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미지 출처, 프레시안)
사람들이 ‘자유’, ‘민주’, ‘평화’ 등과 같은 개념들을 사용할 때, 그 개념이 서로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자유’의 경우, ‘구속받지 않는 상태’를 강조하는 개념으로 쓰이는가 하면, ‘자발성’이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정의와 해석의 차이로 인해 개념에 대한 논란과 논쟁이 늘 있어 왔다. 바로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여 출현한 것이 코젤렉의 ‘개념사’이다.
개념사를 역사학의 한 분과로 발전시킨 독일의 역사학자 코젤렉은 ‘개념은 실재의 지표이자 요소’라고 하였다. 이 말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개념과 정치 사회적 실재, 개념과 역사적 실재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중요한 ⓑ지침으로 작용한다. 그에 의하면 개념은 정치적 사건이나 사회적 변화 등의 실재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동시에 개념은 정치 사회적 사건과 변화의 실제적 요소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근대화’ 개념을 통해 근대화라는 특정한 방향의 사회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근대화’ 개념은 사람들로 하여금 근대화라는 특정한 사회 변화의 목표에 맞게 사회를 변화시키게 하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개념은 정치적 사건과 사회적 변화 등에 직접 관련되어 있거나 그것을 기록, 해석하는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사용된다. 이러한 주체들, 즉 ‘역사 행위자’들이 사용하는 개념은 여러 의미가 포개어진 층을 이룬다. 개념사에서는 사회 역사적 현실과 관련하여 이러한 층들을 파헤치면서 개념이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가, 이 과정에서 그 의미가 어떻게 변화했는가, 어떤 ⓓ함의들이 거기에 투영되었는가, 그 개념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했는가 등에 대해 탐구한다.
또한 개념사에서는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보다는 ‘어떤 개념을 사용하면서 그것을 이야기하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개념사에서는 과거의 역사 행위자가 자신이 경험한 ‘현재’를 서술할 때 사용한 개념과 오늘날의 입장에서 ‘과거’의 역사 서술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의 차이를 밝힌다. 그리고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역사로 번역하면서 양자가 어떻게 수렴될 수 있는가를 밝히는 절차를 밟는다.
이상에서 보듯이 개념사에서는 개념과 실재를 대조하고 과거와 현재의 개념을 대조함으로써, 그 개념이 대응하는 실재를 정확히 드러내고 있는가, 아니면 실재의 이해를 방해하고 더 나아가 ⓔ왜곡하는가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코젤렉은 과거에 대한 ‘단 하나의 올바른 묘사’를 주장하는 근대 역사학의 방법을 비판하고, 과거의 역사 행위자가 구성한 역사적 실재와 현재 역사가가 만든 역사적 실재를 의미 있게 소통시키고자 했다.
― 나인호, ‘코젤렉의 개념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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