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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은 범죄사실은 증거에 의해 인정되어야 하며 범죄 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증거재판주의라 한다. 이는 법관의 자의적인 사실 인정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으로, 공평하고 객관적인 형사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증거는 형사소송법 체계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형사소송법은 증거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구별하고 있다.

 

먼저 증거능력이란 어떤 증거가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의 자격을 말한다.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는 법정에서 주요한 사실 인정의 자료로 이용되어 이를 바탕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는 원칙적으로 사실 인정의 자료로 쓰일 수 없다.

 

증거능력의 요건은 법률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형사소송법은 증거능력을 배제해야 하는 조건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자백배제법칙, 전문법칙 등의 세 가지 원칙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 이 원칙들의 공통적인 목적은 피의자, 피고인의 권리를 보장하여 공평한 재판을 실현하는 데에 있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의 ⓑ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원칙으로, 형사사법기관의 위법한 증거수집을 억제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수집한 파생증거, 곧 2차 증거의 증거능력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따라 배제된다. 이를 독수과실이론이라 하는데,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가 독에 오염된 나무라면 그로부터 수집된 2차 증거는 그 나무에 달린 독 열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영장 없이 위법하게 체포한 상태에서 얻은 진술이라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은 물론, 그 진술의 도움으로 찾아낸 물증의 증거능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와 2차 증거 사이에 인과관계가 희석 또는 단절되었다고 판단될 때는 2차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자백배제법칙은 수사 기관이나 법원이 진술자의 자백을, 임의성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얻어낸 경우에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원칙이다. 자백은 중요한 증거이지만, 수사 방법이 ⓒ 자백을 얻어 내는 데에만 의존하게 되면 인권 침해의 우려가 커지며 때로는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에 자백배제법칙은 자백의 주체가 신체적, 정신적 압박 없이 임의*로 한 자백만 증거능력을 인정하게 하여, 자백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한다.

 

전문법칙은 전문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원칙이다. 전문 증거란 피고인, 증인 등 사안을 체험한 자가 구두로 진술한 진술증거 가운데 법정에서 직접 이루어지지 않고 다른 사람에 의해 간접적으로 전해진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전문증거에는 구두로 전하는 전문진술과 서류인 전문서류가 있다.

 

전문증거는 진술증거를 전하는 사람에 의한 편집, 조작의 우려가 있다는 점, 전문증거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을 할 수 없다는 점, 전문증거에 대해서는 법관이 법정에서 진술자에게 직접 묻고 답을 듣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한 언어적 정보를 획득할 수 없다는 점 등이 ⓓ 전문법칙의 근거로 꼽힌다. 다만 전문증거임에도 피고인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하면 증거능력을 인정하는데, 이를 ‘증거동의’라고 한다.

 

한편 증명력은 증거능력과는 달리 증거자료가 사실의 판단에 기여할 수 있는 정도, 즉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로서의 신빙성을 뜻한다. 증명력 평가는 증거가치가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를 따지는 것으로, 증거능력 평가가 증거능력의 유무만을 가리는 것과는 구별된다. ㉠ 증거능력이 있다고 해서 증명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증명력이 있다고 해서 증거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증명력 평가는 법관의 자유 판단에 맡겨져 있는데, 이러한 원칙을 자유심증주의라 한다.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가 제출되면 증거가치에 대한 판단은 법관의 자유 판단에 따른다. 이때 법관의 판단은 합당한 근거를 배경으로 해야 하며, ⓔ 단순한 자의적 판단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법관은 자유롭게 증거를 취사선택할 수 있고, 모순되는 증거가 있는 경우에 어느 증거를 믿는가도 법관의 자유 판단에 맡겨진다. 신빙성이 없는 증인의 증언이라 할지라도 법관은 일정 부분의 증언을 골라내어 믿을 수도 있다.

 

* 임의: 자기 의사대로 처리하는 일.

 

 

― (출전) 배종대 외, <형사소송법>

@ 2021학년도 4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5~10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