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는 상태에서 옆의 사물을 힐끗 쳐다보기도 하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눈의 안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사물을 ㉠선명하게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몸이나 머리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눈동자만을 움직여 일정 범위 내의 사물을 바라보거나, 움직임이 있는 상태에서 ㉡고정되어 있는 사물을 계속 바라볼 때 안구가 움직여야만 물체의 이미지가 망막의 중심오목*에 안정되게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때 안구의 움직임을 ‘안구 운동’이라고 한다.

 

[그림]


안구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돌림근육의 수축과 이완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그림]에서처럼 머리를 똑바로 하고 정면을 주시하는 경우 눈돌림근육 6개가 1개의 안구를 동일한 힘으로 잡아당기고 있다. 그런데, 머리나 몸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눈만 위로 치켜뜨게 되면 위곧은근이 수축되고 이에 ㉢상응하여 수축된 정도만큼 아래곧은근은 이완된다. 또한 머리나 몸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한쪽으로 눈을 흘겨 볼 때, 흘기는 방향과 같은 쪽 눈의 가쪽곧은근이 수 축되고 그 수축된 정도만큼 그 눈의 안쪽곧은근은 이완된다.

한편 몸이나 머리가 움직이는 상태에서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머리나 몸이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로 안구가 움직이는데 이를 ‘전정안반사’라고 한다. 예를 들어 정면에 거울이 있다고 하자. 거울에 비친 얼굴을 ㉣응시하면서 고개를 위로 살짝 들어도 우리는 자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고개를 든 각도만큼 안구가 아래쪽으로 움직이는 전정안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눈돌림근육의 수축과 이완은 발생하는데, 고개를 위로 들면 전정안반사에 의해 두 눈의 안구의 아래곧은근이 수축되고 수축된 만큼 위곧은근은 이완되는 것이다. 거울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면, 고개를 돌리는 방향과 같은 쪽의 눈은 안쪽곧은근이 수축되고 반대쪽 눈은 가쪽곧은근이 수축된다.

그렇다면 전정안반사는 어떤 과정을 거쳐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먼저 우리 몸의 전정기관*에서 머리나 몸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우리 몸이나 머리가 중력과 나란한 수직 방향이나 지면과 나란한 수평 방향으로 움직이면 귓속의 둥근주머니는 수직 방향, 타원주머니는 수평 방향으로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또한 귓속 수평반고리관은 머리를 가로저을 때 발생하는 회전 운동을, 전반고리관과 후반고리관은 고개를 끄덕일 때 발생하는 회전 운동을 감지한다. 이후 운동이 감지된 전정기관에서는 신호가 생성되는데, 생성된 신호는 눈돌림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에 전달된다. [그림]에서 위빗근은 도르래신경, 가쪽곧은근은 갓돌림신경, 나머지 근육은 눈돌림신경의 지배를 받는데, 흥분 신호는 신경을 통해 눈돌림근육을 수축하게 만들고, 억제 신호는 눈돌림근육을 이완하게 만들면서 안구가 움직이게 된다.

 

* 중심오목: 망막의 가운데에 있는 누르스름한 반점의 한 부분. 
* 전정기관: 속귀에서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기관.

 

 

― 출전: 윤동호 외, 「안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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