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음악 (19)

독서/예술

속악과 시나위(2005, 고3, 7월)

우리나라의 전통 음악은 대체로 크게 정악과 속악으로 나뉜다. 정악은 왕실이나 귀족들이 즐기던 음악이고, 속악은 일반 민중들이 가까이 하던 음악이다. 개성을 중시하고 자유분방한 감정을 표출하는 한국인의 예술 정신은 정악보다는 속악에 잘 드러나 있다. 우리 속악의 특징은 한 마디로 즉흥성이라는 개념으로 집약될 수 있다. 판소리나 산조에 ‘유파(流派)’가 자꾸 형성되는 것은 모두 즉흥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흥으로 나왔던 것이 정형화되면 그 사람의 대표 가락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독특한 것이면 새로운 유파가 형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즉흥이라고 해서 음악가가 제멋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곡의 일정한 틀은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변화를 주는 것이 즉흥 음악의 특색이다. 가령 판소리 명창이 무대에 나가기 전에..

독서/예술

음악의 비물질성(2005, 고3, 3월)

음악은 비물질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물질성은 음악을 만드는 소리가 물질이 아니며 외부에 존재하는 구체적 대상도 아니라는 점에 기인한다. 소리는 물건처럼 눈에 보이는 곳에 있지 않고 냄새나 맛처럼 그 근원이 분명하게 외부에 있지도 않다. 소리는 어떤 물체의 진동 상태이고 그 진동이 공기를 통해 귀에 전달됨으로써만 성립한다. 음악의 재료인 음 역시 소리이기 때문에 음악은 소리의 이러한 속성에 묶여 있다. 소리의 비물질성은 인간의 삶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남기게 된다. 악기가 발명될 무렵을 상상해 보자. 원시인은 줄을 튕기거나 서로 비빔으로써, 나뭇잎을 접어 불거나, 가죽을 빈 통에 씌워 두드림으로써 소리를 만들었다. 이때 그들은 공명되어 울려 나오는 소리에 당황했을 것이다. 그 진원지에서 소리를 볼 수..

독서/예술

판소리 문학에서의 이면 그리기(2004, 수능)

"천운 우습 깊은 밤에 모진 광풍이 일어나 바람은 우루루루루루루 쇄......." 가운데 춘향이 갇혀 있는 옥방(獄房)의 광경을 묘사한 '옥중가'의 한 대목이다. 이 소리를 듣고 바람이 천장을 휘몰아서 마룻바닥을 스쳐 가는 음산한 옥방의 분위기가 느껴져 청중이 공감하게 되었다면, 창자(唱者)는 이 대목의 이면을 잘 그렸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렇다면 이면을 그린다 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그린다'는 말은 소리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창자의 음악 행위를 나타내 므로, 이면은 당연히 음악 행위에 의해 구현된 그 무엇에 해 당한다. 창자는 소리를 통해 사설의 내용인 옥방의 광경을 묘사했으니, 이면이란 사설 내용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면을 이렇게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옥방의 광경을 제대로 묘사하려..

독서/예술

가야금의 유래(1994, 수능)

6세기 초반, 가야국의 가실왕이 중국의 악기를 모방하여 가야금을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보다 오래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고분에서 오늘날의 가야금과 같은 모양의 악기를 들고 있는 흙인형이 출토되었고, 3세기 후반 중국 진(晉)나라의 진수(陳壽)가 쓴 에 우리 나라 남부 지방[변진(弁辰)]에 지금의 가야금 비슷한 현악기가 존재하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가실왕의 가야금 창제설, 특히 중국 악기의 모방이라는 의 기록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 오래 전부터 전해 오던 우리 악기를 가실왕이 중국 악기를 참조하여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야국의 악사인 우륵이 신라에 투항하고, 그를 통하여 가야의 음악이 신라에 정착되는 과정은 당시의 음악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