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2013 (53)

독서/인문

고통의 의미와 레비나스 윤리학(2013, 고3, 10월A)

인간의 삶에서 고통의 의미를 찾기 위한 질문은 계속되어 왔다. 이에 대한 철학적 해답으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변신론(辯神論)이다. 변신론이란 무고한 자의 고통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이 정의로움을 보여주고자 하는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고통은 선을 더 두드러지게 하고 더 큰 선에 기여하므로, 부분으로서의 고통은 전체로서는 선이 된다. 응보론적 관점에서 고통을 죄의 대가로 보거나, 종교적 관점에서 고통이 영혼의 성숙을 위한 시련이라고 보는 설명들도 모두 넓게는 변신론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레비나스는 20세기까지 사람들을 지배해 온 변신론적 사고가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아우슈비츠 대학살 등 비극적인 사건들로 인해 경험적으로 이미 그 설득력을 잃었다고 본다. 죄 없는 수백만 명이 학..

독서/과학

각운동량 보존 법칙(2013, 9월모평B)*

회전 운동을 하는 물체는 외부로부터 돌림힘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일정한 빠르기로 회전 운동을 유지하는데, 이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라 한다. 각운동량은 질량이 m인 작은 알갱이가 회전축으로부터 r만큼 떨어져 속도 v로 운동하고 있을 때 mvr로 표현된다. 그런데 회전하는 물체에 회전 방향으로 힘이 가해지거나 마찰 또는 공기 저항이 작용하게 되면, 회전하는 물체의 각운동량이 변화하여 회전 속도는 빨라지거나 느려지게 된다. 이렇게 회전하는 물체의 각운동량을 변화시키는 힘을 돌림힘이라고 한다. 그러면 팽이와 같은 물체의 각운동량은 어떻게 표현할까? 아주 작은 균일한 알갱이들로 팽이가 이루어졌다고 볼 때, 이 알갱이 하나하나를 질량 요소라고 한다. 이 질량 요소 각각의 각운동량의 총합이 팽이 전체의 각운동량에 해..

독서/예술

단토의 '미술 종말론'(2013, 9월모평B)

20세기 미술의 특징은 무한한 다원성에 있다. 어떤 내용을 어떤 재료와 어떤 형식으로 작품화하건 미술적 창조로 인정되고, 심지어 창작 행위가 가해지지 않은 것도 ‘작품’의 자격을 얻을 수 있어서, ‘미술’과 ‘미술 아닌 것’을 객관적으로 구분해 주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단토의 ‘미술 종말론’은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미학 이론 중 하나이다. 단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과는 달리 미술의 ‘종말’은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미술 작품이 될 수 있게 된 개방적이고 생산적인 상황을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다원성은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일까, 아니면 이전부터 이어져 온 하나의 흐름에 속할까? 작품의 형식과 내용이 전적으로 예술가의 주체적 선택에 달려 있다는 관점에서만 보면, 20세기 미술의 양상은 아..

독서/인문

‘명명덕’과 ‘친민’에 대한 주희와 정약용의 해석(2013, 9월모평B)

고대 중국에서 ‘대학’은 교육 기관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대학’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을 전하고 있는 책이 『대학』이다. 유학자들은 『대학』의 ‘명명덕(明明德)’과 ‘친민(親民)’을 공자의 말로 여기지만, 그 해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경문 해석의 차이는 글자와 문장의 정확성을 따지는 훈고(訓詁)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해석자의 사상적 관심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희와 정약용은 ⓐ‘명명덕’과 ‘친민’에 대해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 주희는 ‘명덕(明德)’을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는 마음의 밝은 능력으로 해석한다. 인간이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명덕을 지니고 있어서인데 기질에 가려 명덕이 발휘되지 못하게 되면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도덕 실천을 위해서는 명덕이 발휘되도록 ..

독서/예술

한옥의 창호(2013, 9월모평A)*

창은 채광이나 환기를 위해서, 문은 사람들의 출입을 위해서 건물 벽에 설치한 개폐가 가능한 시설이다. 일반적으로 현대적인 건축물에서 창과 문은 각각의 기능이 명확하고 크기와 형태가 달라 구별이 쉽다. 그러나 한국 전통 건축, 곧 한옥에서 창과 문은 그 크기와 형태가 비슷해서 구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창과 문을 합쳐서 창호(窓戶)라고 부른다. 이것은 창호가 창과 문의 기능과 미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 그런데 창과 문을 굳이 구별한다면 머름이라는 건축 구성 요소를 통해 가능하다. 머름은 창 아래 설치된 낮은 창턱으로, 팔을 얹고 기대어 앉기에 편안한 높이로 하였다. 공간의 가변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옥에서 창호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여러 짝으로 된 큰 창호가 한쪽 벽면 전체를 대체..

독서/인문

반실재론 : 버클리를 중심으로(2013, 9월모평A)

세계관은 세계의 존재와 본성, 가치 등에 관한 신념들의 체계이다. 세계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준거인 세계관은 곧 우리 사고와 행동의 토대가 되므로, 우리는 최대한 정합성과 근거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순되거나 일관되지 못한 신념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혼란시킬 것이므로 세계관에 대한 관심과 검토는 중요하다. 세계관을 이루는 여러 신념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수준의 신념은 ‘세계는 존재한다.’이다. 이 신념이 성립 해야만 세계에 관한 다른 신념, 이를테면 세계가 항상 변화한다든가 불변한다든가 하는 등의 신념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실재론은 이 근본적 신념에 덧붙여 세계가 ‘우리 정신과 독립적으로’ 존재함을 주장한다. 내가 만들어 날린 종이비행기는 멀리 날아가, 볼 수 없게 되었다 해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독서/사회

집단 소송과 단체 소송(2013, 9월모평AB)

A회사의 온라인 취업 사이트에 갑을 비롯한 수만 명의 가입자가 개인 정보를 제공하였다. 누군가 A회사의 시스템 관리가 허술한 것을 알고 링크 파일을 만들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가입자들의 정보를 자유롭게 열람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갑은 A회사에 사이트 운영의 중지와 배상을 요구하였지만, A회사는 거부하였다. 갑은 소송을 검토하였는데, 받게 될 배상액에 비해 들어갈 비용이 적지 않다는 생각에 망설였다. 갑은 온라인 카페를 통해 소송할 사람들을 모았고 마침내 100명이 넘는 가입자들이 동참하게 되었다. 갑은 이들과 함께 ㉠ 공동 소송을 하여 A회사에 사이트 운영의 중지와 피해의 배상을 청구하였다. 공동 소송은 소송 당사자의 수가 여럿이 되는 소송을 말한다. 이는 저마다 개별적..

독서/기술

CT촬영의 원리(2013, 9월모평A)*

1895년에 발견된 X선은 진단의학의 혁명을 일으켰다. 이후 X선 사진 기술은 단면 촬영을 통해 입체 영상 구성이 가능한 CT(컴퓨터 단층촬영장치)로 진화하면서 해부를 하지 않고 인체 내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로 발전하였다. X선 사진은 X선을 인체에 조사하고, 투과된 X선을 필름에 감광시켜 얻어낸 것이다. 조사된 X선의 일부는 조직에서 흡수・산란되고 나머지는 조직을 투과하여 반대편으로 나오게 된다. X선이 투과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투과율은 공기가 가장 높으며 지방, 물, 뼈의 순서로 낮아진다. 또한 투과된 X선의 세기는 통과한 조직의 투과율이 낮을수록, 두께가 두꺼울수록 약해진다. 이런 X선의 세기에 따라 X선 필름의 감광 정도가 달라져 조직의 흑백 영상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X선 사진 에서는..

독서/과학

동물의 길 찾기(2013, 9월모평A)*

동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중요한 장소의 위치를 기억하고 이를 활용하여 자신의 은신처까지 길을 찾아올 수 있다. 동물의 길찾기 방법에는 ‘장소기억’, ‘재정위’, ‘경로적분’ 등이 있다. ‘장소기억’은 장소의 몇몇 표지만을 영상 정보로 기억해 두었다가 그 영상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며 길을 찾는 방법이다. 기억된 영상은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라지기에, 이 방법을 활용하는 꿀벌은 특정 장소를 특정 각도에서 본 영상으로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그곳으로 갈 때는 자신이 보는 영상과 기억된 영상이 일치하도록 비행한다. 장소기억은 곤충과 포유류를 비롯한 많은 동물이 길찾기에 활용한다. ‘재정위’는 방향 기억이 헝클어진 상황에서도 장소의 기하학적 특징을 활용하여 방향을 다시 찾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직사..

독서/사회

시장 설계 이론 : 매칭(matching)(2013, 고3, 7월B)

경제 주체들은 시장을 통해 필요한 재화를 얻거나 제공하며, 재화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배분되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시장을 통한 재화의 배분이 어렵거나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시장 제도를 적절히 설계하면 경제 주체들의 이익을 최대한 충족시키면서 재화를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데, 이를 ‘시장 설계’라고 한다. ⓐ시장 설계의 방법은 양방향 매칭(two-sided matching)과 단방향 매칭(one-sided matching)이 있다. 양방향 매칭은 두 집합의 경제 주체들을 서로에 대해 갖고 있는 선호도를 최대한 배려하여 쌍으로 맺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단방향 매칭은 경제 주체들이 지니고 있는 재화를 재분배하여 더 선호하는 재화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결국 양방..

독서/예술

픽토리얼리즘 ➔ 스트레이트 포토 ➔ 디지털 픽토리얼리즘(2013, 고3, 7월B)

19세기 초에 등장한 사진은 2차원 평면 위에 현실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회화와 비슷하지만 광학과 화학 등 기술적 특성을 지니기에 예술과 기술의 모호한 경계선상에 위치하였다. 처음의 사진은 회화의 보조적 역할을 하는 정도로 인식되었으나, 19세기 후반에 ‘픽토리얼리즘’이 등장하면서 사진으로서 독자적 예술성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픽토리얼리즘은 사진도 회화와 같은 예술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출발하였다. 픽토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작가들은 사진의 복제성을 포기하고 회화의 속성인 수공적 방법을 끌어들여 예술적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했다. 회화적 구현의 방식으로 사진의 초점을 흐리게 하거나 인화 방식을 다양하게 하는 등의 방식을 사 용했던 것이다. 20세기 초, 사진이 갖는 기술적 특성인 기록성에 더..

독서/인문

본질이란 무엇인가(2013, 고3, 7월B)

‘본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서양 철학의 핵심적 질문이다. 탈레스가 세계의 본질을 ‘물’이라고 이야기했을 때부터 서양 철학은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불변하는 측면과 그렇지 않은 측면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본질은 어떤 사물의 불변하는 측면 혹은 그 사물을 다른 사물과 구별시켜 주는 특성을 의미하는데, ㉠본질주의자는 이러한 사물 본연의 핵심적인 측면을 중시한다. 예를 들어 책상의 본질적 기능이 책을 놓고 보는 것이라면, 책 상에서 밥을 먹는 것은 비본질적 행위이고 이러한 비본질적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본질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사물의 본질이란 사실 사후적으로 구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상 자체가 원래 ‘책을 놓고 보는 것’이라는 본질을 미리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이 책상에서 책을..

독서/기술

고흡수성 수지의 구조(2013, 고3, 7월AB)

일반적으로 물질이 물을 흡수하는 원리는 모세관 현상과 연관이 있다. 이는 물이, 가는 관을 따라 올라오는 현상으로 작은 구멍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물을 잘 흡수할 수 있다. 펄프나 면은 작은 구멍이 많은 섬유질로 되어 있어 흡수력이 뛰어나지만 일정량 이상이 되면 물을 더 이상 흡수할 수도 없고 외부의 압력에 의해 물이 새기도 한다. 평소에 물을 바닥에 ⓐ엎지르면 화장지로 닦아 내지만 닦아야 할 물의 양이 많아지면 화장지로도 부족한 것은 이것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고흡수성(高吸水性) 수지’이다. ㉠고흡수성 수지는 3차원 망상 구조, 즉 그물과 같은 물리적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물에 의해 형성된 구멍의 크기를 천연 펄프보다는 미세하게 만들 수 있어 자기 무게보다 수십 배의 양..

독서/사회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주택정책(2013, 고3, 7월A)

주거권이란 모든 사람이 적절한 주거를 공급받고 현재의 주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향유할 권리이다. 이러한 주거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에서는 주택정책을 통해서 기본적인 주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한다. 주택정책은 정부나 정부의 위탁을 받은 기관이 수요자에게 주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중심 전달 체계와 수요자의 선호를 반영하여 수요자에게 서비스 선택권을 제공하는 수요자 중심 전달 체계로 나누어진다. 공급자 중심 전달 체계는 정부가 직접 주택을 건설하여 공급하는 ㉠공공 임대 주택이 대표적이다. 이는 저렴한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나 위탁 기관이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으로 저소득층에게 임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 임대 주택의 공급 물량이 일정한 수준으로 ..

독서/기술

무선 전력 전송(2013, 고3, 7월A)

무선으로 전력을 주고받으면, 전원을 직접 연결하는 유선보다 효율은 떨어지지만 전자 제품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무선으로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전자기를 활용하여 전기를 공급하거나 이용하는 기술이 무선 전력 전송 방식인데 대표적으로 ‘자기 유도 방식’과 ‘자기 공명 방식’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자기 유도 방식은 변압기의 원리와 유사하다. 변압기는 네모 모양의 철심 좌우에 코일을 감아, 1차 코일에 ‘+, -’ 극성이 바뀌는 교류 전류를 보내면 마치 자석을 운동시켜서 자기장을 형성하는 것처럼 1차 코일에서도 자기장을 형성한다. 이 자기장에 의해 2차 코일에 전류가 만들어지는데 이 전류를 유도전류라 한다. 변압기는 자기장의 에너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철심이 있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