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인 미셸은 아동의 절제력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4세 아동들을 방으로 데려가 마시멜로 사탕을 하나씩 나눠준 후,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고 있으면 상으로 하나를 더 주겠다고 제안했다. 아동들은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먹기도 하고, 중간에 먹기도 했으며, 끝까지 참고 기다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실험에 참여한 아동들을 15년 후에 다시 보았을 때 오래 참은 아동일수록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였으며, 삶의 만족도도 높게 나타났다. 미셸 박사는 이 실험에서 아동이 보인 행동, 즉 즉각적인 욕구 만족이나 보상을 스스로 지연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좌절을 인내하는 능력을 ‘만족지연 능력’이라 불렀다.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충동적 욕구를 따르는 원초아(id) 의 쾌락 원리보다 유용성을 고려하는 자아(ego)의 현실 원리가 우세할 때 만족지연 능력이 생긴다고 본다. 발달 과정에서 만족지연 능력은 문화적 영향력보다 충동을 억제하려는 자아의 강도에 의해 형성된다. 아동이 성숙하고 자발적인 자제력을 갖게 되면서 만족지연 능력이 발달한다는 것이다.


㉡인지발달 이론에서는 아동이 즉각적인 보상을 선택하는 이유를 지연된 보상이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가치적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 이론에서는 만족지연 능력이 강해지는 것을 아동의 인지적 성장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즉각적인 작은 보상과 일정 시간 지난 후 받을 큰 보상이라는 선택 상황에서 두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인지적 능력, 즉 사건을 구조화하고 현실을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학습 이론에서는 만족지연 능력을 어떻게 보는가? 이 이론에 따르면 아동은 사회적 강화를 통해 만족을 지연하는 행동이 더 가치 있고 적절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특히 지연된 보상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나 신뢰 감은 약속 이행에 대한 과거의 경험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만족지연 능력은 개인의 직접적인 경험 외에도 또래나 부모, 교사 등 사회적 모델들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학습된다고 할 수 있다.


만족지연 능력에 관한 연구는 한 개인의 학문적 성취와 사회적 적응을 위한 발달의 기초가 어릴 때부터 형성됨을 보여준다. 유해한 자극들로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아동이 스스로 충동을 조절하여 미래지향적이고 성취지향적인 가치관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만족지연 능력은 아동기에 핵심적으로 계발해야 하는 발달 과업이라 할 수 있다.


― 김미라, <마시멜로 실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