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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에서 법률 행위는 의사 표시를 필수적 요소로 하여 법률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로 유언이나 계약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의사 표시는 일정한 법률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인데, 표시 행위에는 말이나 글뿐만 아니라 머리를 끄덕이거나 손을 드는 것과 같은 동작이나 침묵 등도 포함된다. 법률 행위에서 의사를 표시한 사람인 표의자의 진의와 표시된 의사가 명백하게 일치하여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표의자의 의사가 불분명한 경우나 의사 표시를 받아들이는 상대방인 표시 수령자가 표의자의 의사 표시를 표의자의 진의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 등이 발생하면 법률 행위의 해석이 필요하다. 법률 행위의 해석은 법률 행위의 내용을 확정하는 것으로, 법률 행위의 성립과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법률 행위의 해석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당사자가 법률 행위로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및 법률 행위 당시의 제반 사정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기준이다. 그리고 법률 행위의 내용은 대체로 그 분야의 관습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해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관습에 대한 당사자의 의사 표시가 없거나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관습에 따르지만,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규범인 강행 규정을 위반하는 관습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한편 법률 행위와 관련된 관습이 없고, 당사자가 임의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임의 규정을 법률 행위의 해석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그리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신의 성실의 원칙도 법률 행위의 해석 기준이 될 수 있다.

 

법률 행위의 해석 방법에는 자연적 해석, 규범적 해석, 보충적 해석 등이 있다. 자연적 해석이란 표의자의 진의를 밝히는 해석으로, 계약서상의 문구와 같은 표시 행위에 얽매이지 않고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표의자의 진의를 밝히는 해석이다. 계약의 경우 표의자의 진의와 다른 의사 표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표의자와 표시 수령자 간에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한다면, 표시 행위 본래의 목적이 달성된 것으로 보고 표의자의 진의대로 법률 행위의 내용을 확정하는 것은 자연적 해석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는 진의와 다른 의사 표시는 표의자의 의사를 해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오표시 무해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리고 유언자의 진의를 바탕으로 유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도 자연적 해석에 해당한다.

 

규범적 해석은 표시 행위의 객관적 의미를 탐구하는 해석이다. 이 해석은 표의자의 표시 행위를 그대로 신뢰한 표시 수령자를 보호하기 위해 행해질 수 있다. 규범적 해석에서는 표시 수령자가 실제로 표시 행위를 어떻게 이해했느냐만을 가지고 법률 행위를 해석하지는 않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한 주의를 기울인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표시 행위를 어떻게 이해했어야 하느냐를 중시하여 법률 행위를 해석한다. 어떤 계약에서 계약서의 내용과 일치하는 주장을 하는 표시 수령자가 계약서의 내용과 다른 주장을 하는 표의자의 진의를 알지 못했던 경우에 표시 수령자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은 규범적 해석에 해당한다. 그런데 표시 수령자가 표의자의 진의를 알았거나, 또는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표시 수령자의 과실로 표의자의 진의를 알지 못했을 경우에는 표의자의 의사를 인정하는 해석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규범적 해석의 결과로 도출된 법률 행위의 내용이 표의자의 진의와 다를 경우에는 표의자의 법익이 침해될 수 있다. 이때 표의자는 법률 행위의 중요한 의사 표시에 착오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해당 의사 표시를 취소할 수 있지만,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의사 표시는 취소할 수 없다.

 

보충적 해석은 자연적 해석 또는 규범적 해석에 따라 법률 행위의 성립이 인정된 후에 고려되는 것으로 흠결이 있는 법률 행위의 보충을 의미한다. 보충적 해석은 모든 법률 행위에서 할 수 있으나 주로 계약에서 행해진다. 어떤 계약에서 계약 체결 당시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 계약 체결 이후 발생하여 문제가 되었을 때, 이러한 상황을 계약 당시 알았다면 양 당사자가 어떻게 계약했을 것인가를 고려하여 법률 행위를 해석하는 것은 보충적 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때 계약 당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법률 행위의 흠결이 되는 것이다.

 

가령, 서로 다른 곳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갑과 을이 서로의 병원을 교환하기로 계약을 맺고 병원을 옮겼다. 그 후에 을이 그 교환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종전의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갑이 교환 계약의 유효 확인을 청구하면서 을이 종전의 병원이나 그 부근에서 개원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청구한 사안이 있다고 하자. 이 사안에 대해 법원에서는, 갑과 을이 교환 계약 당시 상대방이 종전에 운영하던 병원으로 곧 돌아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아서 그에 대해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은 것이 분쟁의 원인이라고 판단했고, 계약 당사자의 일방이 곧바로 종전의 병원으로 돌아간다면 이는 전체 계약의 목적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법원에서 만약 당사자들이 교환 계약 이행 완료 후 2~3년 내에 상대방이 종전의 병원으로 돌아올 것을 예상했다면 그 기간 동안의 복귀 금지에 합의하였을 것으로 판단하여 갑의 청구를 받아들인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렇다면 이 판결은 보충적 해석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 (출전) 송덕수, '법률 행위의 해석'

@ 2021학년도 3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5~10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