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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고 물질대사 결과 발생한 이산화 탄소를 체외로 배출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을 호흡이라 한다. 이때 공기가 체외에서 폐로 이동하는 것을 흡기, 폐에서 체외로 이동하는 것을 호기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공기의 흐름은 폐와 대기의 압력 차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기의 이동과 관련된 호흡계의 구성 요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와 입을 통해 유입된 공기는 기관과 기관지를 거쳐 최종적으로 폐포로 들어간다. 기관과 기관지를 거친 공기는 체온만큼 따뜻해지고 수증기가 첨가되어 습윤한 상태가 되며, 이물질이 걸러진 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공기가 폐포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폐포는 폐 속 기관지 맨 끝에 포도송이처럼 붙어 있는 공기주머니로 기체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그림]

 

기관지와 폐포 등으로 구성된 폐는, [그림]에서처럼 흉막강에 둘러싸인 상태로 흉곽 내에 위치한다. 흉곽은 늑골을 비롯한 뼈와 늑간근 등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횡격막에 의해 복부와 완전히 분리된다. 또한 흉막강은 얇은 세포층인 두 개의 흉막으로 완전히 닫힌 주머니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 흉막과 흉막 사이는 흉막 내액으로 채워져 있다. 이때 안쪽 흉막은 폐에 붙어 있고, 바깥쪽 흉막은 흉곽벽에 붙어 있기 때문에, 흉막 내액은 결국 폐와 흉곽벽이 서로 분리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비유하자면 물에 의해 붙어 있는 두 장의 얇은 유리판이 물의 응집력 때문에 쉽게 분리되지 않는 것과 동일한 원리이다.

그렇다면 호흡 과정에서 공기의 흐름이 발생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이는 용기의 부피 증가는 기체의 압력을 감소시키는 반면 용기의 부피 감소는 기체의 압력을 증가시킨다는 보일의 법칙과 관련되어 있다. 폐포 안의 기체 압력을 폐포압이라고 하고 체외의 공기 압력을 대기압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공기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폐포압이 대기압보다 작거나 클 때 공기는 폐로 들어오거나 나가게 된다. 다시 말해 흡기와 호기 동안 폐의 부피는 변화하고, 이 변화는 보일의 법칙에 따라 폐포압을 변화시켜 폐 안팎으로 공기 흐름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편 폐의 부피 변화에는 탄성 반동과 경폐압, 흉막 내압 등이 작용한다. 먼저 폐의 탄성 반동과 경폐압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탄성 반동이란 변형을 주고 있는 힘에 반발하여 원래 형태로 돌아가려는 힘인데 폐는 마치 풍선처럼 줄어들려고 하는 성질인 탄성 반동을 가지고 있다. 흡기가 끝나고 호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서는 폐포압이 대기압과 같으므로 공기의 이동이 없다. 그런데 이 때에도 폐는 항상 공기로 차 있으므로 폐를 확장시키려는 경폐압도 함께 작용한다. 이때 폐의 탄성 반동과 경폐압은 크기는 같지만 방향이 반대이므로 공기의 흐름이 없는 상태에서 폐는 일정한 부피를 유지하게 된다. 여기서 경폐압은 폐포압에서 흉막 내압을 뺀 것이다. 따라서 흉막 내압이 변화하면 경폐압도 변화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폐의 탄성 반동과 경폐압과의 차이가 발생하여 폐의 부피가 변화되는 것이다.

흉막 내압은 흉막강 속 흉막 내액의 압력을 말하는데 항상 아대기압*의 범위에서 변화한다. 바깥쪽 흉막에 밀착된 흉곽벽은, 대기압이 인체에 미치는 힘의 반대 방향인 몸 바깥쪽으로 향하려는 성질이 있는데 이를 흉곽벽의 탄성 반동이라고 한다. 따라서 흉곽벽의 탄성 반동은 안쪽 흉막에 밀착된 폐의 탄성 반동과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 결과 폐와 흉곽벽은 서로 살짝 떨어진 상태가 되어 흉막 내압은 아대기압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때 근육의 움직임 등에 의해 흉막강의 부피가 변화하면 흉막 내압이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흡기와 호기의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흡기는 횡격막이 수축되어 아래로 내려가고 늑간 근의 움직임으로 인해 늑골이 위쪽과 바깥쪽으로 이동하면서 흉곽이 확장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에 따라 흉곽벽은 폐 표면으로부터 조금 더 멀어지게 되어 흉막강의 부피가 늘어나 흉막 내압은 공기의 흐름이 없을 때보다 조금 더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경폐압이 증가하고 이 힘이 폐의 탄성 반동보다 커져 폐는 더욱 확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폐포압은 대기압에 비해 감소하므로 압력의 차이로 인해 공기가 폐포로 들어오게 되며, 폐의 부피가 커질수록 폐로 유입되는 공기의 총량은 계속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폐포는 늘어나는 데에 한계가 있고 외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감소하던 폐포압은 흡기의 약 중간 지점에서 최저치에 도달했다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 한다. 그 후 폐포압은 대기압과 같아지므로 흡기 끝에는 공기 흐름이 없고 폐의 부피는 최대가 된다. 호기는 흡기와 순서는 동일한데, 횡격막의 변화와 늑골의 이동 방향은 반대여서 흉곽의 축소가 진행되면서 시작된다. 이후 흉막 내압, 경폐압 등의 변화로 인해 폐의 부피가 변화되고 이로 인해 공기는 폐포로부터 기도를 거쳐 대기로 빠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아대기압: 대기압 아래의 기압.

 

 

― (출전) 강신성 외 옮김, 「인체생리학」 
@ 2018학년도 4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32~36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