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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나 설비 등이 목적에 맞게 작동하도록 온도, 압력, 유량, 회전 속도 등의 물리량을 조절하는 기술을 제어 기술이라고 한다. 제어 대상의 현재 물리량의 크기를 잰 측정값을 원하는 목표인 설정값에 일치시키기 위해, 출력되는 조작량을 조절하는 제어 기술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그중 가장 간단한 방식은 ‘on/off 스위치 방식’으로, 물의 온도를 맞출 때 사용되는 보일러의 온도 조절 장치에 흔히 활용된다. 이 장치에서는 ㉠현재 온도가 원하는 온도보다 낮으면 스위치가 on되어 가열기에 전원이 공급되며, 원하는 온도보다 높으면 스위치가 off되어 가열기에 공급되는 전원이 차단된다. 스위치가 on일 때에는 100%에 해당하는 조작량이 출력되고, 스위치가 off일 때에는 조작량이 0%가 된다. 가열기가 처음 작동될 때 수온을 올리기 위해 on 상태를 유지하는데, 어느 순간 수온이 설정값을 넘는 ‘오버슈트’가 발생한다. 오버슈트가 발생하면 시스템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스위치를 반복적으로 on과 off하여 현재 온도를 설정값에 이르도록 한다. 수온은 압력이나 유량처럼 물리량의 변화가 연속적인 아날로그적 속성을 지니므로 수온이 상승하여 스위치를 off로 바꾸었다고 해서 금세 낮아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스위치를 반복적으로 on과 off하면 설정값을 기준으로 수온이 위아래로 일정하게 오르내리는 ‘헌팅’이 발생한다.

on/off 스위치 방식은 오버슈트와 헌팅이 발생하여 제어 대상의 물리량을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렵다. 이런 on/off 스위치 방식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PID 제어 방식’이 활용된다. PID 제어 방식은 P(비례) 제어, I(적분) 제어, D(미분) 제어를 모두 활용하여 제어 대상의 물리량을 정밀하게 제어한다. 그런데 목적에 따라 P 제어 방식, PI 제어 방식, PD 제어 방식이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P 제어는 설정값의 위아래에 일정한 비례대를 설정하여, 비례대 안에서 설정값과 측정값의 편차에 비례하는 조작량을 출력한다. 예컨대 P 제어가 활용된 보일러의 온도 조절 장치에 서 현재의 온도가 비례대 하한선 아래에 있을 경우 현재 온도가 비례대 하한선에 이를 때까지는 100%의 조작량이 출력되 어 스위치를 on 상태로 유지한다. 그러다 현재 온도가 비례대 하한선보다 높아지면 비례 주기를 갖게 되는데, 각 주기에서는 스위치의 on과 off 동작이 반복된다. 즉, ㉢비례대 하한선을 넘은 현재 온도가 설정값에 이르기 전까지는 on 시간이 off 시간보다 긴 동작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현재 온도가 설정값에 도달하면 50%의 조작량이 출력되어 on과 off 시간이 1:1인 동작이 반복된다. 현재 온도가 설정값보다 오르면 off 시간이 on 시간보다 긴 동작이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현재 온도가 비례대 상한선을 넘으면 off 상태를 유지한다. 이처럼 P 제어를 활용하면 측정값을 설정값에 정밀하게 근접시킬 수 있으므로 on/off 스위치 방식만 활용할 때보다 헌팅이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P 제어에서는 ㉣ 측정값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안정 상태가 되어도 설정값에 대하여 일정한 오차가 설정값의 위 또는 아래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를 ‘잔류편차’라한다. 보일러의 온도 조절 장치에 P 제어가 활용될 때, ㉤비례대를 넓게 설정할수록 가열을 위한 on과 off의 반복 동작이 시작되는 온도가 낮아지므로 현재 온도가 설정값에 근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잔류편차가 커지지만 헌팅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에 비례대를 좁게 설정할수록 현재 온도가 설정값에 근접하는 시간은 짧아지고 잔류편차가 작아지지만 헌팅이 발생하기 쉽다.

I 제어를 P 제어와 같이 활용하면 잔류편차를 없앨 수 있어 측정값이 설정값에 거의 근접하게 된다. PI 제어의 적분 동작은 측정값과 설정값 사이의 편차의 적분값에 비례하는 조작량을 출력하는 것으로, 적분 동작의 강도를 나타내는 적분 시간을 통해 동작의 세기를 조절한다. 적분 시간을 짧게 하면 제어 대상의 상태 변화를 수정하는 동작이 강해져 잔류편차를 짧은 시간에 없앨 수 있지만 헌팅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적분 시간을 길게 하면 수정 동작이 약해져 헌팅은 발생하지 않지만, 잔류편차를 없애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P 제어나 PI 제어만 활용할 경우에는 외부 충격이나 진동 등이 발생하여 제어 대상의 상태가 급격히 변화할 때 측정값이 설정값으로 돌아가는 데 긴 시간이 걸린다. 이때 D 제어를 활용하면 빠르게 설정값으로 돌아갈 수 있다. 외부 충격이나 진동 등이 발생하면 측정값과 설정값 사이에 편차가 커지는데, PD 제어나 PID 제어의 미분 동작은 측정값과 설정값 사이의 편차가 변화하는 속도에 비례하여 조작량을 출력하는 것이다. 미분 동작의 세기는 미분 시간을 통해 조절하는데, 미분 시간을 짧게 하면 제어 대상의 상태 변화를 수정하는 동작이 약해져 측정값이 설정값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길어지지만 오버슈트는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미분 시간을 길게 하면 수정 동작이 강해져 측정값이 설정값에 도달하는 시간은 짧아지지만 오버슈트가 발생하기 쉽다.

― 정용택, ‘PID 제어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