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관을 <그림>의 (a)와 같이 물(H2O)에 넣으면, 물이 유리관 안쪽 면에 붙어 올라가고 유리관 내의 수면은 오목한 모양을 띠게 된다. 반면 <그림>의 (b)와 같이 유리관을 수은(Hg)에 넣으면, 수은은 유리관 안쪽에서 내려가고 유리관 내의 수은 표면은 볼록한 모양을 띠게 된다. 


<그림>



유리관 안의 액체가 수직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응집력과 부착력이라는 두 힘의 작용과 관련이 있다. 응집력은 한 물질의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 때문에 입자들이 서로 모이려는 힘을 뜻하고, 부착력은 서로 다른 두 물질이 접해 있을 때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을 뜻한다. 유리관을 물에 넣었을 때는 물과 유리관 안쪽 면 사이에 작용하는 부착력이 물의 응집력보다 강하기 때문에 유리관 안쪽 면에 붙는 물 입자들이 많아지게 되고, 이에 따라 물기둥이 올라간다. 반면 유리관을 수은에 넣었을 때는 수은의 응집력은 수은과 유리관 안쪽 면 사이에 작용하는 부착력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수은 입자들이 유리관 안쪽 면에 붙기보다는 자기들끼리 뭉치는 양상을 나타낸다. 이로 인해 수은 기둥은 아래로 내려간다.


한편 액체의 입자들이 모이려는 힘인 응집력은 표면 장력이라는 힘으로 나타나 액체 표면의 모양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표면 장력은 액체의 표면이 공기와 맞닿아 있을 때 그 경계면의 넓이를 최소화하려는 힘을 말한다. 액체 내부의 입자들은 모든 방향에서 균등한 인력이 작용하는 반면 액체 표면의 입자들은 공기와 맞닿아 있는 방향으로 인력이 작용하지 않고 나머지 방향으로만 인력이 작용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액체는 공기와 맞닿아 있는 입자의 수를 최소화하려는 힘을 가지게 되고, 동일한 부피이면서 표면적이 최소로 되는 기하학 구조는 구이기 때문에 액체의 표면은 볼록한 모양을 띠게 된다. 


유리관을 물에 넣었을 때 유리관 안의 수면이 오목한 모양을 띠는 것은 물과 유리관의 부착력이 물의 표면 장력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리관을 수은에 넣었을 때 유리관 안의 수은 표면이 볼록한 모양을 띠는 것은 유리관과 수은의 부착력보다 수은의 표면 장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 노태희 외, ‘화학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