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생이 가볍게 걷다가 빠르게 뛴다고 하자. 여기에는 어떤 운동생리학적 원리가 작용하고 있을까? 운동을 수행할 때 근육에서 발현되는 힘, 즉 근수축력은 운동 강도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따라서 운동을 하는 학생이 뛰는 속도를 높이게 되면, 다리 근육의 근수축력은 그에 따라 증가한다.


다리 근육을 포함한 골격근*은 수많은 근섬유*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근섬유들은 운동 신경의 자극에 의해 수축되는데, 이때 하나의 운동 신경과 이에 의해 지배되는 근섬유들을 ‘운동 단위’라고 부른다. 운동 신경의 지배를 받는 근섬유는 크게 지근섬유와 속근섬유로 구분된다. 지근섬유는 근육 내 산소 저장과 운반에 관여하는 미오글로빈의 함량이 높아 붉은색을 띠고 있어 적근섬유라고 부르며, 상대적으로 미오글로빈의 함량이 적어 흰색을 띠는 속근섬유는 백근섬유라고 한다. 운동 단위를 기준으로 할 때, 지근섬유는 하나의 운동 신경에 10∼180개 정도가 연결되고, 속근섬유는 300∼800개 정도가 연결된다. 하나의 운동 신경에 연결되는 근섬유가 많을수록 근육의 수축력은 증가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속근섬유로 구성된 운동 단위가 훨씬 강한 수축력을 발생시킨다.


한편 근섬유들은 종류에 따라 수축력, 수축 속도, 피로에 대한 저항력이 다르게 나타난다. 지근섬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축력과 느린 수축 속도, 높은 피로 저항력을 지니고 있다. 속근섬유는 세부적인 생리적 특성에 따라 다시 a형과 b형으로 나뉜다. b형 속근섬유는 지근섬유에 비해 빨리 피로해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나 신속하고 폭발적인 수축력을 발생시킨다. 반면에 a형 속근섬유는 지근섬유와 b형 속근섬유의 중간 속성을 가지고 있어 지근섬유보다 수축 속도가 빠르며, 동시에 b형 속근섬유보다 높은 피로 저항력을 가진다. 따라서 근육의 지근섬유 비율이 높은 사람은 지구력이 강해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운동에 적합하다. 반면에 속근섬유 비율이 높은 사람은 100 m 달리기와 같은 단거리 운동에 적합하다.


운동 강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때 근육의 수축력도 이에 비례하여 높아진다. 여기에 적용되는 원리 중의 하나가 크기의 원리이다. 이 원리에 따르면 운동 강도가 점차 높아지는 운동을 할 때 운동 단위는 크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동원된다. 저강도 운동을 할 때는 가장 작은 크기의 운동 단위를 가지는 지근섬유가 동원된다. 이후 운동 강도가 증가되면 더 큰 운동 단위를 가지는 속근섬유의 운동 단위가 추가적으로 동원된다. 따라서 저강도의 ‘걷기’에서는 대부분의 다리 근력에 지근섬유가 동원되고, 중강도의 ‘달리기’에서는 지근섬유에 a형 속근섬유가 추가적으로 동원된다. 또한 고강도의 ‘전력 질주’에서는 지근섬유와 a형 속근섬유에 b형 속근섬유가 추가적으로 활성화된다.


* 골격근 : 중추 신경의 지배에 따라 골격을 움직이는 근육.

* 근섬유 : 근육 조직을 구성하는 수축성을 가진 섬유상 세포.


㉠을 표현한 그래프.