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2006 (36)

독서/기술

초기 사진술의 특성(2006, 9월모평)

사진술은 다양한 물질의 감광성에 대한 길고도 지루한 실험의 토대 위에서 출현하였다. 상(像)을 정착시키는 기술의 선구자인 니에프스와의 공동 연구 이후 다게르는 1837년에 동판 위에 감광성 물질인 요오드화은을 점착시키고 암상자 속에서 빛에 노출시킨 다음, 수은 증기를 쐬어 세부 묘사가 대단히 정밀한 상을 얻어 내었다. 한편 영국인 톨벗은 1835년에 최초의 ‘감광 소묘’에 성공했는데 이것은 염화은으로 감광성을 띠게 한 종이 위에 물건이나 식물을 놓고 산출한 음화(陰畵)였다. 그 직후 그는 작은 암상자를 이용하여 사물의 영상을 종이에 정착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거친 종이 면에 정착된 톨벗의 영상은 매끈한 다게르 동판의 선명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1839년에 두 기술의 운명을 갈라놓..

독서/과학

아이슬란드의 지질학적 위치 및 특징(2006, 9월모평)

아이슬란드는 지진과 화산 분출 같은 지각 변동이 매우 활발한 화산섬이다. 동서로 약 540㎞, 남북으로 약 350㎞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일부 지역이 지난 2만 년 동안 쌓인 용암으로 뒤덮여 있다. 활발한 지각 변동 덕분에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화산의 열을 이용해 난방을 하고, 온천수로 작물을 재배하며, 화산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등 지질학적 특성을 이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판구조론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슬란드의 지질학적인 위치는 매우 특수하다. 지구의 표면은 크고 작은 10여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슬란드는 북아메리카 판과 유라시아 판의 경계선인 대서양 중앙 해령에 위치해 있다. 대서양의 해저에 있는 대서양 중앙 해령은 북극해에서부터 아프리카의 남쪽 끝까지 긴 산맥의 형태로 뻗어 ..

독서/독서이론・언어

주시경의 업적과 평가(2006, 9월모평)

한힌샘 주시경은 국어학자이면서 국어 교육자이다. 그는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국어 연구를 통해 국어학을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시켰을 뿐 아니라 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널리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맞춤법의 통일 같은 국어 정책의 수립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였다. 국어학자로서 주시경은 근대 국어학의 기틀을 세운 선구적인 인물이었다. 과학적 연구 방법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국어학 연구에서, 그는 ㉠단어의 원형을 밝혀 적는 형태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문법 현상을 분석하고 이론으로 체계화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순수 고유어를 사용하여 학술 용어를 만들기도 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모호하거나 엄밀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연구는 체계적이고 분석적이었을 뿐 아니라 놀라운 ..

독서/과학

소리굽쇠의 진동수를 이용하여 악기의 기준음을 구한 샤이블러의 실험(2006, 6월모평)

소리굽쇠는 굵기가 일정한 금속 사각 막대를 U자형으로 구부리고 아래쪽에 쇠기둥을 ⓐ단단하게 용접한 것으로, 작은 망치로 때리면 일정한 진동수의 음을 발생시키는 장치이다. 일반적으로 소리굽쇠는 작을수록 높은 음을 낸다. 원래 소리굽쇠는 1711년에 영국의 트럼펫 연주자인 존 쇼어가 악기를 조율할 때 기준음을 내는 도구로 개발한 것이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소리굽쇠가 건반악기의 어떤 음을 낸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초당 몇 회의 진동을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리굽쇠로 악기를 조율하였기에 지역마다 연주자마다 악기들은 조금씩 다른 기준음을 가졌다. 소리굽쇠가 정확하게 얼마의 진동수를 갖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정확한 측정 장치가 없는 당시로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처럼 보였다. 이 문제는 ..

독서/인문

개인적 선호와 도덕적 정당성(2006, 6월모평)

도덕적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을 때 상대방에게 개인적 선호(選好)를 드러내는 행동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할까? 도덕 철학자들은 이 물음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 반응을 보이며 도덕적 정당화의 조건으로 공평성(impartiality)을 제시한다. 공평주의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특권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인종,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모두 신체와 생명, 복지와 행복에 있어서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어떤 개인에 대해 행위자의 선호를 표현하는 도덕적 선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공평주의자들은 사람들 간의 차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이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떠한가에 따라 행동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모두는 특정 개인과 특별한 친분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상대가..

독서/독서이론・언어

머릿속 사전의 조직에 나타난 특징(2006, 6월모평)

‘사전’ 하면 흔히 ‘ㄱ, ㄴ, ㄷ’ 순으로 배열된 국어사전을 떠올리지만, 인간의 머릿속에도 사전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머릿속 사전’이라 부른다. 그런데 책으로 된 종이 사전과 머릿속 사전의 조직은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 종이 사전은 한글 자모 순서로 단어들을 배열하는 것이 표준이다. 머릿속 사전도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다면 말실수를 할 때 한글 자모 순서상 가장 근접해 있는 단어가 선택될 것이다. 가장 가까이 있으므로 그 단어를 얼른 생각해 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청진기’라는 단어 대신에, 사전에서 그 다음에 배열될 것으로 예상되는 ‘청진선’이 선택되는 식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드물다. 머릿속 사전의 조직을 살펴보는 방법의 하나로 단어 연상 실험을 들 수 있..

독서/기술

6시그마 개념으로 살펴본 품질 관리 기술(2006, 6월모평)

어느 공장에서 길이가 7미터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하자. 이때 가장 이상적인 제품의 길이는 7미터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정이 안정되고 설비가 우수하다 하더라도 생산된 모든 제품의 길이가 하나같이 7미터가 되게 하는 것은 ㉠어렵고, 7미터를 중심으로 약간씩 오차를 갖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품질 특성값은 평균을 중심으로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특성값이 평균에서 멀리 떨어진 제품일수록 생산될 가능성은 점차 줄어든다. 여기서 품질 특성값들이 그 평균에서 떨어져 흩어져 있는 정도를 산포도라고 하며, 산포도를 측정하는 척도로 표준 편차를 이용한다. 시그마(σ)는 표준 편차를 나타내는 기호로 그 값이 작다는 것은 평균을 중심으로 품질 특성값이 덜 흩어져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생산된 제품의 품질..

독서/예술

마티스의 ‘모로코 사람들’에 나타난 구성과 색채상의 특징(2006, 6월모평)

뉴욕 현대미술관에 있는 ‘모로코 사람들’은 마티스의 동방적(oriental) 주제에 대한 동경과 동방의 미술 전통 속에서 확인한 장식적․평면적인 것에 대한 추구가 교차하면서 탄생했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그림은 1911년과 1912년에 이루어진 모로코 여행의 추억에서 구상되었다. 여행 중이거나 그 직후에 그려진 작품과는 달리 이미 4~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에 그려진 이 작품에서, 모로코의 추억은 마티스의 머릿속에서 조형적으로 소화되어 거의 추상적 형태에 가까울 정도로 단순화되어 있다. 그래서 이 그림에 그려진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두고 온갖 논의가 벌어졌다. 화면의 왼편 위쪽에 그려진 회색의 형태가 테라스에서 본 이슬람 사원이고, 테라스의 난간 한쪽 끄트머리에 있는 파란색 바탕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

독서/사회

공간 텍스트를 통한 소비 행위의 의의(2006, 6월모평)

쇼윈도는 소비 사회의 대표적인 문화적 표상 중의 하나이다. 책을 읽기 전에 표지나 목차를 먼저 읽듯이 우리는 쇼윈도를 통해 소비 사회의 공간 텍스트에 입문할 수 있다. ‘텍스트’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소통할 목적으로 생산한 모든 인공물을 이르는 용어이다. 쇼윈도는 ‘소비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공간 텍스트이다. 기호학 이론에 따르면 ‘소비 행위’는 이런 ㉠공간 텍스트를 매개로 하여 생산자와 소비자가 의사소통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옷 가게의 쇼윈도에는 마네킹이 멋진 목걸이를 한 채 붉은 색 스커트를 날씬한 허리에 감고 있다. 환한 조명 때문에 마네킹은 더욱 선명해 보인다. 길을 걷다가 환한 불빛에 이끌려 마네킹을 하나씩 살펴본다. 마네킹의 예쁜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시작한..

독서/독서이론・언어

언어학에서의 '유추'(2006, 고3, 4월)

말의 소리나 형태는 그 수가 무한정일 수는 없다. 그 수가 무한정이어서는 사람들이 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말의 형태나 의미가 서로 같고 다른 것을 구분하여, 비슷한 것들이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는 단어나 문법을 모형으로 하여 단어를 만들거나 변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을 언어학에서는 ‘유추(類推)’라고 하는데, 이를 논리학에서는 어떤 특수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그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다른 특수한 사실을 미루어 짐작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모형은, 절대적인 원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추는 그 과정이 다양한 언어 창조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추는 언어 변화의 중요한 원리가 된다. 음운 변화가 일정한 형태 안에서 음절 구조의 변동에 한정된다면,..

독서/인문

융의 분석 심리학(2006, 고3, 4월)

칼 구스타프 융(Jung, Carl Gustav)의 분석 심리학에서는 정신을 ‘의식’, ‘개인 무의식’, ‘집단 무의식’이라는 세 가지 수준으로 설명했다. 의식은 개인이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정신의 유일한 부분이며, 유아기 때 감정, 사고, 감각, 직관의 의식을 통해 성장해 간다. 이 네 가지 요소는 동일하게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아이에게는 사고가, 어떤 아이는 감정이 강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의식의 개성화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요소가 생겨나는데 융은 이것을 ‘자아’라고 불렀다. 자아는 자각하고 있는 지각(知覺), 기억, 생각, 감정으로 구성되며, 자아에 의해 존재로 인정되지 못하면 그것들은 자각될 수 없다. 그리고 경험이 의식의 수준까지 도달되기 전에 자아가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기 때문에, ..

독서/기술

위그선(2006, 고3, 4월)

끝없이 발전하고 있는 과학 기술은 어릴 적 환상의 한 부분을 점차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위그(WIG, Wing-In-Ground)선’이 그 가운데 하나다. 위그선은 날개로 수면 위에 떠서 빠른 속도로 물 위를 스치듯 날아가는 배다. 이 배가 처음 개발된 것은 1960년대이지만,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미국의 스파이 위성이 카스피 해에서 시속 550km로 움직이는 괴물체를 발견한 1976년의 일이다. 이 괴물체는 뒤에 소련의 위그선으로 밝혀졌는데,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 볼 때 배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이 위그선을 ‘바다 괴물’이라고 불렀다. 위그선의 가장 큰 특징은 수면 위에 낮게 떠서 비행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공중을 비행하는 날개 끝에서는 빠르게 회..

독서/과학

항생제(2006, 고3, 4월)

중국에서는 2,500년 전에 뾰루지나 종기의 치료제로 곰팡이가 핀 두부를 이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간 요법으로 상처에 된장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아 된장에 들어 있던 항생 물질의 효력을 우리 조상들이 이미 알고 있었던 셈이다. 서양에서도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기 이전에 ‘한 미생물이 다른 미생물을 죽일 수 있다’는 ‘항생’이라는 개념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에 대한 연구와 적극적인 응용은 부족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수백 종에 이르는 항미생물제재 중에는 실제로 자연계에 살고 있는 세균, 곰팡이 등과 같은 미생물에서 분리된 것과 이와 달리 화학적으로 합성된 것도 있다. 이 중에서 결핵 치료제인 이소니아지드(isoniazid)나 에탐부톨(ethambutol)과 같은 약은 합성된 것으로, ..

독서/사회

도시공동체(2006, 고3, 4월)

농업 사회는 촌락 공동체의 특징적 요소인 지역성, 사회적 상호 작용, 공동의 결속감 등이 자연스럽게 구현되고 재생산되기에 적합한 사회 경제적 구조가 전제 조건이었다.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는 위의 세 가지 요소를 빠짐없이 고루 갖추고 있는 집단에만 적용할 수 있는 명칭이었으나 현대인의 공동체적 삶에 대한 희구와 열망은 본래적 개념의 경계를 넘어서 공동의 목적과 이념을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운동을 시도해 왔다. 도시 공동체는 도시를 기본 단위로 도시의 주거ㆍ직장ㆍ여가활동을 위해 필요로 하는 시설, 자원, 제도가 사람이 사는 터전을 중심으로 유지되는 공동체로서 자연 발생적 공동체가 아닌 ‘의도적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의도적 공동체’ 가운데 ⓐ코뮌(commune)은 구성원들이 지리적으로 근접..

독서/예술

금으로 된 신라의 장신구들(2006, 고3, 4월)

우리나라 금속 공예 역사의 시작은 청동기가 사용되기 시작한 기원전 약 10세기 즈음으로 보고 있다. 그 후 철기 시대를 거쳐 삼국 시대로 들어오면서 기술이 절정에 이르게 되는데, 특히 금으로 된 신라의 장신구들은 문양이 정밀하게 새겨져 예술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에는 신라를 ‘눈부신 황금의 나라’로 표현하고 있다. 이 표현에 딱 맞는 유물이 바로 금으로 만든 허리띠이다. 이 허리띠는 금관보다도 두세 배나 많은 금을 ㉠들여 만들었는데, 풀잎무늬를 새겨 넣고 그 아래로 여러 줄의 드리개*를 길게 늘어뜨렸다. 드리개 끝에는 약통이나 물고기, 숫돌, 족집게, 굽은옥, 손칼, 살포** 등의 도안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원래 허리띠에 물건을 주렁주렁 매달고 생활하는 방식은 북방 유목 민족의 풍습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