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이전의 회화에서는 일정한 비례나 법칙이 없이 가까이 있는 사물은 크게, 멀리 있는 사물은 작게 그리는 자연적 원근법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15세기 르네상스 회화에서는 눈에 보이는 장면을 정확하게 재현하려 했다. 이를 위해 르네상스 화가들은 자연적 원근법과 달리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적용한 투시 원근법으로 대상을 표현하였다.

 

1435년 알베르티는 『회화론』에서 광학의 원리에 ⓑ기초한 투시 원근법을 소개하였다. 화가가 상자를 바라보고 있고, 화가의 눈과 상자 사이에 유리판이 놓여 있다고 하자. 눈과 사물 위의 한 점을 직선으로 연결한 선을 시선이라고 하고, 시선이 유리판과 만나는 점을 사영이라고 한다. 상자의 각 점의 사영들을 모아 생기는 상이 화가의 눈에 비친 상자의 상이기 때문에 눈과 사물 사이의 유리판은 곧 화면이 된다. 알베르티는 ㉠유리판에 들어온 사물의 상을 그대로 그린다면, 그림 속의 인물이나 물체 등이 실제 모습과 비례하게 된다고 보았다.

 

실제로 평행한 두 선을 투시 원근법으로 그린 그림에서는 두 선이 한 점에서 모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점을 소실점이라고 하는데, 투시 원근법은 소실점의 개수에 따라 한 점 투시 원근법, 두 점 투시 원근법, 세 점 투시 원근법으로 나뉜다. 아래 <그림 1>의 투시도는 철로를 ㉡한 점 투시 원근법으로 그린 것으로, 투시도의 구현 원리는 평면도와 상승도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림 1>

 

철로의 평면도는 화가의 눈, 화면, 철로를 위에서 내려다볼 때, 철로의 각 점이 화면에 어떻게 사영되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다. 화면과 수직으로 만나는 시선을 중앙선이라고 하는데, ㉢이 중앙선이 철로와 평행하다고 하자. 또 눈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받침목의 맨 왼쪽 점 A를 연결하는 시선이 화면과 만나는 점을 A′, 맨 오른쪽 점 B를 연결하는 시선이 화면과 만나는 점을 B′라고 하자. 그렇게 되면 선분 AB의 상은 선분 A′B′가 된다. 이런 식으로 다른 받침목들도 그리다 보면 받침목이 화면에서 멀어질수록 상의 길이가 작아지며, 양쪽 선로를 따라 점들이 멀어질수록 화면의 상들은 ㉣하나의 점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상승도를 보자. 상승도는 화가의 눈, 화면, 철로를 옆에서 본 그림이다. 철로가 놓인 바닥면을 기준으로 볼 때 ㉤중앙선은 바닥면과 평행하다고 하자. 눈에서 가장 가까운 받침목의 양 끝점 A와 B는 바닥으로부터 같은 높이에 있기 때문에 상승도에서 A′와 B′는 하나의 점으로 화면에 표시된다. 다른 받침목도 이와 마찬가지다.

 

철로의 평면도와 상승도를 종합하면 투시도를 ⓒ완성할 수 있다. 투시도를 그릴 화면 위쪽에 평면도를, 화면 왼쪽에 상승도를 놓는다. 그리고 평면도의 중앙선을 아래로 연장하고, 상승도의 중앙선을 오른쪽으로 연장하면 투시도의 한 점에서 만나게 된다. 투시도에서 점 A′의 위치는 평면도의 점 A′로부터의 수직선과 상승도의 점 A′로부터의 수평선이 만나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다른 점들도 투시도에 표시할 수 있고, 이 점들을 모으면 철로의 상을 얻을 수 있다.

 

- - - - - [가] 시작 - - - - -

투시 원근법으로 그린 그림을 화가가 본 것과 유사하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관람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관람 거리는 관람자와 그림 사이의 거리로, 투시 원근법으로 그린 그림의 최적의 관람 거리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실제 장면을 보고 있는 화가와 화면 사이의 거리에 해당한다. <그림 2>는 가로의 길이가 C이고, 세로의 길이가 D인 직사각형을 한 점 투시 원근법으로 그린 것으로, 이 그림의 최적의 관람 거리를 추적해 보자. 가로 변은 화면과 평행하고 세로 변은 화면과 수직으로 놓인 직사각형을 그린 그림에서 직사각형의 세로 변을 연장하면 한 점에서 모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점을 V라 하자. 이때 점 V는 그림의 소실점이다. 점 V에서 직사각형의 가로 변과 평행한 선을 긋고 이 선을 지평선이라고 하자. 그런 다음에 직사각형의 한 대각선을 연장했을 때 지평선과 만나는 점을 V′라 하자. 점 V와 V′사이의 거리를 c, 화가와 화면 사이의 거리를 d라고 하면 C:D=c:d가 성립하여 최적의 관람 거리를 구할 수 있다.

<그림 2>

- - - - - [가] 끝 - - - - -

 

한편 르네상스 시대에 원근법을 연구했던 프란체스카는 원근법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시선과 중앙선이 이루는 각이 60도의 범위 안에 들어오는 사물을 투시 원근법으로 그릴 경우, 화면에 실제 사물과 유사하게 사물의 상이 구현된다. 하지만 이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사물을 보고 그린 그림에서는 상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후대 미술가 중에는 투시 원근법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지닌 이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투시 원근법은 여전히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려는 이들에게는 유용한 방법이다. 최근에는 증강 현실의 구현에 투시 원근법이 활용되고 있다.

 

 

 

― 이한진, '투시 원근법'
@ 2018학년도 10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33~37번.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 볼까요?

 

35. [가]를 바탕으로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보 기 >

한 점 투시 원근법으로 그린 위 그림은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각각 180cm이다. 그림에서 건물의 계단 앞까지 이어져 있는 타일들은 실제로는 같은 크기의 직사각형이다. 실제 타일은 가로 변이 화면과 평행하고 세로 변이 화면과 수직이다. 그림 속 타일들의 세로 변을 연장하면 건물 중앙 입구의 한 점(V)에서 모인다. 이 점은 그림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다. 이 그림의 점(V)에서 그린 지평선은 그림의 가로 테두리와 평행하며, 지평선과 그림 속 타일의 대각선을 연장한 선은 그림의 세로 테두리에서 한 점(V′)으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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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실제 장면을 보고 있는 화가와 화면 사이의 거리가 120cm였다면, 화가가 보고 그린 실제 타일은 가로의 길이가 세로의 길이보다 더 길겠군.

② 정사각형인 타일을 보고 이 그림을 그렸다면, 화가가 본 것과 유사하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관람 거리를 90cm로 유지해야겠군.

③ 정사각형인 타일을 보고 이 그림을 그렸다면, 화면의 중앙에 가까이 그려져 있는 타일일수록 V와 V′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지겠군.

④ 가로의 길이가 100cm, 세로의 길이가 50cm인 직사각형의 타일을 보고 이 그림을 그렸다면, 최적의 관람 거리는 180cm겠군.

⑤ 세로의 길이가 가로의 길이보다 긴 직사각형의 타일을 보고 이 그림을 그렸다면, V′는 화면의 밖에 위치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