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물건을 구입하거나 자신의 물건을 판매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과 거래를 할 때에는 일정한 합의나 약속이 필요한데, 이를 ‘계약’이라 한다. 계약은 일반적으로 청약과 승낙의 합치에 의해 성립되지만, 특수하게 의사실현이나 교차청약에 의해 성립되기도 한다.

 

계약에서 계약의 성립을 제안하는 것은 ‘청약’이라고 하고, 청약을 받은 이가 그 청약을 그대로 수락하는 것은 ‘승낙’이라고 한다. 만약 청약을 받은 이가 청약 내용의 변경을 요구한다면 이는 새로운 청약을 한 것이 된다. 청약과 승낙의 합치에 의해 성립하는 계약이 실시간 의사소통에 의해 이루어질 때는 청약자가 청약을 받은 이에게서 승낙의 의사가 담긴 말을 ⓐ들은 시점에 계약이 성립한다. 그러나 실시간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이들 간의 계약에서는 승낙의 의사표시가 청약자에게 발송된 시점에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이때 승낙의 의사표시가 승낙기간* 내에 청약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면 계약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승낙의 의사표시가 승낙자의 과실이 아닌 부득이한 사유로 기간 내에 도달하지 못하고 연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승낙의 의사표시를 받은 청약자가 승낙자에게 연착 사실을 즉시 알리지 않으면, 승낙자는 승낙기간 내에 승낙의 의사표시가 청약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할 것이므로 계약의 효력은 발생한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청약자의 의사표시의 특성이나 거래상의 관습 등에 의해 승낙의 의사표시를 통지하지 않아도 성립하는 계약이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해 호텔 객실을 예약하는 청약이 있은 후, 호텔 측이 청약자에게 별도의 의사표시를 통지하지 않고 객실을 마련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승낙의 의사표시를 통지하지 않고 승낙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사실만 있어도, 그 사실이 발생한 때에 계약은 성립한다. 이를 의사실현에 의한 계약의 성립이라 한다. 또한 청약만 두 개가 존재하더라도 의사표시의 내용이 결과적으로 일치하면 계약이 성립하는데, 이를 교차청약에 의한 계약의 성립이라 한다. 가령 모임에서 A와 B는 각각 자동차를 팔고, 사고 싶다는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후, A는 자동차를 천만 원에 팔겠다는 청약의 의사표시를 B에게 보냈다고 하자. 이것이 B에게 도착하기 전에 B가 A에게 자동차를 천만 원에 사겠다는 청약의 의사표시를 보낸다면, 계약은 양 청약의 의사표시가 A, B에게 모두 도달한 때에 성립한다.

 

이러한 계약들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매매 대상이 불에 타 없어진 것처럼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청약자가 매매 대상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계약 성립 당시에 알았거나 그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확인하지 않았고, 승낙자는 매매 대상이 없다는 것을 몰랐거나 알 수 없었다면 청약자는 계약의 유효를 전제로 한 경비나 이자 비용과 같이 승낙자가 그 계약이 유효하다고 믿음으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해 주어야 한다. 이때 그 배상액은 계약이 이행되었다면 승낙자에게 생길 이익, 이를테면 매매가와 시가 사이의 차액을 초과할 수 없다.

 

*승낙기간: 승낙을 할 수 있는 기간, 청약이 효력을 보유하는 기간.

 

 

― 명순구, 「민법학원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