ‘로댕’과 그의 작품인 와 이다. 스타이컨은 로댕을 대리석상 앞에 두고 찍은 사진과, 청동상 을 찍은 사진을 합성하여 하나의 사진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제작된 사진의 구도에서 어둡게 나타난 근경에는 로댕이 과 ..

독서/예술

픽토리얼리즘 ➔ 스트레이트 포토 ➔ 디지털 픽토리얼리즘(2013, 고3, 7월B)

19세기 초에 등장한 사진은 2차원 평면 위에 현실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회화와 비슷하지만 광학과 화학 등 기술적 특성을 지니기에 예술과 기술의 모호한 경계선상에 위치하였다. 처음의 사진은 회화의 보조적 역할을 하는 정도로 인식되었으나, 19세기 후반에 ‘픽토리얼리즘’이 등장하면서 사진으로서 독자적 예술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픽토리얼리즘은 사진도 회화와 같은 예술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출발하였다. 픽토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작가들은 사진의 복제성을 포기하고 회화의 속성인 수공적 방법을 끌어들여 예술적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회화적 구현의 방식으로 사진의 초점을 흐리게 하거나 인화 방식을 다양하게 하는 등의 방식을 사 용했던 것이다. 20세기 초, 사진이 갖는 기술적 특성인 기록성에 더..

독서/예술

이차 프레임(2012, 6월모평)

프레임(frame)은 영화와 사진 등의 시각 매체에서 화면 영역과 화면 밖의 영역을 구분하는 경계로서의 틀을 말한다. 카메라로 대상을 포착하는 행위는 현실의 특정한 부분만을 떼어 내 프레임에 담는 것으로, 찍는 사람의 의도와 메시지를 내포한다. 그런데 문, 창, 기둥, 거울 등 주로 사각형이나 원형의 형태를 갖는 물체들을 이용하여 프레임 안에 또 다른 프레임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기법을 ‘이중 프레이밍’, 그리고 안에 있는 프레임을 ‘이차 프레임’이라 칭한다. 이차 프레임의 일반적인 기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화면 안의 인물이나 물체에 대한 시선 유도 기능이다. 대상을 틀로 에워싸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효과가 있으며, 대상이 작거나 구도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을 때도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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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킹 포토그래피(2012, 고3, 4월)

실제 대상을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기존의 사진과는 달리, ‘메이킹 포토그래피’(Making Photography)는 콜라주* 기법이나 설치 미술 또는 회화적 요소를 활용하여 대상을 변화시키거나 아예 처음부터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찍은 사진을 말한다. 이는 1980년대 들어 포스트모더니즘 미술과 함께 본격적으로 전개된 하나의 사진 예술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메이킹 포토그래피 작품을 만든 작가로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있다. 그의 작품 ㉠는 많은 사진들로 구성된 콜라주 작품이지만 그 구성이 자연스러워 마치 고속도로가 있는 어떤 장면을 한 시점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작품을 구성하는 사진들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서로 다른 시점에서 찍은 사진들을 이어나가면서..

독서/예술

사진가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눈(2010, 고3, 3월)

사진은 회화처럼 화가가 붓을 들고 종이를 메워 나가거나, 조각처럼 정과 망치를 들고 돌을 깎아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카메라를 포함한 기계적 장치와 사진가의 선택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 찰나의 순간에 기록된 이미지에는 사진을 사진답게 만드는 사진만의 특성이 담겨 있다. 사진은 어느 화가의 작품보다도 높은 해상력을 가지며, 어떤 장르의 예술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사실적으로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에서 사진이 과연 예술인가 하는 물음이 제기된다. 제작 과정에서 기계의 역할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과 작가가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예술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다음 그림을 보자. 이 그림의 예를 통해서 볼 수 있듯, 카메라는 렌즈 앞에..

독서/예술

사진의 추상화(2007, 고3, 10월)

한때 사진은 기록성을 고유한 특성으로 삼았다. 다른 예술 매체와 구분되는 사진 매체의 존재 이유를 기록성에서 찾기도 했다. 사진이 기록성을 고유한 특성으로 삼게 된 것은 결코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숙명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 사진은 기록성에서 벗어나 점차 추상화되어 가고 있다. 사진이 추상화되어 간다는 것은 사진 매체의 특성으로 볼 때 모순적 현상이다. 다른 모든 예술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든지 작품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체적 사물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사진은 구체적 사물을 전제하고서야 작품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사진은 추상화되어 가고 있는가? 사진은 구체적인 사물을 담는 매체이지만 사진이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 곧 작가의 생각이나 느낌은 추상적 관념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추상적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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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관계를 맺는 통로, 사진(2004, 고3, 3월)

사진이란 시간을 정지시킨 기록물이다. 정지된 시간은 카메라의 셔터가 찰칵거리는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진 속에 포착된 시간은 과거의 모든 인과 관계를 담고 있다. 우리는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에티오피아 어린이의 사진을 보면서 그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굶었을까를 생각하고, 전쟁터에 쓰러진 병사의 사진을 보면서는 그 이전에 있었을 참혹한 전쟁의 상황과 병사의 고통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사진은 과거를 향해 열린 창이며 우리는 그 창을 통해 정지된 시간 이전의 사연들을 들여다본다. 사진은 세계의 이미지를 담은 기록물이다. 모든 초상화가 그렇듯이 사진으로 찍힌 그 시간은 사진이 없어질 때까지 하나의 기호 형태로 저장된다. 또한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기호들처럼 사진도 심리적인 특성들을 갖는다.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