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고전수필 (2)

문학/고전산문

이숭인, 「상죽헌기」(2016, 고2, 11월)

(다) 그러다가 금년 가을에 상인(上人) * 이 산에서 내려왔으므로, 내가 그를 보고는 너무 기뻐서 하루 종일 붙들어 두었는데, 그 때 상인이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어 보여 주면서 말하기를, “내가 나의 초당을 상죽(霜竹)이라고 이름하고는 육우(六又) 김비판(金祕判)에게 청하여 큰 글자를 써서 현판으로 걸었다. 앞으로 상죽에 대한 시가(詩歌)를 천신(薦紳)들 사이에서 구하려고 하니, 그대가 기문(記文)을 써주면 좋겠다.” 내가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긴 하였지만, 나를 초목에 비유한다면 저력(樗櫟)이나 포류(蒲柳)일 따름이니, 어떻게 감히 우리 상인의 초당에 기문을 쓸 수가 있겠는가. 비록 그렇긴 하지만 상인이 일단 나를 비루하게 여기지 않았고 보면, 내가 또 어떻게 들은 것을 가지고 고해 주지 않을 수가 ..

문학/고전산문

장유, 「곡목설」(2018, 고2, 3월)

이웃에 있는 장생이란 사람이 집을 지으려고 하여 산에 들어가 재목을 찾았으나, 빽빽이 심어진 나무들은 대부분 꼬부라지고 뒤틀려서 용도에 맞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산꼭대기에 한 그루가 있었는데, 앞에서 보아도 곧바르고 좌우에서 보아도 역시 곧기만 했다. 때문에 쓸 만한 좋은 재목으로 생각하고는 도끼를 들고 그쪽으로 가 뒤에서 살펴보니, 구부러져 있는 나무였다. 이에 장생은 도끼를 내던지고 탄식했다. “아, 나무 가운데 재목이 될 만한 것은 보면 쉽게 살필 수 있고, 고르면 쉽게 가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무의 경우는 내가 세 번이나 살폈어도 쓸모없는 재목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구나. 그러니 하물며 사람들이 외모를 그럴 듯하게 꾸미고 속마음을 깊게 숨기는 경우에 있어서랴! 그 말을 들으면 그럴듯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