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장자, (우) 왕충 (이미지 출처: 한겨레)

 

 

노자는 도(道)란 개체들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 맺음을 가능하게 하는 최고의 원리로, 개체들 이전에 도(道)가 미리 존재한다고 보았다. 이와 달리 장자는 『제물론』에서 도(道)는 개체들의 활동을 통해 사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는 사람들이 걷는 길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 길로 걸어다녔기 때문에 생겨난 것처럼, 도(道) 역시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개체들 사이의 관계의 흔적, 혹은 소통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장자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도 도(道)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입장을 ⓐ 지녔다. 그는 사람들이 어떤 대상에 이름을 붙이고 이를 통해 대상을 구분할 때, 대상을 구분하는 이름은 대상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속성에 따라 명명되는 것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연결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즉, 대상과 이름 사이의 관계는 특정 공동체의 관습적인 언어 사용에 의해 사람들에게 각인되고, 그 결과 대상들이 마치 실제 로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 여겨졌을 뿐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자는 ㉠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부여한 이름은 본질적으로 그 대상의 속성과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도(道)가 사후에 생성된다는 장자의 주장처럼, 왕충은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의 의미 역시 사후에 결정되며 ‘하늘의 뜻’과 같이 자연 세계의 질서를 지배하는 원리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당시 사람들은 하늘의 뜻이 미리 정해져 있기에 인간은 하늘의 뜻을 따라야 하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가뭄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왕충은 『논형』을 통해 자연재해가 인간을 비롯한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재해는 하늘의 뜻에 따라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순환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런 점에서 인간이 하늘의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왕충은 하늘의 작용이 우연히 나타나는 현상인 것처럼 사람의 삶도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벼슬하느냐 못 하느냐는 한 사람의 재능에 ⓒ 달린 것이 아니라, 같은 수준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만나는 시대에 따라 출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재능을 알아 주는 군주를 만나지 못하면 등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 2023학년도 7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4~9번 (가)

(출전) 강신주, <철학 대 철학>

 

○ 다음 지문과 함께 출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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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형성의 우연성을 주장한 루크테리우스와 알튀세르(2023, 고3, 7월)

플라톤은 사물보다 사물의 의미가 미리 존재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사물에는 그것을 만든 ‘제작자’가 부여한 ‘필연적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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